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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웅 Dec 16. 2022

삶의 밀도#5

관계(4) : 애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는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2010년도 개봉한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저는 주인공이 마주치는 모든 관계에 초점을 두면서 영화를 음미해보니, 애인 즉, ‘사랑하는 사람’이란, 과연 무엇이고, 나와 애인과의 관계는 또 무엇일까? 그저 애정 하는 관계? 사람 사이에 애정이 끼어있는 관계? 애정으로 시작해 이제는 정으로 유지되는 관계? 아니면,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는 것인가? 처음 느꼈던 서로 간의 감정이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면, 더 이상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누구나 다 해봄직한 고민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이 영화를 통해 얻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애인이 있습니까?



 지금 제 아내는 스물네 살 때 직장에서 처음 만나 사귀어 서른 살 때 결혼해 어느덧 6년 간 부부로 지내는 저의 애인입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제 아내는 제게 애인이었고, 결혼 후에도 제 아내는 제게 애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아, 여전히 처음 느낌 그대로이냐고요? 이런 질문, 이런 주제로 성찰할 때면 어김없이 이소라 씨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실제로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고요. 대답은 NO입니다.


 오히려 처음에 느꼈던 전율과 설렘이 농익어 애틋하면서 생각만 해도 애잔하며 슬퍼집니다. 너무 사랑해서, 안쓰럽고, 너무 고생하는 게 보여, 미안하며, 너무 소중해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저는 사랑이 느낌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어떤 사실을 확증하기를 주저하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정답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관점의 차이며,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많은 주제가 세상에 널려 있죠. 그래서 저는 확언, 확증, 이게 정답이야!라고 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애인과의 관계 즉, 에로스 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사랑은 결코 절대, 느낌이 아니며, 느낌이란 사랑에 포함되는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애인 간의 관계란 무엇일까요?


 


 너무나 쉽습니다. 사랑입니다. 당연한 걸 왜 질문하냐고요? 사랑이란, 단순하게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사랑이란, 나와 상대방이 행복하면서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서로를 돕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M. 스캇 팩의 주장과 일치합니다. 또 사랑이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라고도 얘기하고 싶습니다.


 처음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이 좋아 보입니다. 일반적 얘기입니다. 아니 그런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상대방의 단점이 점차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차차 감정이 식어져 처음과 같은 설렘이나 기쁨이 줄어듭니다. 보통 이런 시기가 찾아오면, 고민이 많아지고 생각이 복잡해지거나 또는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흔히 이때 이별을 결심합니다. 참을 만큼 참았다고 항변하면서 서로를 비난합니다.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면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고 합리화합니다. 그리고 이별을 결심하고 실행하죠.



처음 느낌 그대로가 아닐 때 비로소 시작되는 사랑



 오히려 진정한 사랑은 처음 느낌 그대로가 아닐 때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에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감정만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감정이 식어버리면,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사랑에는 이를 유지하고, 서로 도우며, 성장하기 위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진정한 애인은 서로의 성장을 돕습니다. 만일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돕지 못하고, 자아의 확장을 저해한다면, 관계에 대해 차분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자아의 확장은 성장입니다. 서로를 지나치게 의지하여 누군가의 성장을 불안해하거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분리된 공간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사랑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삶에 있어서 에로스 사랑은 중요합니다. 삶을 채우는 관계의 밀도 중 에로스 사랑만큼 황홀한 순간과 경험이 있을까요? 부모 자식 간 사랑은 이보다 더 진할 수 있지만, 애인 간의 사랑만큼 설레고 황홀하면서 감정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부모 자식 간 사랑은 오히려 일방적이죠. 자식도 부모를 사랑하지만 무조건적인 내리사랑이 더욱 크게 작용하는 관계죠.


 여러분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의지적인 사랑을 하고 계신가요? 처음 느낌 그대로를 외치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애인은 누구고, 어떻습니까?


 

 저의 애인은 저를 존중해주고 서로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비록 처음 느낌 그대로는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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