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괜찮겠지?
요즘 새로 나오는 뉴스마다 보느라 맘이 산란해서 힘들다.
게다가 국회에서 탄핵 결정되고 나서 언니네가 모처럼 여행을 떠나게 돼서 그쪽 반려동물들도 돌봐주고 수영 가고 집에 노령견 문제묘들 챙기느라 하루가 짧은데 대통령까지 속 썩이고 있다.
오늘도 아침에 들러 한 바퀴 둘러 동물들을 주르르 봐주고 나서 수영을 하러 부랴 부랴 갔다.
수영하고 나와서 씻기까지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그 시간은 세상 일을 잊고 아줌마들끼리 나누는 뭘 해 먹었느니 어제 무슨 일이 집안에 있었는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만 간간이 귀에 들어온다.
솔직히 샤워장에서 들리는 말소리들을 들으면 요즘 탄핵에 난리난 세상과는 다른 세상 같은 느낌이다. 다들 알고는 있을 텐데...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내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옷 다 입고 다시 쳐다보는 핸드폰에는 헌재에 탄핵반대 게시글들이 막 올라오고 있다는 친구 톡이 와 있었다.
이게 무슨?
요즘 중학생들 시험이 끝났다.
내가 무척 공을 들인 학생이 있는데 주말에 차를 놓쳤다고 못 왔다.
솔직히 그 학생을 위해서 토요일 시위하러 남편과 함께 여의도로 가고 싶었는데 참고 남편만 보내고 나는 그 학생을 위해서 겸사겸사 수업시간을 잡았다.
어차피 우리 집 노령견은 3시간 간격으로 화장실로 데리고 가야 한다.
노령견이 스스로 몸을 잘 조절을 못하면서 볼일은 꼭 나가서 보려고 짖거나 얼굴을 자꾸 비비며 괴로워한다.
그래서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는 화장실을 갔다 오면 사람들 외출이 가능하다.
학생한테 최대한 맞춰서 노령견 컨디션을 만들어 놓고 나왔는데 무책임하게 대낮에 늦잠 자느라 놓쳤다고 해서 화를 내다가 한편으로는 데려다 주실 부모님께서 일하려 가시는 상황을 알기 때문에 겨우 진정하고 주말에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일러주고 시험전날 마주했다.
학생마다 특징이 있는데 이 학생은 다문화집안이고 외국에서 어렸을 때 살다가 초등학교 때 왔다. 한국어의 미묘한 어감차이에 대해 인지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소심해서 자신이 어디는 알고 모름에 대한 표현을 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예민한 상태인 중학생이라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는가에 따라 그날 학습이 많이 좌우되었다.
그동안 그 상황을 알고 시험 준비를 시켜줬기 때문에 전 날 정리만 해주면 될 줄 알았는데 당황했는지 시험전날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주말 빠지고 나니 시험전날 생각만큼 준비를 못 시키고 보냈다.
속이 타서 목소리는 커지고 말은 빨리지니 학생에게는 화내는 말투로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진정시키며 ' 여태까지 한 것이 있으니 잘 생각해서 문제를 풀어봐 '
하지만 결과는 별로 안 좋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끔 답답함에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본인이 찾아서 공부하겠다고 찾아왔고 양평에서 왔다 갔다가 힘든 상황에서도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와서 공부하는 기특한 학생이다.
무엇이 옳은 답인가 고민하는 과정이 수학은 논리력을 키운다.
그 힘든 과정을 학생들은 노력을 기울여 저마다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답답함에 비유의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요즘 탄핵을 찬성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옮음에 답을 선택했고 방법도 올바르게 선택하여 좋은 영향력을 널리 퍼트리고 있다.
이런 생각에 세상은 긍정적이고 밝게 보인다.
우리 아이도 깃발 만들어 들고 시위현장에 친구들과 함께한 기억을 무척이나 뿌듯해했다.
아이와 친구들은 세상을 밝히는데 힘을 보태었다. 부모인 나도 고맙고 맘이 흐뭇하다.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기까지 보이는 현상을 나름의 논리로 파악하고 선택했다.
그런데 알만한 자들이 누구는 다른 답을 고른다.
만약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윤석렬은 탄핵되어야 하는가?'
1) 탄핵되어야 한다.
2) 탄핵하지 말아야 한다.
라고 문제를 내고 이 문제가 등급을 가른다면 탄핵 반대에 답을 달 것인가?
그렇게 시험지에 맞다 틀리다에 목숨 걸고 공부한 학생시절을 지낸 사람들이 지금 와서 이 무슨 괴이한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젊은이들에게 상식과 옳고 그름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그들의 옳고 그름의 기준은 무엇인지...
알고 싶지는 않지만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60을 앞두고 또 한 번 뒤집어진 한국. 참 우리나라 일부가 다수의 삶과 마음을 힘들게 하고 있다.
양평의 겨울 풍경은 아름답다.
자연스러운 게 아름답다.
생활은 불편하지만 자연을 그냥 두는 것처럼 아름다운 풍경은 없다.
억지로 만들려 하는 현상 때문에 자연스러움이 파괴되어 가는 세상을 바로잡는 일이 참으로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