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발되어야 할 상품이 아니라, 흘러가야 할 시간이다."
자기계발이라는 말은 어딘가 좋은 말처럼 들린다. 스스로를 계발한다는 말은 게으름을 극복하고, 성장하고, 더 나은 내가 된다는 뜻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그 단어 앞에서 조금씩 멈칫하게 되었다. '계발'이라는 말속에 묘하게 스며든 어떤 강박, '스스로'라는 말 뒤에 숨겨진 외부의 시선. 그 모든 것이 어쩐지 나를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주 계발하라는 말을 듣는다. 잠들기 전까지 노력하라. 습관을 관리하라. 시간을 쪼개 읽고, 기록하고, 실행하라. 감정은 효율적으로, 사고는 생산적으로 정리하라.
이 모든 명령들은, 표면적으로는 나를 위한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실체는 대부분 '시장'과 연결되어 있다. 더 생산적인 인간, 더 경쟁력 있는 인간, 더 잘 팔리는 인간.
자기계발이라는 말은 결국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인간형을 내면화한 언어다.
많은 자기계발서는 결국 '사업을 하라'라고 말한다.
직장인은 자유가 없고, 고정 수입에 갇힌 존재라며, 진짜 자유를 얻으려면 투자하거나, 사장이 되거나, 시스템을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직장인은 노예다', '월급은 마약이다', '부자는 다른 선택을 한다' 같은 단정적인 문장을 사용한다.
나는 그 말들 속에서 삶의 다양성과 존엄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았다.
직장인이 불행한 존재라는 말, 사업을 하지 않으면 평생 남의 밑에서 산다는 말, 그 모든 건 다른 삶의 형태를 비하하며 자기 방식을 우월하게 만들기 위한 서사다.
하지만 삶은, 누가 주도권을 쥐었느냐로 나뉘지 않는다. 사장이든, 직장인이든. 투자자든, 크리에이터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결을 지켜가는 삶이야말로 진짜 자기계발의 방향이다.
읽을수록 익숙한 구절이 반복된다. 문장은 다르지만, 메시지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사고의 전환, 긍정적 마인드, 루틴의 중요성, 생산적인 삶. 표현만 달라졌을 뿐, 반복되는 메시지들은 어느새 정답처럼 자리 잡는다.
같은 말 안에서 그렇게 여러 권의 책을 찍어낼 수 있음이 솔직히 난 경이롭고 한 편으로는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언어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말이 담긴 책을 몇 권이고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진짜 '계발'이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부정하고, 더 나은 나를 설계하는 일이 아니다. 계발이라는 말은 애초에 '지금은 부족하다'는 전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은 사회가 정해놓은 정답에서 벗어난 모든 형태의 나다.
너무 감정적인 나, 너무 느린 나, 불안정한 나, 정리되지 않은 삶을 사는 나.
그 모든 나는 계발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 계발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정의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진다.
정말 그 책들이 말하는 대로 살면 나는 '더 나은 나'가 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사회가 바라는 모양새의 인간이 되는 걸까?
많은 자기계발서는 스스로 질문하지 않는다. 그들은 늘 '답'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움직이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
그들은 삶을 순서화하고, 감정을 통제하며, 인간을 전략적으로 구성한다.
하지만 나는, 진짜 자기계발이란, 나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무조건 긍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힘든 감정을 애써 외면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어디에서 멈추고 있는지. 그 고요한 질문들이야말로 가장 진실된 자기 이해다.
계발은, 나를 '다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있는 것들을 더 깊이 바라보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자기계발 메시지 속에서 '왜 사는가'보다 '어떻게 살아야 더 잘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것은 사유가 아니라 전략이고, 존재가 아니라 기능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계발하기 시작한다. 그 시선에 보이기 좋은 말, 그 시선에 어울리는 태도, 그 시선에 잘 팔리는 삶. 그것은 더 이상 자기계발이 아니다.
그건 상품화된 존재의 조립 설명서일 뿐이다.
진짜 자기계발은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매일 루틴을 완성하는 것'도 아니다.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가'에 대한 공식 또한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직면할 수 있는 용기이고, 모두가 달려가는 방향에서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태도다. 세상에 제시하는 유일한 답이 아니라,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찾는 일이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아무리 자유롭다고 말해도 결국 또 다른 방식의 속박과 착취일 뿐이다.
성장이라는 말이 나를 밀어붙이지 않도록, 성공이라는 말이 나를 좁히지 않도록, 나는 오늘 나의 방식을 돌아본다.
나는 성장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기준으로 향하는 방향이 아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싶고, 내가 무엇에 흔들리는지 이해하고 싶다.
그것은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더 깊은 나로 향하는 여정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기계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