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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샤 Aug 15. 2021

프롤로그

<작당모의(作黨謨議)를 시작하며>

진샤: 

요즘 말로 ‘성덕’이 된 기분이었어요. 좋아하는 작가님을 만나 뵙는 것도 영광이었는데, 한참을 듣기 좋은 말을 해주셨어요. 빈말이라 해도 그저 기뻤는데, ‘빈말이 아닐 수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게 해 준 말을 하셨어요.

  “같이 글을 쓰면 더 좋을 것 같고.”

  이런 게 기회라는 걸, 다행히 잘 알아챘어요. 얼른 스케줄을 훑었어요. 6월 중순이면 함께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때까지 혼자 설레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며, 대략적인 매거진 틀을 잡았어요. 두 번째 만남의 목적은 순전히 ‘매거진 브리핑’이었어요. 소운 작가님은 역시나 시원시원하게 받아들이셨고, 함께하고픈 멤버를 고르는 데도 큰 고민이 필요 없었어요. 그렇죠?      


소운: 

말해 뭐해요. 귀신에 씐 것 같다’라고 표현했던 진샤 작가와의 첫 만남에서 ‘함께 글을 쓰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기어이 하고야 말았는데 즉답은 듣지 못했어요. ‘아, 나 혼자 설레 부정 출발을 하고 말았구나’ 싶었죠. 글쓰기 동지가 절실했던 나의 성급한 제안에 나도 놀랐고 그녀도 놀랐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주 후였던가? 함께 주제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게 된 거예요. 이왕이면 네 사람 정도의 인원으로 매거진을 만들면 괜찮겠다고 생각을 모았어요. 평소 브런치에서 글을 읽으며 마음속에 별표를 치고 형광색으로 색칠까지 해두었던 작가들이 떠올랐어요. 

  저는 유쾌하고 거침이 없는 글을 좋아해요. 생각은 자유롭기도, 뭉툭하여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 좋아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유연한 글을 쓰는 사람을 좋아해요. 정확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진샤 작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았어요.


진샤: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결정이 된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어요. 이후 저는 줄곧 행동대장을 자처했어요. 내게 모든 일에 있어 최우선은 늘 ‘사람’이었어요. 사람을 얻는 일은 매번 가슴 떨리는 일이었어요. 그들에게 함께 해달란 메일을 보내고 답신이 올 때까지,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할 만큼 설레고 긴장되었어요. ‘삼고초려’를 각오하며, 세 번까지 부탁하는 메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유쾌한 답신만을 보내주었어요.      


소운: 

그랬죠. 저와 진샤 작가의 눈에 딱 걸린 분들, 진우 작가님과 초이스 작가님에게 제안을 해보기로 했어요. ‘이 작가들과 공동작업을 한다고?’ 생각만 해도 설레고 짜릿했어요. 

  인연이라는 것은, 서로 통한다고 느낄 때에는 특별한 이유를 들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법이더라고요. 초이스 작가님은 직업상 많은 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함께 하고 싶다 하셨어요. 진우 작가님도 사업상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을 것이나 흔쾌히 허락해 주셨지요. 서로에 대한 이끌림과 홀림이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었던 거죠.     


초이스: 

하하.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재미있어요. 6월 초 경이었을 겁니다. 딩동~ 알람이 울려 확인해보니 평소에 팬이었던 김소운 작가님이 ‘곧 제안이 갈 건데 제발 거부하지 마세요!’라는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이게 무슨 뜻이지? 혹시 암호라도 숨어있나? 싶어 화면을 가로로 보고 세로로 보고 고고학자처럼 문질러보기까지 했는데 아무런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지요. 이틀 후였나? 진샤 작가님이 브런치를 통해 메일을 주셨습니다. ‘같이 하자고~’ 기쁘기도 했지만 살짝 고민도 되었어요. 본업과 병행이 가능할까도 문제였지만 너무 잘 쓰시는 작가님들에게 괜히 민폐 될까 봐. 

  그렇지만 하겠다고 연락을 드렸죠.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얼굴도 모르면서) 글로만 소통하는 관계가 어떤 관계일지 궁금했고, 누군가와 협업한다는 게 마냥 설렜던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많이 배울 수도 있겠다 싶었고요. 다만 아쉽게도 회사일 때문에 ‘2달 정도만 가능할 것 같다’는 전제를 달았죠.   

  

진우: 

저 역시 유월 초였습니다. 카카오 메일을 통해 제안을 받았지요. 놀랍고 신기하게도, 앞서 제가 눈여겨보았던, 그리고 너무 좋아서 필사까지 했던 글의 작가님이었습니다. 같이 글을 써보지 않겠느냐. 대략 5분 정도 고민했던 것 같아요. 반가움이 앞섰던 탓이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심지어 글을 통한 교류라니, 그때부터 기분 좋은 긴장이 시작되었습니다.

  글을 썼던 것은 꽤 오래전부터의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었고, 남에게 읽히기 위한 목적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는 쉽게 일련의 과정을 통과했습니다. 그 뒤로 제 글을 쓰기 전에 먼저 다른 분들의 글을 몇 편 읽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몇몇 분이 계셨죠. 그분들과 함께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소운: 

‘작당모의’라는 매거진 이름도 대화 중에 자연스레 결정되었어요. 예상대로 유쾌하고 자유롭고 거침이 없는 분들이셨어요. 글쓰기 주제를 정할 때도, 글의 형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이건 어때? 재미있는 거 뭐 없을까? 이렇게 해볼까? 말만 하면 바로 정해졌어요. ‘우리가 처음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 거 맞지? 얼굴도 한 번 안 봤잖아? 이쯤 되면 막 달려보자는 거?’ 그래서 재미있게 달려보겠다 생각했었죠. 

    

진샤: 

작가님, 그게 다 저 같은 막가파 리더가 있어서 가능했던 겁니다.(일동 비웃음) 저는 막내를 핑계 삼아 행동대장을 자처했어요. 민주적 절차를 가장한 독재 리더 스타일이었는데, 다들 다행히 귀엽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매거진 진행 방식도 내 마음대로, 순번도 내 마음대로, 그래서 제가 1번이었어요. 주제는,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교정’이었어요. 저는 치아 교정, 시력 교정, 교정의 화신(化身)이었으니까, 내 파트너들은 김태희, 김연아였으니까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죠. 

  매운맛 1번을 자처했는데, 매거진 발행이 쌓일수록 저는 보통맛도 아니고 그저 순한 맛이 란 걸 알게 되었어요. ‘작당모의’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었던 거예요. 적어도 글에서만큼은 각자의 매운맛을 뿜어낼 줄 아는.      


초이스: 

저는 2번째 공통주제인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를 발제했어요. 이실직고하자면 예전에 써놓은 소설이 있었어요. A4 4장 정도 되는 짧은 소설인데 그걸 조금 수정해서 내면 되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첫 번째 주제, 다른 분들이 쓰신 글 보고 아차! 싶었어요. 다들 진심으로 너무 열심히 쓰신 거예요. 그렇다면 저도 ‘제 틀을 한 번 깨 보자!’ 싶어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소설 대신 에세이로, 그리고 가공된 이야기 말고 부끄러운 내 이야기부터. 윤동주의 <자화상>을 읽는 느낌으로 4편을 통해서 천천히 제 속살을 드러냈지요.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어요.     


소운: 

그러신 것 같았어요, 글에서 느껴졌어요. 제가 발제한 주제는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는 ‘장마’였어요. 인생에 있어 한 번은 겪게 되는 실패와 좌절,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갈등과 반목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극복해 가는 과정이 궁금했어요.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다른 형식의 글들이 써지는 것이 그저 신기했어요. 감탄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역시 ‘이야기꾼’들이구나.     


진우: 

저는 마지막 발제를 했는데, 주제는 ‘심수봉’이었습니다. 열 살짜리 철부지 때부터 지금까지 저의 정서적 페르소나인 ‘심수봉’에 대해서 다른 분들의 풀이를 감상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두루뭉술한 현학적 주제보다 다소 현실적인 소재에 대해 다들 어떤 내공을 보여주시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정작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오만이 오판을 부른 것이지요. 글을 쓰는 자세에 있어서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진샤: 

작가님들 덕분에 즐겁고 짜릿하고 때론 냉수마찰한 것처럼 얼얼한 여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월요일과 목요일마다 작당 모의했던 글들, 보러 갈까요? 



자, 그럼 수작(手作) 들어갑니다~,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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