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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Sep 04. 2024

밑도 끝도 없는 단어 생각

2020년 11월 #4

드디어, 결국, 비로소 올해 담당 사업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약 두 달에 걸쳐 반복된 짧은 패턴의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는 겁니다. 생각보다 빡세네요. 마지막주는 코로나 때문에 두근두근, 조마조마했는데 무사패스. 이제 공연이 마무리되면 다른 친구들 담당인, 극단에 남아 있는 두 개의 프로덕션을 걱정하겠지요. 그럼 끝?!?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불현듯 공연들에서 시작된 사회와 정치에 대해 생각합니다.

사회성과 정치적. 

정치라는 것이 어느새 부정적인 단어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신뢰가 바닥이라서일까요. 최소한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오래전에 대학원 다닐 때 과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조교로 참여했던 적이 있습니다. 홍보 실무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었는데, 한창 활동하는 직장인들을 여럿 만났어요. 제 기억으로 과장급 이상이었던 것 같고, 기획사의 경우에는 대표가 참여하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그때 O조교는 정치적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슨 말이냐고, 명확하게 이해되지도 않을뿐더러 내심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느낌적 느낌이라 물었는데(그러고 보니 그때도 정치가 긍정적이지 않았나 보네요), 그분들의 답에 따르면 뛰어난 사회성이 곧 정치적인 것이었습니다. 흠, 뭔가 미심쩍. 당사자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한 걸 수도 있겠지만, 그분들에게는 진심이었습니다.


지금에서야 검색해 본 단어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회성: 사회생활을 하려고 하는 인간의 근본 성질, 인격, 혹은 성격 분류에 나타나는 특성의 하나로, 사회에 적응하는 개인의 소질이나 능력, 대인 관계의 원만성 따위이다. 

*정치적: 정치와 관련된 (것), 정치의 수법으로 하는 (것). 명사와 관형사가 같은 형태네요. 

*정치적 행동: 권력을 만들고 분배하는 모든 활동 미국의 라스웰이 정의한 것으로 정치 연구를 할 때에 제도나 주의뿐만 아니라 현실의 정치가와 민중의 행동부터 분석하려는 근대 정치학의 중심 개념이다. 


솔직히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그리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같이 일을 했던 동기인 동생들보다 조오금 나았나 봅니다. 직장생활을 해 본 경험도 있었고, 연장자이다 보니 아무래도 교수님을 도와 조금은 더 나서서 일을 해야 했거든요. 사실, 짧은 직장생활을 통해 목격하고 경험한 '사회성'이라고 이름 붙여지는 베테랑 직장인들의 어떠한 행태들은 익숙해지지도 않고, 그닥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도 그런 부분들이 스며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때에는 조직생활에 있어서 개인마다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둘 만 모이면 사회이고, 셋 만 모이면 정치가 시작된다고 하잖아요. 부모자식 간에도 정치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정치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지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게다가 혈연지간은 잘 못 느끼지만, 형제자매들이 결혼을 해서 각자의 배우자가 생기면 부모자식 간의 정치가 눈에 띄게 발생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정치가 발생한다… 

그 정치가, 그 일을 하는 정치인들이 저 같은 일반인에게도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방법은 없을는지. 그건 어떤 세상일는지. 아주 오래된 우스갯소리로 학교에서 정치와 경제를 '정치경제(일명 정경)'라는 이름의 한 과목으로 가르쳐서 정치경제가 한 몸인 줄 알고 유착이 생기고, 거기서 문제가 시작된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들었습니다.ㅎ

엇! 그런데 왜 사회적이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정치성(잽싸게 검색: 정치에 관계되는 성질)이란 단어는 낯설죠? '정치적'이 명성과 관형사가 모두 같은 형태라서 그런가. 궁금합니다. 이건 국어학 차원에서 분석이 들어가야 하나요? 흠. ㅋㅋㅋ 밑도 끝도 없네요. 


11월의 끝, 너무 많이 추워졌습니다. 이제 가을은 끝이 나고, 겨울.

겨울의 밤은 깊고 진해, 해진 뒤의 퇴근길이 다소 쓸쓸합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이후는 [나래에게 보내는 편지] 2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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