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을 넘게 야간 침대 기차를 타고 하이데라바드에 간 이유는 우리 아이들의 인도 이모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2005년 처음 인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세 아이의 출생과 성장, 모든 우여곡절을 함께 해 준 분들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피 보다도 더 진한 사랑과 희생으로 묶여 있는 진짜 가족이다. 이른 아침부터 인파로 정신없는 기차역에 이모할아버지가 마중을 나오셨다. 차를 타고 제일 먼저 화장실을 찾아 내달렸다. 모두가 막내의 마지막 사투에 함께 손에 땀을 쥐며 쓸만한 화장실을 찾는 일에 힘을 모았다. 거사를 치른 후 평안한 미소를 띠며 걸어 나오는 막내의 얼굴을 보며 그 누가 함께 기뻐하지 않을 수 있으랴.
4년 만에 돌아온 인도에서 둘째 아들 은찬을 제외하고 모두가 물갈이를 시작했다. 10년간 우리의 위장도 인도에 충분히 익숙해져서 웬만해선 물갈이는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은 오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먹깨비들처럼 인도 음식을 쉬지 않고 먹어대는데 물갈이를 하지 않고 배길까. 인도에서 물갈이를 할 때는 대충 한국서 가져온 지사제 먹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버티지 말자. 인도의 내과 의사들은 이런 장염 증상에 꼭 필요한 약을 탁월하게 처방해 준다. 진료비도 약값도 비싸지 않다. 퀄리티도 아주 좋다. 인도 의사들은 모두 영어도 잘한다. 증상에 관련한 영어 단어 몇 개만 알아도 진료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니 필요한 약을 처방받고 고통 없이 여행을 즐기는 게 현명하다.
인도 우리의 찐 가족 이모할아버지, 할머니. 사랑과 기도 듬뿍 받고 힘을 얻어 먹으러 또 출발합니다!!
이런 이유로 하이데라바드에서의 하루는 휴식과 기도의 시간이었다. 이모할머니가 해 주시는 속 편안 음식을 먹으며 하루 종일 집안에서 쉬는 날. 아이들과 하는 긴 여행에는 이렇게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숙소에만 콕 박혀 있는 날이 꼭 필요하다. 다시 새로운 미지의 여행을 할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리고 우리 식구를 향한 두 분의 사랑과 축복 넘치는 기도는 우리가 얼마나 멋진 여행을 하고 있는지를 다시 깨닫게 해 주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영화 제목처럼 우리는 '사랑과 기도'로 다시 먹을 힘을 얻게 된 것이다!! ^^
장염은 물럿거랏! 또 먹고 먹고 먹는 오비글스 식구가 나가신다~
우리의 인도 여행은 클라이막스로 향하고 있었다. 가족회의를 통해서 여행의 큰 골격은 짰지만 은행 업무 종결 시점을 알 수 없었기에 즉흥적으로 교통수단을 예매해야 했다. 앞으로 남은 여행 계획은 이러했다. 아내가 선택한 자이푸르에서 사막 1박 야영 트립을 하며 쏟아지는 별 보기. 갠지스강의 도시 바라나시 그리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 타지마할. 마지막으로 델리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계획이다. 뱅갈루루에서 은행일로 혼자 진을 빼는 동안 아내에게 사막 투어에 대해서 자세히 검색해 보라고 했다. 열심히 검색을 마친 아내는 하이데라바드에서 자이푸르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5명의 자이푸르행 비행기를 예매하고, 자이푸르 시내의 적당한 호텔도 예약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면서 뭔가 싸한 기분을 느꼈다면 당신은 북인도 여행을 한 번쯤 와 본 사람이다. 그 이유는 자이푸르에는 사막이 없기 때문이다. 사막은 자이살메르에 있다. 비슷한 이름 때문에 자이살메르와 자이푸르를 헷갈렸던 것이다. 자이푸르행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순간에야 그 사실을 안 우리들은 모두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위기에 봉착한 오비글스 식구의 나머지 인도 여정은 잘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인가?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