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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y Nov 04. 2020

자이푸르 호구는 바로 나

인터넷 맛집

자이푸르 호구는 바로 나 : 인터넷 맛집


자이푸르행 비행기를 탄 우리는 모두 황당했다. 별이 쏟아지는 사막의 밤을 기대했건만 자이푸르엔 도대체 뭐가 있는 걸까? 아내의 실수에 호들갑을 떨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사실 40대 중반에 모래밭에 누워 날밤을 샌다는 건 미친 짓 아닌가. 이젠 하룻밤만 새도 골병이 들 것 같은데 그것도 사막에서의 날밤은 내겐 꽤나 두려운 계획이었다. 어쩌면 사막 날밤을 회피하고 싶은 무의식이 이 도시의 여행 계획을 아내에게 전가하고 의도적으로 무관심했는지도 모른다. 자이푸르에 뭐가 있든 일단 숙소도 정했고, 택시도 저렴하고 뭐든 하면 된다. 우린 인도에 10년이나 살아본 베테랑들이다.


자이푸르 공항은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우버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말이 호텔이지 2층 침대가 3개 있는 게스트 하우스 급이었지만 다섯 명이 한 방에 있을 수 있어 딱 제격이었다. 사막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자이푸르의 첫 저녁식사는 유명한 맛집을 찾아 가 보기로 했다. 우리도 여긴 처음이니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맛집을 검색했다. 자이푸르에서 처음으로 중국 음식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는 식당을 찾아냈다. '모모'라 불리는 만두 등의 중국 음식과 인도 음식을 모두 파는 곳이었다. 후기도 엄청 많았다. 가격이 좀 비싸겠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사막 투어의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5인 가족이 여행하며 숙소를 잡을 때, 한 방에 2층 침대 3개 짜리 방은 아주 유용하다.


식당 안은 조금 고급스럽긴 했지만 4성 5성급 호텔 수준은 아니었다. 외국인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는 걸 보니 인터넷 후기를 보고 많이들 찾아오는가 싶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받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좋은 인도 식당의 5배 이상의 가격이었다. 그렇다고 더 특별하지도 않은 평범한 인도 메뉴였다. 우리랑 비슷하게 들어온 인도 가족 - 인도 타 지역에서 온 여행객인 듯했다 - 이 메뉴판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렸다. 우리는 어떻게 할까? 이 가격에 이걸 먹어야 할까? 아니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할까? 지금 일어나면 이 밤에 어디 가서 저녁을 먹어야 하지? 여긴 뱅갈루루가 아니다. 결국은 적당히 조금만 시켜서 먹기로 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엄청난 맛일 테니까.


음식이 나왔다. 하... 인터넷에 속았다. 댓글 후기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바가지 씌우는 식당일 뿐이었다. 인도 어디를 가도 안 속고 여행할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치던 체면을 있는 대로 구겼다. 영화 타짜에 '이 판에 호구가 누군지 모른다면 그 호구는 바로 너다'라는 명대사가 있다. 베테랑은 개뿔, 바로 우리가 자이푸르의 호구였다.

인터넷 검색 실패로 자이푸르 호구가 되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었지만 내 표정이 너무 극혐이라 살짝 스티커로~~


맛도 없는 음식을 다섯 배나 비싼 돈을 내고 허전한 위장과 마음으로 걸어 나왔다. 식당 밖에 우리와 같이 인터넷을 의지해 식당 앞을 기웃 거리는 여행객을 뜯어말리고 싶은 지경이었다. 이대로 호구로 남고 싶지 않았다. 돌아오는 우버 택시 운전사에게 자이푸르에서 로컬 탈리(인도식 백반)로 유명한 곳을 알려달라 했다. 관광객들 가는 곳 말고 드라이버 아저씨들 가는 기사 식당 맛집으로다가. '산토쉬'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식당 이름이 튀어나왔다. 숙소에 돌아와 주차 관리를 하는 인도 아저씨에게도 물어봤다. '산토쉬', 같은 이름이다. 여긴 진짜다! 내일 점심은 무조건 여기다.


'Santosh'는 자이푸르 복잡한 시내 복판에 있는 꽤 오래돼 보이는 허름한 식당이었다. 점심시간이 꽤 지나서 자리는 여유가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식당의 모두가 우리를 쳐다본다. 이 구역에 웬 외국인? 이런 느낌이다. 탈리를 주문하자 서빙하는 아저씨가 일일이 먹는 시범을 보인다. 이럴 땐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 행세가 도움이 된다. 시키는 대로 손으로 으깨고 쓱쓱 비비고 입으로 쏙 집어 놓으면 우리를 쳐다보는 모두가 행복해한다. 맛도 끝내 준다. 이게 바로 진짜 인도 맛이지.


산토쉬 앞의 저 아저씨는 누구였더라, 이 구역 조폭 아저씨인가?


어디를 가나 인터넷 광고 상술로 과대 포장된 식당과 여행지가 있다. 왜 이 정도로 유명한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유명 김밥집처럼... 낯선 동네에서 맛집을 찾을 땐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이라는 진리를 배웠다. 그런데 이런 곳도 있긴 하다. 전주가 고향인 지인에게 전주에서 진짜 동네 사람들이 가는 맛집 좀 알려달라 했더니.. 이러더라.


"으응~ 아무 동네 밥집이나 들어가. 그냥 다 맛있어."


코로나로 비행기 타긴 글렀고 맛집 검색 필요 없는 전주 여행이라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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