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할 것이 있다. 2년이 다 되어 가는 기억을 더듬어 가며 적다 보니 여행기에 문제가 있었다. 자이푸르에 가기 전 바라나시를 먼저 들렸었는데 순서를 헷갈렸다. 그러니까 자이푸르엔 사막이 없다는 것을 바라나시에서 이틀을 있으면서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회를 위해 아내와 자리를 잡고 앉아 기억의 순서를 꼼꼼히 되짚어 보다가 실수를 발견했다. 빨리 이실직고하고 빼먹은 바라나시 이야기를 해야겠다.
하이데라바드 - 바라나시 - 자이푸르로 이어지는 여행 경로는 거리가 꽤 멀다. 총 2,000km가 넘는다. 기차로는 이틀을 가야 한다. 기차가 여행의 묘미가 있다고 쓰긴 했지만 잠자리 바뀌면 골병드는 사십 대에겐 빨리 가서 편한 잠자리에서 기력을 보충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그리하여 저질 체력인 엄마 아빠를 위해서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바라나시는 많은 인도 배낭 여행자들이 찾는 성지 같은 곳이다. 갠지스 강가에서 화장을 하고, 그리고 그 부산물을 강에 떠내려 보낸다. 그리고 그 강물이 성스럽다며 수많은 순례객들이 강가에서 목욕을 한다. 아이돌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힌두 사제들의 저녁 불쇼는 종교심 강한 힌두인들에겐 경외심을 준다. 해질 무렵 작은 배를 타고 강으로 나오면 그 정신없던 인파의 강가는 고즈넉한 고대의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관광객들에겐 이렇게 매력적이고 이국적인 볼거리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런 나에게 또 바라나시를 가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난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다. 'No!' 다시 가고 싶진 않다. 옛날 어린이날 대공원 같은 인파, 한 발을 떼기도 힘든 소똥 지뢰 길들, 다른 인도 도시의 열 배는 될 것 같은 자동차 경적 소음,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는 소와 개의 시체들... 아. 인도에서 10년을 살았지만 이 만큼 하드코어 한 도시가 또 있을까? 재밌는 구경거리는 많았지만 다시 가고 싶어 지진 않는 그런 곳이다. 그래도 인도 여행자라면 꼭 들려야 하는 곳임은 틀림없다. 이 글을 읽고 바라나시를 건너뛸 생각은 절대 마시라. 바라나시를 안 보고 인도를 다녀왔다 할 수 없으니까.(나만 소똥을 밟을 수는 없으니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