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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y Nov 15. 2020

재밌으면 고생도 즐겁다.

딸이 쓴 인도 여행기

재밌으면 고생도 즐겁다 : 딸이 쓴 인도 여행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가족의 매력 발산 담당이며 장녀인 고딩 소녀이다. 아빠의 제안으로 내 관점에서의 2년 전 인도 여행 이야기를 쓰게 됐다. 나의 어린 시절은 인도로 가득 차 있다. 두 살 때 인도에 가서 10년을 살았다. 그 10년의 시간은 마치 좋은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다. 같은 꿈을 두 번 꾸는 일은 흔치 않다. 특히 기분 좋은 꿈을 똑같이 다시 꾸는 건 행운이랄까. 2년 전 인도 여행은 그토록 꾸고 싶었던 그 꿈을 다시 꾸게 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아빠에게 인도 여행을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땐 농담인 줄 알았다. 이루어지지 않을 소원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가족은 짐을 싸서 공항으로 떠나고 있었다. 내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렸다. 하지만 거의 하루 동안 중국을 경유하며 이 여행이 현실임을 깨달았다. 일단 중국은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안됐다. 내 최애 앱 두 가지가 안된다는 건 마치 물과 음식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하루 종일 밥을 못 먹는 건 참을 수 있어도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못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지루하고 고달픈 비행도 끝! 드디어 뉴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출구를 향해 벅찬 마음으로 뛰어갔다. 근데 우웩, 이게 무슨 일인가. 저 멀리 우리를 반기는 줄 알았던 안개가 미세먼지였다니…! 뭐 어쨌든 그것은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고 인도에 왔으면 뭘 해야 한다고? 바로 짜빠띠와 비리야니 조지기~~ 나를 4년 동안 기다리게 한 인도음식들을 다 먹어치웠다. 매우 매우 만족스러운 첫 끼였다. 하지만 이건 애피타이저에 불과하지 후훗.


음식도 음식이지만, 옛날에 자주 가던 곳들과 자주 보던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어 너무 기뻤다. 또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슬픈 느낌도 있었다. 아주 옛날에 잃어버렸던 강아지를 다시 찾게 되었는데, 그 강아지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느낌이랄까. 행복하면서도 씁쓸했다. 뭐 어쨌든!! 이왕 고생하면서 온 거 여행 맛있게 즐겨야겠죠잉~?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바라나시이다. 말로만 듣던 갠지스 강을 처음 보았다. 그 순간 나태주 시인의 '풀꽃' 중 한 소절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가까이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개뿔, 완전 그 반대였다. 대충 보아야 예쁘다. 멀리서 보아야 사랑스럽다. 그 강은 자세히 보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소, 염소, 개똥들이 가득하고 쓰레기가 떠다니며 심지어 염소 시체도 떠다녔다. 정말이지 끔찍했다. 그러나 저녁 무렵 멀리서 바라본  경치는 칭찬해 줄 만했다.


그리고 당시 여행 중에 있었던 우리 가족은 아무도 모르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난 인도 여행을 가기 전부터 썸남이 있었다. 꽤 오랫동안 연락을 하고 지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남자애가 나를 쫓아다녔다. 인도 여행 첫 1주일 동안은 꾸준히 연락을 하며 지냈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갈수록 시차도 맞지 않고 내가 너무 바쁘다 보니 연락을 뜸하게 했다. 그런 탓인지 한국에 와서도 연락을 자주 하지 않게 되었고 우린 어색해지고 말았다. 곧 있으면 사귈 각이었는데… 뭐! 나도 고작 2주도 못 기다려주는 남자 따위 필요 없다고! 그래도 참 좋은 친구였는데.. 이 얘기를 보는 아빠의 모습이 상상이 간닼ㅋㅋㅋ 인도 여행이 가져 다 준 나의  좀 슬픈 러브 스토리였다.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또 다른 일은 내가 보고 느끼는 것들을 내 맘속에 잘 새겨 놓아야 한다는 거였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가족과의 '인도 여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왠지 그 순간의 감정과 기분은 그 순간뿐일 거라는 생각에 마음은 굉장히 분주했다. 그런데 그 가볍지만은 않은 마음을 안고 소똥 밭을 요리조리 피하며 다녀야 하니 얼마나 지쳤었는지... 그래도 이런 게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가족과 함께하는 첫 긴 외 여행은 너무나도 재밌었다.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이 일어났고 싸우기도 드~릅게 많이 싸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가족과의 이런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했고 소중하며 감사했다. 재밌으면 고생을 해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가족과 함께 했던  인도 여행이었다.



[ 덧붙이는 말 ]


아빠의 글들을 보며 나를 충격에 빠트린 내용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인도에 갔는데 먹고 싶은 음식이 별로 없다고?! 아니, 이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나라에 갔으면 다른 건 몰라도 그 나라의 음식은 마음껏 누리고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적지나 유명한 장소들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들은 사진으로 다시 볼 수 있다.  음식의 ‘맛’은 그 나라에 가지 않는 이상 또는 누군가가 운 좋게 나타나 그 음식을 만들어 주지 않는 이상 다시 느끼기 힘들다. 그리고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인도’인데 먹고 싶은 게 없다니… 정말 충격 그 자체이다. 아무래도 아빠가 말한  ‘식구’에서 아빠를 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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