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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y Nov 21. 2020

델리에서의 마지막 쇼핑

미세먼지의 습격

델리에서의 마지막 쇼핑 : 미세먼지의 습격


슬슬 떠나야 할 때가 왔다. 인도 수도 델리에서 마지막 하룻밤을 보내고, 왔던 경로대로 돌아가야 한다. 타지마할에서 델리로 가는 도로는 정말 생경스러웠다. 고작 며칠 전의 바라나시와 너무나도 생이한 넓고 잘 닦인 고속도로. 꼭 어느 독재 국가의 잘 닦인 선전용 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랄까. 온통 패인 아스팔트 도로를 보며 '밤마다 코끼리가 밟고 지나간 자국'이라며 쓴웃음 지며 농담을 던지던 인도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 친구들에게 말해줘야겠다. 이제 더 이상 코끼리가 고속도로를 할보하지 못하게 되었노라고. 최소한 델리와 아그라 사이에는...

코끼리 발자국도 역주행도 없는 뻥 둟린 델리-아그라 고속도로!!


델리에서의 하루 일정은 아주 간단했다. 더 이상의 관광은 없다. 오직 쇼핑!! 쇼핑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우리가 사야 할 것은 대부분 동네 큰 슈퍼마켓에 다 있다. 쇼핑 리스트는 정말 소박하다. 인도 과자와 초콜릿, 커리용 각종 향신료, 히말라야 립밤, 바이오티크 비누, 헤나 파우더.. 뭐 이런 것들이다. 카트 한 가득 담아 계산대로 나오는데 한 상품이 나를 강하게 유혹했다. 저 묵직한 것을 사서 가는 것이 가능할까? 무게도 무게거니와 뭐 저런 것까지 사냐고 아내가 욕할 것 같기도 했다. 그건 바로 바스마티 라이스, 인도 쌀이었다. 인도 볶음밥과 비리야니를 할 때 찰진 한국 쌀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5킬로짜리 한 포대를 들고 오니 아내가 딱 1초 정도 당황한 듯했다. 그러나 금세 '그렇지 바로 그거지' 하는 표정으로 나의 쌀포대를 맞이해 줬다. 온갖 간식거리와 인도 식재료를 들고 나오는데 명절 장을 본 것처럼 풍성했다. 한동안 한국에서도 인도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니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

정신없이 쇼핑하느라 쇼핑사진은 없지만 마지막 델리 숙소에서 감사 기도로 여행을 마무리 했습죠~^^


아! 델리에서 받은 충격이 하나 있다. 워낙 인도는 모든 도시가 매연이 많다. 수많은 오토릭샤와 오토바이들, 수 십 년된 버스와 트럭들, 포장이 덜된 도로에서 나오는 흙먼지들로 도심을 다닐 땐 손수건으로 입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만 도심만 벗어나면 의외로 공기가 나쁘지 않다. 밤이면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1월의 델리는 상황이 달랐다. 아그라에서 처음 델리에 도착했을 때 안개가 너무 짙다고 착각했다. 오후 늦은 시간까지 안개가 있다고? 진하게 시야를 가리고 있는 안개를 쳐다보니 색이 붉으스레 했다. 미세먼지였다. 세계에서 가장 심해서 수치로도 측정이 되지 않는다는 1월 델리의 그 미세먼지였다. 델리의 미세먼지는 자동차와 공장매연 때문이 아니다. 삼모작을 할 수 있는 인도의 1월은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그런데 수도 델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타프라데시 주의 농부들은 다음 농사가 잘 되려면 밭을 태워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정부가 금지했지만 그 믿음은 종교와도 같다. 주 전체에서 피어 올린 연기와 재들은 수도 델리의 하늘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1월엔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 모든 미세먼지가 그대로 델리에 가라앉는다. 만약에 인도 델리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1, 2월은 피해야 하는 이유이다. 앗!! 어쩌면 타지마할을 덮고 있던 그 실크 같은 안개도 혹시 미세먼지가 아니었을까? 에이~ 아닐 거야... 설마? ㅠㅠ

타지마할은 안개였을거야. 안개였을거야.. 안개였....



[여행자라면 서남아시아의 계절을 알아두자]


서남아시아의 계절 변화를 알면 여행에 도움이 된다. 우스개 소리로 인도에는 세 가지 계절이 있다고 한다. 여름, 엄청 더운 여름, 덜 더운 여름. 사계가 분명한 우리가 보기에는 크게 계절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 지역의 진짜 여름은  3-5월이다. 40도가 넘는 더위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여름 기간인 6-9월은 몬순 기간이라서 더위가 한풀 꺾이고 비가 내린다. 그러나 한국의 장마처럼 하루 종일 몇 주간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다. 매일 정하진 시간에만 소나기가 내리듯이 비가 내리기 때문에 여행엔 큰 지장이 없다. 그리고 12-1월은 인도도 나름 겨울이다. 남인도는 최저기온이 15도 이하로 내려가기도 하지만 낮엔 30도를 넘나 든다. 그에 반해 북인도는 최저기온이 10도 이하로도 내려가고, 대부분의 숙소에 난방 시설이 없으니 옷을 따뜻하게 준비해야 한다.


듣기로는 동남아시아도 계절 변화가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태국 치앙마이도 1, 2월에는 미세먼지가 최악이라고 하니, 한 달 살기 프로젝트는 그때를 피하면 좋다. 세 아이들과 치앙마이 한 달 살기가 너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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