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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y Nov 25. 2020

인도 여행이 가져다준 것

에필로그


2년이 흘렀다. 코로나가 일상을 통째로 바꾼 세상에 살면서 여행은 정말 꿈꾸는 것이 되어 버다. 인도 여행 이후 다음 여행을 이야기하면서 꿈같은 계획을 세울 때는 그 꿈은 손에 잡힐 듯한 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 멀리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이 느껴진다.


지난 1년의 이 난리통은 여행에 대한 우리 식구의 생각도 많이 변화시켰다. 우리의 여행 버킷리스트는 다섯이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하는 거다. 지난 15년간 한 번도 쓰지 않고 모은 항공 마일리지는 이제 곧 다섯 명의 유럽 항공권이 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오랜 꿈에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 보여준 유럽인들의 인종차별과 낮은 시민의식에 적지 않은 실망을 다. 가치 소비와 공정 무역, 착한 여행 등이 이 시대 비즈니스의 키워드가 된 지 꽤 오래다. 굳이 우리의 귀한 열정과 돈을 저런 곳에 가서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가족회의를 통해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가족 유럽 배낭여행을 포기하기로. 그리고 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갈 수 있게 된다면 높은 시민의식과 인종차별 편견이 없는 선진 시민국들이 모여있는 동남아시아를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모두가 즐거워한다. 둘째 아들은 자기는 원래 유럽 배낭여행이 별로였단다. 막내는 가격 걱정 없이 마음껏 현지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동남아가 훨씬 좋단다. 코로나는 여행을 결정하는 우리의 기준을 바꿨다. 유럽 왕복 마일리지로 동남아시아를 간다면 어쩌면 돌아오는 편도쯤은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천장을 뚫어버릴 듯 환호가 쏟아졌다. 그래... 2년 전 중국의 2개 도시를 돌아 돌아 한국 비행기는 좀 힘들긴 했었지.


막내 생일맞이 조촐한 파티. 2년 전 인도 여행을 다시 이야기해 볼까~^^


막내의 생일을 맞아 카페에서 조촐하게 파티를 했다. 세 아이들과 아내에게 2년 전 인도 여행이 여행에 대한 어떤 생각의 변화를 주었는지 물었다.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야. 그런데 개고생도 재미있었어. 그리고 여행이 계획대로만 되지 않더라도 재밌을 수  있다는 걸 배웠지."


난 성향상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엄청 짜증이 나는 사람이다. 미리 동선과 구체적인 여행 계획이 있어야 마음이 안정된다. 그러나 아내의 말처럼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어떨 때는 그 계획의 차질이 우리에게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계획을 바꿨다. 계획이 갑자기 바뀌더라도 여행이 재밌을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우기로~ ^^


두 아들들은 그냥 재밌었단다. 뭐가 어떻게 재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마음에 새겨진 것은 가족과 함께 긴 해외여행을 한 것이 끔찍한 기억이 아니라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시 물었다. '비용을 다 대주면 엄마 아빠 없이 너희 셋만 여행 가겠어?' 셋 다 싫단다. 이유는 재미없을 것 같아서. 가족이 다 함께할 때 즐거운 여행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성공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폭풍 사춘기를 끝낸 큰 딸 주희가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내가 10년을 살면서 알고 있던 인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인도도 정말 다양하고 지역마다 다르다는 걸 알게 돼서 좋았어.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한국도 지금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겠지? 그래서 한국의 여러 곳을 다녀보고 싶어 졌어."


다양성을 아름다움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다양함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 이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 아닐까. 코로나는 그 다양성이 가장 존중되는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나라들이 실상은 가장 혐오하는 나라들이었다 것을 알게 해 줬다. 우리가 유럽 배낭여행을 미련 없이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배낭을 메고 동남아시아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때가 오면 우리 식구는 또 어떤 성장을 하게 될까? 분명히 올 행복한 꿈을 꾼다.


아~ 인도에서 산 알라딘 바지를 입고 마스크 없이 다시 떠날 오비글스의 배낭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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