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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y Sep 07. 2020

집구석 여행기

본 자와 못 본 자

집구석 여행기 : 본 자와 못 본 자


한 방송사에서 집구석 트레블러 챌린지를 공모했다. Covid-19로 해외여행 관련 콘텐츠를 찍을 수 없게 된 방송국 사람들이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일반인들이 이전에 해외여행을 다니며 자유롭게 찍었던 영상을 보내주면 재밌는 것을 골라 상을 준다. 어쩌면 방송도 해 줄지 모른다. 이 광고를 보면서 지난해 1월, 다섯 식구가 2주간 다녀왔던 인도 여행이 떠올랐다. 제대로 찍은 영상은 없어 응모하긴 글렀고, 글로나마 남겨서 이 특별한 추억을 기록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인도 여행 다녀온 것이 뭐가 특별한 것이겠는가? 배낭여행 좀 해 봤다 하면 인도 안 가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 가족의 전력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특별하다고 느낄지 모르니 용기를 내 본다.


인도에 살기 위해 처음 간 것이 2005년. 돌 지난 딸아이를 데리고 그곳에 갔을 때 내 나이 서른둘. 그리고 만 10년을 중남부 인도 뱅갈루루에서 살았다. 그동안 인도에서 두 아들이 태어났다. 그렇게 10년 동안 우리 가족은 인도의 상징이라는 '타지마할' 한 번 못 가보고 살았다. 우스개 소리로 인도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타지마할을 본 자와 못 본 자... 10년을 살아도 그저 타지마할도 못 본 자였지만, 마음 한편엔 언젠가 볼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타지마할도 못 가보고. 한국에서의 시간은 순식간에 4년이 흘렀다. 쑥쑥 커가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인도는 아련한 고향이 되어가고 있었다. 언제 다시 한번 가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그런 곳.

 

지인들 도움으로 월세 집은 구했지만 가스 설치하는데 몇 주, 인터넷 연결에 몇 달... 첫 몇 달은  집 앞 인도 식당이 우리의 식탁이 되었다.


그 무렵부터 인도에서 거래했던 은행으로부터 계속 메일이 날아왔다. 한 달에 한번 꼴로 날아오는 메일을 하루는 날을 잡고 읽어보니, 내 은행 계좌가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휴면계좌가 되었고 더 오래되면 잔액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2015년에 인도를 떠날 때, 1년 후 되돌아 갈 것을 계획하고 월세 보증금을 은행에 남겨두고 왔던 것이 생각났다. 보증금은 월세의 10개월치라서 두 사람 정도의 항공료와 비자비용, 체류비 정도였다. 가서 그 돈을 찾아봐야 딱 경비로 쓸 돈 정도였다. 이걸 어떡하나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다. 아내에게 혼자 인도에 가서 보증금 찾아오겠다고 했다가 안 그래도 인도 향수병에 걸려 있는 아내에게 된통 한 소리를 들었다. 아이들도 아빠 혼자만 인도에 가는 건 배신 행위라며 가세를 했다.


늦은 밤 몰래 1월 비수기 항공비 가격을 검색해 봤다. 내가 살았던 뱅갈루루는 직항이 없다. 보통은 동남아시아를 경유하는데, 방콕이나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면 보통 항공료가 60-80만 원 정도 한다. 간혹 운 좋게 50만 원짜리를 구하는 횡재를 하기도 한다. 이곳저곳 사이트를 뒤지며 싼 표를 찾는데, 중국의 어떤 도시 두 곳을 경유해서 뉴델리로 가는 항공료가 성인 30만 원에 나온 것이 아닌가! 어린이는 20만 원! 인도에 10년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항공료였다. 다섯 식구가 다 가도 인도 뉴델리 왕복이 130만 원 남짓.


그렇게 우리 다섯 가족의 숙원 버킷리스트 '타지마할 본 자'가 되기 위한 특별한 인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인도 로컬 초등학교는 교복을 입는다. 직접 천을 사서 동네 테일러샵에 학교에서 준 패턴을 주면 저렴하게 만들어 준다. 천 재질이 좋지는 않고 불편하지만 입혀 놓으면 참 귀엽다.
짜이(인도밀크티) 한 잔의 여유가 있는 나라. 인도는 우리 가족이 짜이 나눠 마시던 추억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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