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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y Sep 09. 2020

식구 소개

식구 소개


이제 즐거운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다섯 식구를 먼저 소개해야겠다. 이 글을 쓰는 다섯 식구의 아빠인 나는 40대 중반을 넘긴 평범한 한국인. 30대 초반에 인도에 가서 커피 하우스도 운영해 보고, 어학원도 운영해 보고, 기업 대상으로 한국어 강사도 하면서 10년을 살다 온 겁 없는 개척자 같지만, 실상은 쫄보에 호들갑 엄살 작살의 평범한 한국 남자다.


가슴팍의 글자는 게이가 아니라 그레이다. 가을색에 어울리는 남자...

다섯 식구의 엄마인 아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세상 이런 천사표가 어딨냐는 소리를 혼자 다 듣는 사람이다.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것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 무서운 고집쟁이라는 것은 최측근만 아는 비밀. 한 예로 항상 나에게 오늘 뭐 먹고 싶냐고 메뉴를 묻는다. 나는 지난 10년간 아내의 결정을 돕기 위해서 열심히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해 주었다. 그러나 결국은 항상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한다. 10년을 살아서야 알았다. 나의 결정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중이었다는 것을...

어쨋든 아내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 ^^

세 자식 중에 첫째는 딸이고, 이름은 주희다. 굳이 이름을 공개하는 이유는 2살 때 인도에 와서 몇 안 되는 한인들에게 얻은 별명을 말해야 그녀를 설명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 때 네 자 이름이 유행했더랬다. 최강창민, 유노윤호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녀는 인도에 오자 마자 네 자 이름을 얻었다. 그 이름하여 '지..주.희.' 당시에 저 집에 가면 젊은 부부는 참 사람 좋은데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아주 지랄 맞은 딸아이가 있는데, 잘못 물리면 골치 아프니 잘 피해 가라는 소문이 있었다는... 악명 높던 아기는 훌쩍 커서 다시 인도 여행을 갈 무렵엔 갓 '중2'를 마쳤을 때다. 북한의 누구도 벌벌 떤다는 중2 딸을 데리고 인도 여행을 떠나는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일까? 돌이킬 수 없는 악몽의 시작은 아닐까...

첫째 딸 밑으로는 두 아들이 있다. 은찬과 은혁. 둘 다 인도 뱅갈루루 태생이다. 인도는 그 나라에서 태어나도 시민권이나 국적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출생증명서는 인도 정부에서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때만 해도 인도 정부 발행 출생증명서만 있으면 외국인이 땅도 사고 집도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두 아들은 한동안 철썩 같이 믿었다. 나중에 혹시 한국에 전쟁이 나면 인도로 피신을 가서 땅도 사고 집도 사서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이제 5학년과 3학년을 마친 철부지 두 아들까지 다섯 식구는 귀향 같은 인도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인도 여행이 확정되고 어떤 여행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가족회의가 열렸다.

 

인도에서 태어난 두 아들, 세상 귀여웠던 이 놈들은 지금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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