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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봄 Nov 24. 2020

12. 아재가 되고 보니..

남자, 마흔의 다짐

20대 초반부터 취업 준비로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정확히는 병역의 의무 대신 병역특례로 회사에서 일을 했다.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선 욕을 먹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덕분에 일중독이 되어버렸다. 많지 않은 월급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30대 초 중반에는 결혼과 육아 그리고 이직으로 시간을 보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결혼 생활은 쉽지 않았다. 아이는 알아서 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30 후반에 들어서야 삶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허무함과 마주할 때 삶의 이유를 묻곤 한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다.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보이지도 않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본질보다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끊임없이 채찍질을 하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결과를 중시하고 의미를 잃고 방황한다. 잠시 목표를 잊고 행위가 멈추는 순간엔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며 망상이 돋아난다.


과거에 파묻혀 '후회'와 '미련' 속에 쳇바퀴 돌듯 살기도 했다. '만약 뭐 했더라면..'으로 시작한 생각들은 내 감정을 집어삼켰다. 후회는 증폭되어 현실을 원망했다. 미련은 상황을 억울해하며 증오의 대상을 찾게 했다. 밀폐된 공간에 갇힌 독사나 다름없었다. 잔뜩 약이 올라 지나가는 무언가라도 보이면 공격했다. 감정의 날카로운 파편들은 타인에게 생채기를 냈다.


한때 인생의 정답을 찾으려고 발버둥 쳤다.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행복이란 무엇인가?', '왜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걸까?' 등의 질문은 꼬리를 물듯 이어졌다. 정답을 찾으려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했지만, 답은 없었다. 인생에서 답을 찾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는 것 같다. 정답은 수학시험 문제에만 있을 뿐이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누구도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알려줄 수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40 초반이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명확히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마흔 살을 기준으로 본다면 몇 가지 차이가 난다. 첫째는 대인관계다. 인연이나 관계는 억지춘양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가오는 인연은 반갑게 맞이하지만, 멀어지는 관계를 너무 서운해하지 않는다. 둘째 꾸준함이다. 작은 일들을 꾸준히 하고 있다. 독서 습관, 스트레칭, 식습관 같은 것들이다. 내게 꾸준함은 능숙함보다 선호를 알기 위함이다. 정확한 기간을 산정하긴 어렵지만 100일 정도를 해보면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마지막은 '작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이다. 흔히 말하는 소소한 행복이다. 무언가 큰 것을 이루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사건들이 쌓여 결과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미래는 막연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현재에 충실하자'이다. 과거에 집착해 현실을 부정하고, 먼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희생시키지 않기로 다짐한다. 작은 행복을 찾아 숨은 그림을 찾듯 설레는 마음이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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