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마케터, 작사가 차이: 커리어가 꼭 하나의 직업이어야 할까?
*솔직한 인터뷰와 아직 첫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회사와 인물명은 닉네임으로 대체합니다*
코코넛: 좋네요. 이제 미래로 넘어갈게요. 지금까지 차이님은 어디서나 <좋은 직원>이었는데, 앞으로 1만 시간 후에는 어떤 타이틀로 불리고 싶어요?
차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좋은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마케팅이 주 업무이긴 하지만 여전히 계속해서 기획 업무를 하고 싶고, 하고 있고 그래서, 네. 좋은 기획자면 좋겠습니다.
코코넛: 이 과정에서 추가로 해보고 싶거나 다녀보고 싶은 회사가 있나요?
차이: 업무적으로는 사실 없을 것 같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나 뭐 어떤 업종을 생각한 적은 없고, 업무 외적으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긴 해요. 계속해서 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요. 가능하면 작사처럼 곁다리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일도 경험해 보고 그런 게 쌓여서 무언가 복합적인 나만의 것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그런 생각입니다.
코코넛: 앞으로 주니어들에게 무언가를 전해야 하는 시기가 올 텐데요. 그때 꼭 전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
차이: 사실 사람마다 줄 수 있는 피드백이 다를 것 같기는 한데요. 신입사원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거짓말하지 마라.’에요. 그때그때 수습하려고 하는 거짓말은 어차피 티가 날 수밖에 없고 일에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실수해도 상관없는데 거짓말은 안 했으면 좋겠더라고요.
코코넛: 취미가 워낙 많아서 계속 취미 얘기를 같이하게 되네요. 앞으로 취미가 커리어와 접점을 이루거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나요? 목표나 구체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차이: 커리어랑은 사실 상관없는데 제 목표 중의 하나는 회사에서 어떤 노래 가사로 책을 제작할 때 가사에 작사가 명에 제 이름이 있는 거요. 팀원들이 “이 사람 이름 차이님이랑 같네요.” 했을 때 “어, 그거 저예요.” 그렇게 이걸 알리는 게 하나의 목표고요.
코코넛: 취미가 커리어에 끌려 들어가는 거네요.
차이: 그렇죠. 그래서 제가 아티스트로서 계약서 서명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그런 곡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게 목표예요. 앞으로는 진짜 모르겠어요. 과거에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취미가 일에 들어온 경우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제가 디자인하고 인스타툰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그런 걸 버프삼아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하거나 기획하게 되고 하는 경우들이 있었어요. 앞으로 또 어떻게 제 취미들이 일에 녹아들어 갈지 저도 좀 기대가 되네요.
코코넛: 출판 산업이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플랫폼화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어요? 지금 차이님이 다니는 회사가 이 부분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차이: 어려운 문제인데 사실 책을 만들고 있지만 세상에 책이 너무너무 많아요. 책이 너무 많고 많이 버려져서 채식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게 맞는 방향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인간은 계속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플랫폼과 매체가 바뀌어도 고전처럼 그 고유한 의미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코넛: 같은 맥락에서 다가올 미래와 차이님의 목표를 위해 강화하고 싶은 능력이 무엇인가요?
차이: 일단은 경험을 좀 더 많이 쌓아야 할 것 같고요. 아까 다양한 경험이라고 한 것처럼 제가 가진 양분이 많아져야 할 것 같고, 회사에서든 아니면 개인적으로든 무언가를 실행할 수 있는 실행력도 좀 길러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목표를 잡고 구체화를 하고 방법을 찾아야 무언가가 실행되는 건데 제가 일단 아직 거기까지 못 가고 있어요. 시간이 나고 여유가 생기고 원하는 게 확실해져야 목표부터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코코넛: 요즘 워라밸 관련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앞으로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고 싶어요?
차이: 지금 회사 업무가 그렇게 안 바빠서 지금이 딱 좋다고 생각해요. 하루 여덟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정도의 업무량이고 업무 마감 뒤에는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예요. 딱 회사 일은 여덟 시간으로 끝내고 그 외 시간은 취미 활동이나 운동을 하는데 쓸 밸런스가 좋아요. 특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서 그 여덟 시간조차 원하는 곳에서 쓸 수 있다는 게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이 좀 더 지속되면 좋겠어요.
코코넛: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다른 분야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뭘 해보고 싶나요?
차이: 이거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림책을 좀 만들어 볼까요?
코코넛: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1만 시간 뒤에 뭘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이 먼저 떠올라요?
차이: 1만 시간 뒤는 진짜 모르겠네.
코코넛: 그래봤자 지금까지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한 기간이에요. 그거 한 번 더 하는 거예요.
차이: 다른 계열사에서 기획하고 있을 것 같아요. 우리 회사는 없어지지 않을까요?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때쯤에는 작사로도 수입이 좀 들어오고 있으면 좋겠네요.
코코넛: 1만 시간 뒤 당신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차이: 이거 칠 년 뒤에 또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칠 년 뒤에 나에게. 몇 살이야, 서른아홉? 와우.
차이야 결혼은 했니? 건강하고 행복하면 좋겠다. 주짓수는 하고 있을까? 칠 년 뒤면 검은띠일 텐데.
코코넛: 녹음 파일 삭제 안 할게요. 마지막인데 오늘 인터뷰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이나 정리된 게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차이: 인터뷰하면서 저를 좀 되돌아보고 미래도 생각해 보고 그랬던 것 같고요. 내가 평소에 이런 생각을 정말 안 한다는 것도 깨달았고 틈틈이 인생을 요약해 보고 미래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겠다.
어딘가에 기록해 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코코넛님이 해주면 좋겠다.
코코넛: 나중에 보여주면 좋겠다는 거죠?
차이: 네. 입사 초에 목표 세 가지 세웠던 것도 까먹고 있었고요. 말해줘서 너무 좋았습니다.
코코넛: 알겠습니다. 재밌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해석이 전부일 필요는 없다.
다음 장에서는, 전혀 다른 설명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