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와 빨래 개기
누가 그러더라.
부부사이는 로또인 것 같다고.
어쩜 그리 안 맞을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라고.
하긴 매주 오천 원씩 사보지만,
숫자 6개씩 5줄을 통틀어도 그놈의 당첨 숫자 6개는 고사하고 내가 선택한 30개 숫자 중에 당첨 숫자가 없는 날도 많더라.
정말 어쩌다 숫자 3개가 맞아 오천 원 본전치기하는 날이 있는데.. 부부사이에도 그런 날이 있다.
아침 먹고 쌓아둔 그릇들이 점심 그릇들과 더해
설거지거리가 잔뜩 쌓인 일요일 점심 무렵.
설거지를 시작하려 싱크대 앞에 서 있는데 마침 돌아가던 건조기가 멈추며 띠로리 띠로리 경쾌한 알림음이 나온다.
아 설거지보단 빨래 개는 게 좋은데..
내가 빨래 갤테니 설거지하라고 말해볼까.
아니 근데 잠깐만, 저 사람은 건조기 끝나는 알림을 못 들은 건가. 왜 안 움직이지?
이러다 설거지도 내가 하고, 빨래도 내가 개는 건가
“아, 건조기 다됐네!”
스펀지에 주방세제를 짜며 최대한 자연스레 외쳤다.
그리고 속으로 숫자를 세어본다.
하나
둘
셋
“그래? 그럼 내가 설거지할 테니까 빨래 정리해 줘”
예쓰!
나는 설거지보단 빨래 개는 게 좋다.
다행히 아내는 빨래 개는 것보단 설거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
숫자 세 개.
오천 원 치 로또를 맞은 기분이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빨래를 갠다.
오늘은 겉과 속이 뒤집어진 양말을 보아도 화를 내지 않고 곱게 뒤집어 예쁘게 개어 놓는다.
그렇게 빨래를 다 개어갈 때쯤 주방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 음식물 쓰레기랑 일반 쓰레기…”
아, 부부사이는 확실히 로또가 맞다.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