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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고는

by 박나비

기어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고는

울먹이는 너를 뒤로하고 돌아서고는

느리게 느리게 서너 걸음쯤 가다

한동안 우두커니 멈춰서있었던 건

사실은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끝내 뒤돌아보지 못하고

느리게 느리게 다시 걸음을 옮겼던 건

돌아서 제일 먼저 보이는 모습이

너의 뒷모습일까 두려워서였다


그날, 내가 아니라 네가 먼저 돌아섰다면

그밤, 참지 않고 내가 뒤를 돌아보았다면

그때, 우리가 서로 마주 보았다면

그랬다면 우리의 지금은 달라졌을까


기어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고는

울먹이는 너를 뒤로하고 돌아서고는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날로 돌아가

먼저 돌아서는 너를 그려보기도 하고

먼저 돌아선 내가 뒤돌아보는 상상도 해보지만

결국 우린 마주 보지 못하고 서로의 뒷모습만 바라보더라


그날 그밤 그때,

기어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고는

울먹이는 너를 뒤로하고 돌아서고는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날에 갇혀있다


기어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서는.





*이미지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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