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고는
울먹이는 너를 뒤로하고 돌아서고는
느리게 느리게 서너 걸음쯤 가다
한동안 우두커니 멈춰서있었던 건
사실은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끝내 뒤돌아보지 못하고
느리게 느리게 다시 걸음을 옮겼던 건
돌아서 제일 먼저 보이는 모습이
너의 뒷모습일까 두려워서였다
그날, 내가 아니라 네가 먼저 돌아섰다면
그밤, 참지 않고 내가 뒤를 돌아보았다면
그때, 우리가 서로 마주 보았다면
그랬다면 우리의 지금은 달라졌을까
기어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고는
울먹이는 너를 뒤로하고 돌아서고는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날로 돌아가
먼저 돌아서는 너를 그려보기도 하고
먼저 돌아선 내가 뒤돌아보는 상상도 해보지만
결국 우린 마주 보지 못하고 서로의 뒷모습만 바라보더라
그날 그밤 그때,
기어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고는
울먹이는 너를 뒤로하고 돌아서고는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날에 갇혀있다
기어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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