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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Feb 23. 2024

노친소와 목차구성

늦었지만 소개드립니다.

며칠 사~이 야~윈 널 달래고호~

집으로오 돌아~오면서허~~

마쥐막 까~아지도 하지 모옷~한 말~

혼자서어~ 되내였었쥐이~

사아랑하안다는~ 마음으~로도호~

가쥘 수우~ 없는 사람이~있어

나를 봐아~이렇게 곁에 이있~어도오

널갖지이~못하~잖아아아


오늘의 샤워 메이트는 90년대 전설의 레전드!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마지막 까~아지도' 와

'하지 모옷~한말~' 

부분이 조금만 매끄러웠으면 더 좋았겠지만

뭐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노래에 있어 우리 집안은 대대로 타인에겐 엄격하고

본인에겐 관대한 편이다.


가슴 시리게 애절하고 당장이라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것만 같은 절절한 바이브레이션으로

마지막 소절까지 야무지게 마무리하고

상쾌하게 샤워 부스를 나온다.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오토리버ㄹ스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술에 취한 니 목소리~

문득 생~각 났…

어라, 잠깐.


얼굴로션을 퐁~하고 왼손 바닥에 짜놓고

오른 손바닥으로 비벼 막 얼굴에 바르려는 찰나.

아, 서매유걸.


촵촵

로션을 얼굴에 바르는 건지

손바닥에 흡수시키는 건지

누가 봐도 알 수 없게 대충 문대고

괜히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마지막에 양볼을

찰지게 두 번 친 다음 거실로 나와 노트북을 켠다.

 

10여 년 전 광고회사 시절부터 써왔던

소중한 노트북이 달달달 힘겹게 로그인 화면을

내보인다. 사람으로 치면 노인 학대로 잡혀갈지도

모를 일이다.


터치패드가 될 때보다 안될 때가 더 많아

외장 마우스는 필수이고,

배터리 수명이 거의 다 되어서 완충을 해도

한 시간을 넘기기 힘들므로 늘 전원 케이블 연결은

기본이다.


덕분에 집앞 카페라도 한 번 갈라치면

전원케이블과 마우스 등등 각종 외장 부품들을

주섬주섬 한가득 가방에 쑤셔 넣어야 한다.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면 가냘픈 어깨가

바들바들 떠는 게 매번 느껴진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내 소원은 집 앞 카페에 갈 때 남들처럼 파우치에

노트북만 쏙 넣고 발걸음도 가벼웁게 룰루랄라

탭댄스를 추며 가보는 게 제 소원입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그 노트북에 사과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게

소원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할

만반의 준비가 다 되어있는데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서 항상 아쉬울 따름이다.


로그인 화면이 뜨면 재빨리 패스워드를 입력한다.

‘튼튼한 사이버 안보, 안전한 디지털 강국’에 걸맞게

10자리가 넘는 비번을 설정한 탓에 말 그대로

재빨리 입력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패스워드를 바꾸는 게 더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매번 패스워드를 입력할 때마다 다음엔 꼭

바꾸리라 다짐을 하고 어물쩍 넘어간다.

물론 이 다짐은 늘 다 지기 때문에

패스워드가 바뀔 일은 이번 생에는 없을 것 같다.

 

안 되는 것도 많고, 되는 것도 얼마 없는

고물 노트북이지만 난 이 친구의 이름까지

지어줄 정도로 각별히 애지중지하며 사용 중이다.  

앞으로 당분간 돈이 들어 올 일이 없기 때문이다.


벌써 50편이 넘는 글을 이 친구와 함께 했는데

소개가 많이 늦었다.


트북 구를 개합니다.

노트북이라 성은 '노'씨로 지었다.

‘노심초사’

언제 맛이 갈지 모르므로 각별히 아끼고 사랑하며

사용하자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다.

눈길을 끄는 커다란 사과 3개는 스벅 입장 시

필요한 일종의 통행증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많을수록 당당하게 입장할 수 있다더라..


이처럼 소중한 내 친구 노심초사를 켤 때마다

나는 괜스레 초사의 키보드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기계와 인간이라는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어

마음속으로 깊은 대화를 나눈다.


'이봐. 초사. 이왕 버틴김에 10년만 더 버텨줘.'

‘뭐? 차라리 죽여달라고?’

‘아니야 너의 잠재력을 무시하지 마.'

'뭐? 지나온 세월을 무시하지 말라고?'

"약한 소리 하지 마. 넌 아직 짱짱한 현역이라고.‘

‘뭐? 이 정도 썼으면 이제 그만 놓아달라고?’

‘닥쳐. 현역이라면 현역인 줄 알아.’


이렇게 초사와 국경과 인종, 성별과 나이,

재산과 학식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는

인간과 기계라는 존재의 틀을 초월한 어마무시한

범우주적 수준의 지적 대화를 끝낼 무렵이면

온갖 아이콘들이 미친년 널뛰듯 어지럽게

배치되어 있는 바탕화면이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다.


침대에 누워 노래 부르다 필 받아서 시작한

호기롭게 시작한 '서커스 매직 유랑 걸식단'은

어떤 컨셉으로 쓰면 좋을까.


처음 예고글을 올리던 해맑은 등신은

그저 러프하게 친구들과 밥 먹고 술 먹는 얘기를

쓰면 되지 않을까 했겠지만,

그 뒤로 바통을 넘겨받아 각 잡고 노트북 앞에

앉아있으니...

하아, 가슴이 한없이 옹졸해져 온다.

 

초사의 키보드 사이사이 끼여있는 먼지를 닦아내며

한없이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결국,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쓰기로 한다.


제1장. 서커스의 장

제2장. 매직의 장

제3장. 유랑의 장


제1장 서커스의 장은 매일매일이 서커스 같았던

어린 시절을 위주로 쓸 예정이고

제2장 매직의 장은 마법 같은 일들이 펼쳐졌던

대학시절과 사회 초년생 시절을 위주로

제3장 유랑의 장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밥벌이를

하고 살았던 본격 직장인 스토리와

친구들 등 처먹고 다니는 의 따뜻한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들은

있던 얘기 부풀리기, 없던 얘기 지어내기,

부끄러운 일 축소하기, 잘못한 일 삭제하기 등등의

아주 소소한 MSG로 수정, 보완되어

각색될 예정이고,


그리하여 완성된 글은

내가 봐도 내 이야긴가 싶게

우리 엄마가 보더라도 내 이야긴가 싶게

친구들이 보더라도 내 이야긴가 싶게

쓰일 예정이다.

물론 아직까지 계획은 그렇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

아니 지금 벌써 2편짼데...


1990년대 초반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이던 시절

부산에 한 미소년이 살고 있었으니

그 이름 박나비라 하더라.

<제1장 서커스의 장>

'제1화. 재벌집 막내아들'이

다음 주 금요일 발행 예정입니다.

하아... 오늘 쓸 거 아니라고 제목부터 막 던지는 거 보소..





*사진출처:pixabay, 내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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