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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현 Oct 23. 2023

입영 통지서를 받은 아이들

수박화채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내 아이를 셔틀버스를 태워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더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도 우리 어린이집에 다니며 내가 해준 밥을 먹고 싶다.


열린 어린이집인 우리 원은 정말 재밌는 행사로 가득하다. 25년 경력의 원장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친다.

열린 어린이집은 어린이집 공간과 프로그램, 운영을 개방해서 부모들이 일상적으로 참여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건강한 양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지정되는데 모든 제도가 그렇듯 취지보다는 실제로 그렇게 일상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느냐관건이다.

부모들의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도 사사로운 입김에 휘둘리않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우리 원의 원장은 부모들의 다양한 커리어를 행사에 잘 녹여내어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아침 출근길에 펼쳐진 장면에 나는 빵 터졌다. PX에서 건빵을 팔다가 충성을 외치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충성"을 외치는 아이들

재원생 아빠 한분이 육군부대 연대장이셨는데(제복을 입은 연대장을 실제로 보니 너무도 멋졌다)  병역체험에 직접 참여해 주셨다.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육군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병역훈련도 지도해 주셨다. 실제 군에 있는 건빵도 기부해 주셔서 기부받은 건빵은 PX에서 실제로 아이들이 부모님들께 판매했다.(그 돈으로 나중에 피자 파티를 열었다)

입영 통지서를 가정에 보내어 써오게도 했다.

가정에서 한번 더 웃음이 나왔을 대목이다.


병역훈련를 받고 있는 아이들

행사의 완성도는 디테일에 있다. 이런 디테일들은 선생님들의 폭풍검색과 손품, 발품에서 만들어진다. 

아이들의 웃음과 부모들의 환호뒤에 샘들의 수고가 무겁게 느껴졌다.




행사가 있는 날은 오후간식을 스페셜하게 하거나 샘들간식을 만들어 주는 걸로 마음을 보탠다.(여기서 일하면서 선생님들에게 경심과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그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건 바로 수박화채였.

일단 수박을 반으로 뾰족뾰족하게 가르고 그 안을 화채용 스쿱으로 알뜰히 낸다. 먹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사과가 있으면 사과껍질을 벗겨 잘게 썰어 둔다.(씹을 때 아삭해서 더 맛있다)

그런 다음 수박국물과 오미자차를 섞어 화채국물을 진하게 만든다. 나가기 직전에 얼음을 넣고 잘 저은 다음 알뜰히 파낸 수박 껍질 안에 담아낸다.


"와아아"

아이들의 눈이 커지고 탄성이 나왔다.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 것이다.


행사날 간식은 스페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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