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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무궁전 Jan 16. 2022

언제쯤 내 이름대로 살 수 있을까

세상을 진압하는 대기만성형!

내 이름은 세진이다. 세상 세(世)에 진압할 진(鎭).

세상을 진압한다는 뜻이다. 이름 한 번 거창하다. 세상을 진압한다니. 과연 무엇으로 세상을 진압한다는 말일까? 그건 알 수 없지만 어렸을 때 엄마가 봤던 사주에서 나는 대기만성형으로 점차 잘되간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로 지금까지 아무런 굴곡도 없는 바닥생활을 버텨왔다. 언젠가 잘 될 날이 오겠지. 


 

내 주변에는 항상 나보다 잘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같은 무리에 있었지만 나는 매번 뒤쳐지는 느낌이었다. 그들과 함께 하려면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잘하는 사람에 대한 부러움으로 자신감은 항상 없었고 자존감도 형성되지 못했다. 잘한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수록 더욱 작아졌다. 같은 또래인데도 잘 하는 친구를 보면서 정말 부러웠지만 그때마다 '나는 대기만성이야' 하고 나를 위로 했다.


 

세상을 진압하는 세진이인데 과연 언제 세상을 진압할 수 있으려나, 안개 속 같은 20대를 보내면서 참 답답하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사주 어플을 보니, 이런. 대기만성이 맞았다. 나의 전성기는 60대에 온단다. 60대 쯤에야 세상을 진압할 수 있나보다. 하긴, 대기만성이라 하기엔 나는 아직 간장종지에 불과하지. 생각과 마음 씀씀이가 아직 내 밥그릇 챙기기에도 부족한 간장종지이다. 조구만 간장종지가 큰 그릇이 되려면 오랜 시간과 수련이 필요하겠지. 조금씩 그릇을 키워야한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외에 활동명으로 If,say(잎새)를 쓰고 있다. 임세진에서 임세->잎새로 비슷한 발음에서 온 것이지만 아주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비슷한 발음에서 만든 것이기에 정확한 뜻은 없지만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하기 좋은 단어이다. 영어 If와 say 로는 만약이라는 가정법과 말하다 라는 뜻으로 상상을 표현한다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의미를 만들 수도 있고 한글 잎새로는 새싹을 틔우는 시작의 느낌, 푸릇푸릇한 느낌으로 싱그러운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더구나 콩알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콩알(씨앗)에서 잎새가 돋아나는 것으로 연결도 되어 너무나 찰떡이 된 이름이다. 


 

다시 이름의 의미로 돌아가 세상을 진압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 과연 무엇으로 세상을 진압하게 될까? 예전의 꿈대로라면 영화감독이었겠지만 갓 스무살 적 한때의 꿈으로 잊은지 오래고, 그 뒤로 뮤직비디오 감독, 작가 등이 있었지만 이 또한 현실과는 다르다. 지금은 세상을 진압하기보단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며 사는 것을 소박하지만 위대한 꿈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저 내 앞에 놓인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가고 싶은 쪽으로 가다보면 뭐라도 되어 있겠지. 나는 대기만성이니까. 간장종지를 벗어나 대접으로 커지면 그때쯤엔 무엇으로 세상을 진압하게 될지 알 수 있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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