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들은 나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할 때가 많다. 남흑막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아빠 아빠 아빠"이러고 여흑막은 "엄마 엄마 엄마"라는 소리를 지겹도록 계속해서 냈다. 흑막들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어떤 물체를 가리키기도 하면서도 이런 행동을 반복했다. 난 여기까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흑막들은 겹쳐진 종이의 그림들을 가지고도 계속해서 나에게 세뇌를 시켰다.
그 결과 난 여흑막이 엄마로 남흑막이 아빠라고 불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번은 나를 괴롭히던 여흑막이 보여 나도 모르게 복수심에 불타서 "음마"라는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를 들은 흑막들은 드디어 세뇌의 결과가 나와서 기뻤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너무나 좋아했다.
'아니 내가 정확히 엄마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난 음마라고 했다고.' 흑막들은 내가 낸 소리가 정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내가 말한 게 '엄마'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난 '엄마'라고 안 하고 '음마'라고 한 것을 강력히 주장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음마"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도리어 여흑막은 확신에 찬 듯 남흑막에게 말했다. "봤지? 봤지? 엄마라고 했어." '아니라고 음마라고 했다고.' 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남흑막은 내가 여흑막만 불러준 것이 맘에 안 들었는지 그때부터 나를 잡고 "아빠 아빠"만 외치고 있었다. '흑막들이 좋아하는 꼴은 못 보지.' 난 아빠라는 말을 이미 익히고 있었지만 절대 '아빠'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남흑막이 더 열받으라고 "음마 음마"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여흑막은 큰일이라도 해낸 것처럼 어깨를 으쓱으쓱하며 의기양양해졌고 반대로 남흑막의 어깨는 처져만 갔다.
다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면 남흑막의 의지와 끈기였다. 남흑막은 누가 이기는지 보자는 것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나를 자신의 허벅지에 앉히고는 "아빠 아빠"를 간절하게 외쳤다. 나도 처음엔 무시하기도 하고 너무 괘씸해서 당해보라는 심정으로 도리어 "음마 음마"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흑막은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아빠 아빠"만 외칠뿐이었다. 어느 순간 세뇌를 당해 나의 머릿속에는 '아빠'라는 단어만 맴돌았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결국 남흑막에게 항복했다. "아바"
남흑막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라 하면서 여흑막에게 말했다. "들었지? 들었지? 아빠라고 한 거." 내가 봤을 때 분명 여흑막은 내 말을 들었다. 하지만 여흑막은 비열한 미소를 띠며 모른 척했다. "아니 음마라고 한 거 같은데." 남흑막은 그 말을 듣고는 아주 괴롭고 답답했는지 여흑막에게 소리쳤다. "아니 분명 아빠라고 했다고." 그리고는 또 나를 앞에 두고 주문을 외우듯 "아빠 아빠"라고 소리쳤다. '왜 나한테 그래? 여흑막을 괴롭히라고.' 남흑막은 무서운 여흑막을 가만히 두고는 만만한 나를 괴롭혔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안돼 저리 가' 난 여흑막에게 당하는 남흑막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밉기도 하여 결국 비장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응애 응애" 난 결심했다. 더 이상 '아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