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화 달콤한 더러운 복수

by 동상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거대한 철문이 지키고 있어 나에게 탈출은 아직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난 핍박하고 괴롭히는 흑막들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복수를 하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짧은 팔다리, 아직 조그마한 치아 등 흑막들보다 내가 뛰어난 것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에게서 찾기 보다 흑막들에게서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여흑막은 무언가 묻어 있거나 더러운 걸 참지 못했다. 내가 음료나 이유식을 먹을 때 입에 조금이라도 묻으면 손수건을 가져와 바로 닦았고 내가 이상한 걸 만지면 축축한 종이를 가져와 내 손을 비비기 바빴다. 내 입에서 침이 흘러나오면 막 닦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내 목에 천을 둘러서 흘러내리는 걸 사전에 막기도 했다. 여흑막은 바닥도 더러운 걸 못 참겠는지 하루에 한 번은 이상한 물체를 들고 다니며 청소를 했다. 여흑막이 다른 일로 바쁜 경우에도 남흑막을 시켜서라도 청소를 하는 것을 보면 더러움을 못 견뎌하는 건 분명했다.


반면 남흑막은 더러움에 강했다. 여흑막과 달리 내 입에 무언가 묻어 있어도 많이 묻어야 닦아줬고 침을 흘려도 가만히 지켜보다가 여흑막이 가까이 오면 쏜살같이 닦아주었다. 청소도 여흑막이 시키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을 보아 남흑막은 여흑막과 달랐다.


결국 난 여흑막을 타깃으로 복수를 준비했다. 여흑막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뭔지 난 유심히 살폈다. 내가 침을 많이 흘리더라 계속 닦아 내기만 할 뿐 타격이 없어 보였고 음료와 이유식을 많이 흘리는 것도 생각해 보았으나 내가 중독이 되어 낭비하기 아까웠다. 바닥을 더럽혀 보려고 해봤으나 내가 다닐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되어 있어 한계가 있었다.


난 결국 가장 적합한 것을 찾았다. 여흑막은 내가 기저귀에 생산하는 것을 알아차리자 말자 새로운 기저귀로 갈아주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여흑막은 인상을 구겼으며, 되도록이면 남흑막을 시키곤 했다. '그래 이거야!'


난 그때부터 더 열심히 마시고 먹었다. 나는 점점 준비가 되어감을 몸소 느꼈다. 더 이상 내가 못 참을 때까지 난 인내했다. 모든 건 준비가 되었다. 남흑막이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난 앞의 생산물을 먼저 내 보냈다. 그리고는 여흑막을 불러드리고자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울었다. "응애 응애" 여흑막은 나의 울음소리에 이끌려 나에게 왔고 나의 의도대로 젖어 있는 기저귀를 발견하였다.


왜 계획은 항상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일까? 하필 그때 음식을 만드는 장소에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삑~ 삑~" 여흑막은 그 소리를 듣고는 남흑막에게 나를 맡기고는 그곳으로 떠나가 버렸다. 여흑막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지만 난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 남흑막에게라도 실행하자.' 난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효과가 적은 플랜 B를 실시했다.


남흑막은 나의 기저귀를 열었고 난 그동안 모아 왔던 모든 것을 그에게 쏟아냈다. "악" 나에게 당한 남흑막은 크게 소리 질렀다. 그 소리를 들은 여흑막은 놀라 남흑막을 쳐다보았다. 남흑막의 모습을 본 여흑막은 자기가 안 당한 것이 너무나도 좋았는지 깔깔깔 웃어댔다. 남흑막도 그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는지 혼이 나간 얼굴로 허허허 웃었다. 누가 복수는 허무하다 했는가? 더러운 복수는 너무나도 달콤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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