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흑막들이 나의 입 안에서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는 듯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고 나의 잇몸을 만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나도 내 입안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을까 싶어 흑막들이 가고 나면 입 안 곳곳을 혀로 휘둘러보기도 했지만 나 역시도 성과가 없었다. '도대체 뭘 찾는 거야?'
요새 들어 난 잠을 설치고 있다. 낮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밤만 되면 아랫잇몸의 앞쪽이 아리듯 아파왔다. 처음엔 이러다 말겠지 하면서 무시하고 자려고 했지만 계속된 통증에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피곤과 고통에 내 신경은 날카로워져만 갔고 결국 난 폭발하고 말았다. "응애 응애"
나의 울음소리에 자고 있던 여흑막이 달려와 나를 살폈다. 내 기저귀가 젖었는지 아니면 배가 고파 그런지 열이 나는지 유심히 살펴봤지만 내 잇몸이 아파 운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나를 안아 들고는 달래기 시작했다. 여흑막의 노력에 조금은 진정되어 따뜻한 품 속에서 잠이 들었지만 잠이 든다고 그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는지 난 또다시 깨어났고 당연히 난 또 울었다. "응애 응애"
그런 일이 2~3번 반복되자 여흑막도 지쳤는지 나의 울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고 있는 남흑막을 흔들어 깨웠다. 남흑막은 잠에 취해 헤롱헤롱 거리며 분위기도 파악하지 못하고 한껏 잠긴 목소리로 여흑막에게 말했다. "왜~?" 여흑막은 피곤하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울고 있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기가 계속 울어. 좀 달래 봐."
뭔가 지시를 받았는지 남흑막은 울고 있는 나를 안아 들고는 큰 공 위에서 통통 튀기며 뛰었다. 남흑막과 난 반쯤 잠에 취해 공 위에서 한동안 오르락내리락 흔들거렸다. 고통보다 피곤이 더 커져 잠에 나도 몰래 빠져들기까지 이런 행동은 계속되었다. "새근~새근~" "쿨~ 쿨~" '남흑막은 왜 자는 거지?'
난 이 고통이 하루만 있을 줄 알았지만 무려 5일이나 계속되었다. 난 나만 고통받을 수 없기에 흑막들도 고통받도록 밤새도록 힘껏 울었다. 드디어 눈치 없는 흑막들도 내가 왜 우는지 알아차렸는지 시원한 천을 내 입에 물어주거나 내 잇몸을 살살살 문질러 줬지만 그때만 잠시 고통이 없이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뿐 조금만 지나면 다시 잇몸이 아파왔다.
나와 흑막들의 피곤과 신경이 최절정에 달할 때 드디어 변화가 일어났다. 내 잇몸에서 조그맣고 새하얀 치아 2개가 쏙 튀어나왔다. 혀를 앙증맞은 치아에 가져다 대니 까끌까글한게 느껴졌다. 흑막들도 어느새 이 작은 치아를 발견했는지 내 입을 열어 신기한 듯 보기 시작했다. 비록 흑막들의 큰 치아보다는 작았지만 흑막들처럼 어느샌가 커질 것이기에 난 실망하지 않았다. 도리어 젖병을 강철같이 잘근잘근 씹으며 새로운 무기가 생겨 뿌듯하기만 했다. 이전엔 내가 가진 딱딱한 무기는 다른 이보다 큰 나의 자부심인 머리뿐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난 뿌듯함에 취해 치아에 대해 생각해 보니 흑막들은 치아가 2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2개의 치아를 가지기 위해 5일을 고생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안돼~ 너무 아프다고. 차라리 치아 안 가질래.' 난 때를 써 보았지만 불안하게도 내 윗잇몸에도 그 존재를 발산하듯 근질근질한 느낌이 왔다. 난 다가올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잊으려 힘차게 울었다. "응애 응애" 나도 울고 흑막들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