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넘어 고작 그림일기 씁니다
중3 언니의 등교 시간은 늘 정신이 없으며
무언가를 집에 두고 와 다시 학교로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여드름이 심해서 먹어야 하는 약을 집에 두고 온 중3 언니는
"11시에 오전 수업 끝나니까 그때 약 가지고 와줘"
내가 아침부터 짜증과 잔소리를 마구마구 쏟아냈지만
중3 언니는 너는 그래도 가지고 올 걸 알아라는 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면서 "부탁해" 한마디 던지고 후다닥 사라졌다
나는 결국 11시에 약봉지를 들고 학교 앞에 서있다
10분쯤 지나 나타난 중3 언니는
고마워, 잘했어, 잘할 수 있네, 뭐 그런 뜻인지
나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토닥해 주었다
나는 바보같이 기분이 좋아졌다
바보같이
<11시 10분의 포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