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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변인팬클럽 Oct 30. 2020

다섯 남자의 고군분투 영화 도전기, 유자 서리단

가장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https://youtu.be/VztZuOi6380

https://youtu.be/ShM1Ll68Uhs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를, 단단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동경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고요. 오늘 만난 유자 서리단은 배우 3명, 연출과 음악감독 각 1명 총 다섯 명이 모인 무예산 영화 제작단입니다.


무조건적으로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려, 돋보이기 위한 다름을 추구하지 않으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려 노력한다고 합니다. 코로나 19로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간 게 기억이 나지 않는 요즘, 이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영화보다 흥미로웠습니다. 제 마음속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악상을 휩쓸어간 이들의 인터뷰를 만나보시죠.


유자서리단의 세 멤버, 왼쪽부터 청록님, 현식님, 이현님


유자 서리단이라는 이름이 특이해요.


작년 11월 팀을 결성했어요. 카페에서 만나서 회의를 했는데, 우연히 모두가 유자차를 주문한 거예요. ‘너 유자 좋아해?’에서 시작하여 유자 서리단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이제 팀 결성한 지 거의 1년 다 되어 가요. 원래는 배우 3명이서 만나던 모임이었어요. 그러다 연출하는 친구, 음악 하는 친구들을 모아서 지금의 팀이 되었어요.



어떻게 이런 길을 걷게 되었는지.


이현 : 원래 무대 연기를 했었어요. 세 달 연속한 공연이 끝나고 정산을 해보니, 딱 0원이 나오더라. 그렇게는 살 수 없겠다 생각해서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현식 : 처음 배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부터, 영화(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부산 출신이라, 부산에 있는 연극 영화과에 들어갔는데, 제 방향성과 맞지 않아서 1학기도 안 마치고 자퇴하고 서울로 상경했어요. 올라와서 영화 레슨도 받고 있어요.



청록 : 원래 이야기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춤추고 안무 짜는 걸 좋아해서 안무를 하고 싶었다. 안무를 하다 보니 표현력을 위해서 연기를 배워야 한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연극 영화과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뮤지컬 안무를 배우다 보니 생각보다 무대 연출까지 손을 대게 되었네요. 연출로서 빛날 수 있는 영역이 영화라고 생각해 영화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유자 서리단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무예산에 가까운 영화를 찍고 있어요. 영화라는 산업이 메인스트림이 강하고,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 몇십 년 동안 노력하고, 혹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도태되는 게 싫었어요.


저 스스로가 제가 놀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기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 연출을 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우리끼리 우리만의 스트림을 만드는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인 셈이죠.




만드는 영화의 소재들이 일상적인 것이 많던데, 어디서 소재를 찾으세요? 하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


재밌는 상황들이나 아이러니한 상황들에 착안해서 스토리를 짜요. 배우가 스토리를 짜면 감독님이 다듬어서 영상화 작업을 해요.




그렇게 되면 흘러가는 일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할 것 같아요.


현식: 평소에 겪었던 재밌는 일 아니면 감정적으로 격해졌던 일 등을 기억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현: 일반인들보다는 감수성이 풍부할 수밖에 없죠.


청록: (일상에 있어서)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배우나 감독뿐만 아니라 모든 이야기꾼이라면 가져야 할 시각인 것 같아요. 기본적인 마인드죠. 최대한 다각도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해요. 그런 말이 있죠. ‘시인은 순간에서 찰나를 본다.’ 그런 말을 생각해보면, 최대한 남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들은 나이가 많이 들어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한참 모자라죠.



에너지가 진짜 넘치세요. 에너지의 원천이 무엇인가요?


청록: 항상 재밌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에 올라오면서 굉장히 큰 세상을 만났어요. 그 세상이 너무 거대해서 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을 때가 있었어요. 원래 술을 잘 안 하는데, 한 열흘 정도를 매일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영화 그래비티를 보았어요. 극 중 산드라 블록이 날아가는 장면을 내가 체감하는 경험을 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날 밤, 저 자신에 대해 밤새도록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산다는 건, 되게 재밌는, 넓은 세상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인데, 그 용기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죽는 순간 후회 없도록 재밌게 살자. 무겁게 살지 말자. 솔직하고 후회 없게 (살자)라고 많이 생각해요.



그런 긍정적인 마음이어도 힘드신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영화 제작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청록 : 첫 번째는 일단 돈이죠. 영화를 이루는 이야기 자체는 무형의 것이지만, 영화 작업 자체는 기술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연극이랑 굉장히 달라요.


사람만으로 할 수 있는 문법인 연극과는 달리, 기술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전문적인 인력과 배움이 부족한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시간과 예산이 굉장히 부족해요.


두 번째로 힘든 건 현실적인 문제인데, 영화라는 게 아무래도 팀 작업이다 보니, 여러 명이서 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어요. 누군가의 비전이나 이상이 다른 팀원에게는 와 닿지 않을 수가 있는 데, 이런 것들을 설득하는 과정 중에 트러블이 많이 일어나요.



결이 맞기가 쉽지 않아요. 영화가 단체 작업이나 보니 그 어려움이 유독 큰 것 같아요.



제작비는 어디서 어떻게 충당하시나요?


청록: 저희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저희가 공모전이나 다른 분야에서 영상작업을 하고 보수를 받거나 다른 제작지원들을 알아보고는 있다.


이현: 저희 공모전 입상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성공률 75% 정도.



세 분의 각자의 인생 영화/감독/배우는?


이현: (감독 이름) 데어 윌 비 블러드라는 영화. 그 영화가 서스펜스를 잘 깔아놔서 보는 내내 숨이 막히더라고요. 마지막에 배우의 광기가 폭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와… 너무 인상 깊었어요.



현식: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을 좋아해요. 그중에 단연 인터스텔라. 이건…(감탄) 일곱 번 넘게 봤어요. 어렸을 때 꿈이 천문학자여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이 영화는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것이 없어요. 생각난 김에 집에 가서 한 번 더 봐야겠어요.



청록: 주성치의 희극지왕. 이 영화를 살면서 가장 많이 본 것 같아요. 심심할 때 그냥 틀어놓는, 손이 자주 가는 영화예요. 짜임이나 플롯이 좋은 건 아닌데, 순간순간에 오는 배우들의 진심이 담겨있는 것이 좋더라고요.



영화를 만들거나 연기를 할 때 이것만은 내가 놓치지 않겠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


청록 : 관객에게 다가가는 한 끗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 예를 들면 스타워즈를 보면,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우주라는 배경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기 때문에 스타워즈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봐요.


창작자로서의 한 끗은, 영화는 창작자가 만든 세계이고 그것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세상을 어떻게 상상해서 그려냈는지. 자기만의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창작자는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한다는 게..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만의 한 끗은? 글쎄... 아직 모르겠네요. (웃음) 저한테는 합과 합의 리듬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딱 정해진 것처럼 움직이는, 그 세계 안에서 맞물려 움직여 돌아가는 세상이 중요해요.


정박과 엇박자의 리듬감. 그 영화의 리듬감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드러난다고 봐요. 그 리듬이 내 마음에 들면 한 끗이죠.




영화가 생각보다 복잡한 종합예술이네요.


이현: 맞아요. 전문가가 몇 명이나 달라붙어서 만드는 거라서요.



각자가 같은 꿈을 가지고 걸어가는 중이지만, 그중에서도 각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현식 : 저는 여유. 나이가 들고 하면 저는 무조건 시골에 내려가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과 딩가딩가 놀고, 낚시도 하고. 지금 집이 거제도인데... 고향 내려가서 여유롭게 사는 것이요. 지금은 여유가 없죠. 바쁘고 해야 할 것도 많고.


이현 : 너무 오그라들긴 하는데, 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연인과의 사랑도 있고 친구들 사이의 사랑도 있고 가족 간의 사랑도 있죠.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좀 더 나를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하기도 하고, 팀을 사랑하기 때문에 팀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는 원동력도 생기고요... 말하고 보니 오그라드네요



지금 사랑하고 계시나요?


이현 : 네. 저는 유.자.서.리.단.을.사.랑.합.니.다


청록 : 일단은, 제가 원하는 대로 삶을 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간성’이라고 봐요. 유쾌하게 살기 위해서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실수도 하게 되고 나의 욕망으로 인해서 잘못을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고 이런 일이 다반사잖아요. 그게 제가 술을 안 먹는 이유기도 해요.


제가 죽을 때, 이 사람은 진짜 사람답게 살았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걸 억누를 수 있는 자제력과 인간성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봐요, 모든 사람들에게. 그게 나한테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유자 서리단이 최종적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청록 : 저흰 아직까지는 상업영화팀이 아니라, 자급자족 영화제작단이기 때문에 저희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요. 손이 가는 영화, 계속 생각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나중에 잘 되면 혹시 모르지만.(웃음)


연극에서는 연출이 제1의 관객이에요. 연출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첫 번째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그것은 실패작이에요. 제가 재밌는 영화를 만든다면, 1000명 중에 한 명은 좋아하지 않을까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장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이현 : 이하 동문입니다.


현식 : 팀이죠.



이 인터뷰의 제목이 어떻게 달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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