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복잡하고 다양하게 돌아가던 세상이 Slow Down으로 가는 만큼
소홀하게 지나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각종 모임에다 약속, 행사 등으로 바빴던 생활과 맺었던 관계에서 떠나 가까운 가족 관계로 돌아오게 만든 코로나 사태가 '군중 속의 고독'을 '고독 속의 관계'로 바꾸어 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건지'는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사람과 관계를 선택했던 이야기이다.
제목은 #건지감자파이북클럽 이다.
영화는 동 제목의 역사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배경은 1946년 2차대전 직후의 영국 건지섬.
(건지섬은 영국령이지만 프랑스 쪽에 더 가까운 작은 섬으로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했다.)
작가인 줄리엣이 건지섬에 있는 한 북클럽 회원으로 부터 편지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편지에는 독일군 점령 시기에 감시 당하면서 먹을 것도 제대로 없던 시기에 북클럽이 만들어진 계기와 책으로 줄리엣과 연결된 사연이 담겨 있었다.
우리의 삶이 서로 다를지라도 책이 우리를 하나로 엮어 주었어요.
책 속에 흐르는 정서가 사람을 묶어준다.
서로 다른 경험과 감정으로 우리라는 정서를 나누면서 작가로서 갈등하던 쥴리엣은 건지섬에 마음이 끌린다.
독일군 점령 당시 건지섬 사람들은 식량과 생필품을 전쟁 물자로 빼앗기고 감시 당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엘리사벳이 혼자 사는 이웃을 모아서 몰래 돼지 구이 파티를 열고 집으로 가는 도중 독일군에게 검문을 당하자 북클럽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둘러대면서 진짜 북클럽이 만들어지게 된다. 북클럽 이름을 대라고 하자 갑자기 한 사람이 감자껍질로 만든 파이를 들고 온 것이 생각나서 이름이 '감자껍질파이북클럽'이 된다.
전에는 잘 모르고 지냈던 이웃들이 만나서 음식을 나누며 힘든 상황에서 위로와 기쁨을 맛보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영화에는 러브스토리가 빠지면 재미 없는법,
주인공 줄리엣은 잘나가는 작가로 부유하고 능력 있는 미국인 애인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상태지만
한편 작가로서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을 가지고 갈등하던 중에 편지를 받고 북클럽에 강하게 이끌리면서 건지섬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편지의 주인공 도시 애덤스는 양돈업을 하는 농부이고 줄리엣은 그의 따스하고 인간적인 매력에 끌린다.
줄리엣은 건지 섬에서 북클럽 사람들과 우정을 나눈다.
처음에는 작가로서 책을 통해서 만났지만 점점 더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들에게는 북클럽을 모은 엘리사벳에 대한 아픈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약간은 우유부단한 애덤스가 사랑했을 엘리사벳은 정의롭고 용기 있는 여자였다.
건지섬을 점령한 독일군에게 대들기도 하면서도 독일병사를 사랑해서 그의 아이를 낳는다.
아이 아버지는 본국으로 호송 당하고 엘리사벳은 마을 사람들과 엄마처럼 가까웠던 북클럽의 에밀리 아줌마에게 비난받으며 혼자 아기를 키우던 중에 수용소에서 도망 나온 소년을 구해주려다 독일군에게 잡혀서 대륙에 있는 수용소로 보내진다. 애덤스는 남겨진 엘리사벳의 아기를 키우게 되고 딸 같은 엘리사벳을 잃어버린 에밀리 아줌마는 아기를 보살피며 살아간다.
북클럽 사람들은 한 가족 같다.
그 사람들을 아끼는 줄리엣은 엘리사벳을 찾아 주려고 노력하고 드디어 찾았으나 그녀는 수용소에서도 폭행 당하는 소녀를 구하려다 총살 당했다는 비보를 전하며 함께 운다.
이후 런던으로 돌아온 줄리엣은 엘리사벳을 중심으로 한 북클럽의 이야기를 쓰게 되고 그 사람들과 건지섬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녀를 찾아온 애덤스와 결혼하고 건지섬에서 엘리사벳 딸과 셋이서 행복하게 해피엔딩~
전쟁은 사람에게 인간이 지닌 아름다운 정서를 빼앗아간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적과 동지를 떠나 사람을 선택했던 엘리사벳이 사람들 사이를 회복시키고 연결해 준다.
엘리사벳이 묶어준 쥴리엣 가족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 우리의 삶이 서로 다를지라도 사람이 우리를 하나로 엮어 주었어요"
라고 이 가족은 이야기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