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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스텔라 Dec 20. 2020

[밤에 우리 영혼은] 행동하는 영혼

영혼은 어느 방향으로든지 움직이고 있는데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에 다다를까?

우리 영혼은 육체가 소멸되어 가는 만큼 더 사랑에 가까이 가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밤에우리영혼은은 2015년에 나온 켄트 하루프 소설을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었다.

소설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 제목을 보면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았나 싶다.


미국 콜로라도의 작은 마을에 은퇴 후 홀로 사는 노인 루이스에게 이웃이자 과거 학부형이었던 애디가 밤에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시 홀로 사는 애디의 제안으로 루이스는 밤마다 애디 집으로 가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잠을 자게 되는데...

작은 마을에 삽시간에 퍼진 소문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우정으로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외로움을 나누며 객관적인 호감에서 친밀한 신뢰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다 아내가 집을 나간 앤디의 아들이 손자를 맡기게 되고 교사였던 루이스는 애디의 손자와 가까워지면서 세 사람 모두가 삶의 활력을 찾게 된다.

돌보는 사랑이 무의미하게 나이 들어가는 두 사람에게 생기를 불어 넣고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는 두 사람의 사랑으로 회복되어 간다.


손자가 와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 같았지만 오히려 이 일로 서로에 대한 신뢰는 더 깊어간다.

아들이 와서 아이를 데려가고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서 영화는 상호 신뢰와 친밀감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애디가 마을의 홀아비들 중에서 루이스를 선택했던 이유는 그에 대한 인격적인 신뢰 때문이었다.

왜 자기였냐고 묻는 루이스에게 애디는 "좋은 사람 같아 보였어요"라고 한다.

두 사람은 상호신뢰의 최고점에 이르게 되면서 부부사이가 되기 원한다.


그러나 애디의 아들은 두 사람 사이를 싫어한다.

자신의 선생님이었던 루이스가 과거에 집을 나가서 같은 학교 여자 선생님과 잠시 살았던 사건은 온 마을이 다 아는 이야기이다. 딸 때문에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내에게 버림받은 애디의 아들은 아내를 떠났던 루이스를 아버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애디는 손자와 아들을 돌보기 위해 마을을 떠나 루이스와 헤어지게 된다.

루이스는 다시 과거의 외로운 생활로 돌아갔지만 더 이상 외롭지는 않다.

왜냐하면 자신을 떠난 애디에게 셀폰을 소포로 부쳐주고 밤마다 대화하며 영혼으로 함께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80이 넘은 얼짱 배우의 대표 로버트레드포드의 내면 연기가 인상 깊었다.

주어진 삶을 살아내느라 꿈을 포기하고 늙어가는 한 남자의 표정은 슬픔을 가슴에 들여놓는데 익숙한 듯이 초연해 보인다. 감정 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그런데도 그 눈에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신경증 치료를 받고 있는 딸이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겠다며 찾아와서 어릴 적에 아빠가 집을 나갔다 돌아와서 기차를 선물한 이야기를 할 때 딸을 바라보던 장면 한 곳에서만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애디로 부터 함께 가지 못한다는 이별 통보를 받고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애디를 바라보던 얼굴이 오래 남는다. 


딸에게 선물했던 기차를 전화기와 함께 애디에게 소포로 부치는 행동으로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같이 있다고 표현한다.

딸과는 상처 때문에 관계가 회복되어야 하는 아픔이 있지만

애디와는 헤어져도 영혼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고

먼저 다가와서는 이제 또 먼저 떠나는 애디 마음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사랑이 배여있다.


루이스는 가정을 버린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딸에게 상처를 남기고 죄책감으로 살아왔고,

애디는 어린딸의 죽음으로 누나보다 어린 아들을 외면했던 과거로 인해 아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이제 루이스는 상처의 상징인 기차를 애디 손자에게 보내며 회복되어 가는 내면을 보이고,

애디는 아들과 손주에게로 가서 관계를 회복하려고 한다.


과거의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행동하는 영혼은 과거의 상처를 회복시킨다.

함께 하는 영혼은 서로를 건강하게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회복시킨다.


가족애, 혹은 공동체적인 사랑, 스토르게 사랑이 있다.

영혼이 어두워지는 밤에 우리 영혼은 스토르게를 나누고 또 채워져서

영혼이 밝아진 낮에 우리 영혼은 행동하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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