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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Sep 11. 2022

흔들리는 걱정 속에서 내 멍청함이 느껴진 거야

과연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 교수님 면담을 기다리며

딩동. 푸시 알람이 떴다. 세 번째로 컨택한 교수님께 답장이 왔다.


"대학원 입학 관련 면담을 하도록 합시다."


이렇게 감동스러울 수가. 감사하게도 본인의 코로나 감염 해제일을 고려해 날짜를 한번 더 재확인하고 조정해주시는 센스까지. 김칫국도 이런 김칫국이 없지만 아마도 내 신분을 우호적으로 봐주신 걸까?!


이제 나의 고민이 새로 시작된다.


가장 큰 고민은 교차지원. 내 학부 전공을 아시면 실망하지 않을까? 나 같은 앤 안 되겠다고 면전에서 거절당하면 어쩌지? 속였다고 생각하시면 어쩌지? 이러다 계속 연구실 거절당하고 끝끝내 대학원 불합격 통지를 받으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은 단숨에 극단으로 치닫는다.


3달 전의 나는 왜 이걸 지원한 거지! 2달 전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면접을 덜컥 보러 간 것인가. 13년 전의 난 왜 멍청하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전공을 택했을까. 16년 전의 난 왜 문과를 선택한 것일까. 과거의 나는 왜 미분 적분학과 선형대수학 학점을 거지같이 받은 것인지! 이 멍청한 과거의 모든 나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의 멍청함 향기가 진동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나는 실망만 안겨주게 될 것이다. 과연 내가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을까? 한없이 작아진다. 작아지고 작아져서 점이 되는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이런 내가 비정상적이라고도 인식한다. 병적이라고 느껴진다. 신기하게도 단 몇 초 만에 나는 점보다 작은 존재가 되고 모든 나의 미래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이미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나는 미리 쪼그라들고 있다.


더욱이 이런 생각들을 글로 적어보면 신기하리만큼 객관적으로 변한다. 드론의 시점에서 공중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기분. 혼자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드론 추적 시점에서 관찰하기.


스스로를 신랄하게 몰아붙이고 비난하다 보면, 그 과정을 글로 써보면 이상하게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비난하는 내가 스스로를 민망해하면서 도망가버린다. 그래. 이게 뭐라고 내가 나를 이렇게 몰아가고 있니. 정말로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와도. 뭐 어쩌라고.


거절당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뭐. 별수 있니. 어떻게든 되겠지. 어쩌겠습니까. 어떻게든 살아가야지. 이 길이 정말 아니라면 다른 길이 있겠지. 이미 일어난 일들 가지고 스스로 그만 괴로워해야겠다.


멍청한 향기도 잠깐 동안만 맡을 수 있는 것. 형체도 없이 공기 속에 흘러가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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