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쓰다 보면 잘 쓰겠지

by 최다온

고등학교 작문시간에 '행복'이라는 주제로 글쓰기가 있었는데, 그때 나의 시선에서 행복을 생각하며 썼던 글을 선생님께서 칭찬해 주셨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글 쓰는 게 재밌었다고 해야 할까, 잘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차에 칭찬을 받아서일까.


어릴 때 일기를 쓰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순간의 일과 그 안에 내 감정을 기록하는 게 좋았다고 할까.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부탁받기도 했고, 연애를 하면서도 편지를 잘 쓰기도 했고, 좋아하던 농구선수 이상민 오빠에게도 그때그때 마음을 담은,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냥 그렇게 썼던 글이었을 뿐,

잘 쓰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지 못한 것 같다. 혼자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꾸 쓰고 싶고, 잘 쓰고 싶다.


왜일까?


살아오면서 힘든 사람을 많이 보기도 했다.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거나 통제하지 못하고 타인을 괴롭히는 사람들, 자기 문제를 타인과 나누면 해결될 거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말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이말 저말 옮기며 자신의 합리화를 이루려는 사람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어른스러울 수는 없을까.


사람들과 떠들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으며 넘기거나, 괜찮은 척, 힘들지 않은 척하게 되지만 일기장 속에는 모든 걸 사실 그대로 쏟아낼 수 있어서 쓰는 게 좋았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나 사연을 아무 생각 없이 쏟아내며 버티고 살아간 날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살며 선택했던 것들, 후회했던 것들, 집중했던 것들, 놓쳤던 것들, 그 순간의 감정과 기록을 문장에 담아내는 게 행복이었다.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복잡해지는 감정들이 글 속에서는 조용히 풀린다.

엉켜있던 마음이 문장으로 정리되고, 이해되지 않던 감정이 조금은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나를 믿고 지지해 주기 위해서 쓴다.


마음을 더 정확하게, 더 깊이, 더 솔직하게 담아내기 위해서 잘 쓰고 싶어 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책이 친구가 되기도 했고, 스승이 되기도 했다. 책 속의 문장을 꺼내 마음을 치유하는 약으로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내가 적은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치유가 되고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기쁠 때 그 기쁨의 순간을 포착하고 마음에 기억하고 싶은 어른이 되기 위해, 사랑하고 상처받으면서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큰 어른이 되기 위해, 오늘도 격한 표현보다는 잔잔함으로 쓴다.


서툰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그래서 더 계속 쓰고 싶은 사람이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