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대충 넣어~
"엄마! 무생채 할 때 식초랑 설탕 소금은 얼마나 넣어?"
"적당히~ 대충 그냥 넣어!"
"응................?
외할머니를 본 적이 없다. 엄마나이 세 살 때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다고 했다. 우리 엄마는 세 살에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언니와 함께 이모네 집으로 보내져서 거기서 자랐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의 이모와 함께 이모할머니 집에서 자랐던 것이다.
외할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고, 새로운 외할머니를 만나 다른 자식을 낳고 살았다고 했다.
그 시절엔, 그랬어야 했나, 뭐 지금도 그런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나라면 그 나이에 어떻게 엄마 없이 살았을까? 생각하면 그 시절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이모할머니는 엄마와 이모에게 집안일을 많이 시키고 자기 자식들은 힘든 일을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신데렐라인가? 아니면 콩쥐팥쥐? 아무튼 그런 동화 속에서나 떠오르는 모습이 우리 엄마의 모습이었을까.
세 살 때부터 자신의 이모 집에서 언니와 자란 우리 엄마는 국민학교 졸업도 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살림을 시켰으니 시키는 살림 열심히 해내며 밥을 얻어먹고 자란 것이다.
우리의 지금 초등학생 나이, 10대가 되면서 밥도 하고 반찬도 하고 그랬다. 실력은 그렇게 좋아진 걸까?
엄마는 요리를 잘한다. 엄마가 하는 모든 요리는 너무나 맛있다.
닭볶음탕, 꽃게탕, 감자탕, 김치찜, 여러 가지 요리는 물론 모든 반찬, 특히 김치종류와 무생채, 내가 좋아하는 모든 반찬은 다 맛있다. 엄마를 따라 요리를 잘하고 싶어서 레시피를 물어보면 엄마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적당히 잘 넣어! 그냥 넣어!"
손맛이 그런 것일까? 적당히 대충 넣어도 엄마 요리는 맛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힘들게 자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엄마는 국민학교 졸업도 못했지만, 지금 맛사랑주꾸미 사장님이다.
19살에 나의 엄마가 되어 나를 키우면서도 큰 식당에서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내는 주방이모로 열심히 일했고, 어느 날부턴가 맛있는 김밥집 사장님이 되어 15년 넘게 일하시다가 이제 맛사랑주꾸미를 운영하고 계신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을 땐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사랑과 정성으로 그냥 대충 한다는 그 레시피의 요리들이, 맛있고 든든한 한 끼로 채워준다. 행복하다.
엄마가 진짜 레시피를 알려주지 않아도 될 만큼, 내가 굳이 배우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그냥 대충 넣고 한 엄마의 요리를 오래오래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레시피는 몰라도 괜찮다. 그저 그 손맛이, 그 마음이 내 곁에 오래 머물 수만 있으면 된다.
그 '적당히'와 '대충'속에는 사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정확한 사랑이 들어있다.
엄마의 비밀 레시피는 계량되지 않는 마음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