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거짓말
우리는 어릴 적에 어른들한테 이 말을 참 많이 들으면서 자라왔다.
"거짓말하면 안 돼.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져!"
들키면 혼나고, 믿음을 잃는다는 것을 배웠다. 거짓말은 하면 안 되는 무서운 거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세상은 꼭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은 괜찮지 않은 날에도 엄마가 걱정할까 봐 괜찮다고 말하고, 약속시간에 늦은 날엔 금방 도착한다고 거의 다 왔다고 말하곤 한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조금 더 부드럽게 누군가를 덜 아프게 하기 위해 진실을 살짝 접어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어른이 된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거짓말은 하면 안 되는 거라고 하면서도.
할머니가 전화하셔서 저녁 먹었냐고 물어보면 먹었다고 하라고 한다. 라면 먹은 날 라면 먹었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 눈치를 살핀다. 주말에 우리끼리 어디 가는 걸 시어머니가 알면 들어야 하는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야기들을 피하기 위해 회사일로 잠시 나와 있다고 한다. 그것도 역시 서로의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 가기 위한 방패였는지 모른다.
가끔은 어른의 거짓말도 때로 지혜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거짓말에도 방향이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건지, 단지 나를 숨기기 위한 건지, 그건 분명히 알아야 한다. 방향이 맞다면 그것은 지혜로운 거짓말이 될 수도 있지만 방향이 옳지 않다면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이 맞다.
거짓말에는 온도도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덜 다치게 하려고 진실을 조금 부드럽게 바꾸는 말, "충분히 잘했어" 같은 말은 완전한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상대를 살리는 힘이 있는 온도가 있는 거짓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거짓말, 내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거짓말은 결국 관계를 무너뜨리고 스스로도 흔들리게 만드는 차가운 온도의 거짓말이다.
내가 불편해지지 않기 위해 사실을 비틀기 시작하는 순간, 그 거짓말은 지혜가 아니라 나를 숨기는 어두운 그림자가 되어 나를 따라다닌다.
자기도 모르게 시작했던 작은 거짓말이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반복하는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많이 본 것 같다. 살면서 그런 사람을 직접 만나 경험해보기도 한다. 살아보니 몇 번의 경험 속에서 그것이 어떤 종류의 거짓말인지를 판단하는 힘도 생긴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건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거짓말을 선택할지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