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기 전날
초등학교 때 소풍을 가기 전날의 그 설렘, 잠이 안 오고 좋았던 그 설렘이 기억난다.
요 며칠 촌스럽게 여수 1박 2일 여행에 들떠 있다.
누군가에겐 별일 아닌 것 같은데 호들갑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친구들과 부부동반 1박 2일 여수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내일을 떠올리면 촌스럽게 자꾸 피식거린다.
사남매를 키우고 있고, 늦둥이 막내가 이제 9살이다. 물론 나 혼자서 일로 인한 1박 2일은 가끔 갔었지만, 이렇게 아이들 모두를 두고 남편과 둘이서 부부동반, 그것도 아주 어릴 적 죽마고우 친구들과 부부동반여행이라니 설레지 않으면 이상한 거다.
누구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주어졌고, 엄마가 아닌 , 아빠가 아닌, 우리 두 부부만의 시간이다.
가방은 가볍고 마음도 가볍다.
생각해 보면 예전엔 이런 감정이 참 자연스러웠다. 어디론가 떠나기 전날이면 잠을 설칠 만큼 들뜨고 사소한 일정에도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행도 일정이 되고, 설렘보다 준비와 책임이 먼저 떠올랐다. 사남매 엄마로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고, 마음이 맞이 않는 순간에 하는 실랑이도 불편했었다.
물론 여행은 여행 그 자체로 즐겁지만 가끔 많은 가족이 이동하다 보면 힘든 일도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서운할까? 모르겠다. 그저 다시 예전의 언젠가로 잠시 돌아간 것처럼, 아무 이유 없이 설렌다.
이런 나를 보며 '촌스럽다'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 촌스러움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삶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내일 나는 아마 더 촌스러워질 것이다.
더 크게 웃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많은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것이다. 시간을 오래 붙잡고 싶을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이 설렘은 하나도 남김없이 느낄 것이다.
조금 유치해도, 조금 과해 보여도, 이 마음을 그대로 안고 여수로 떠나고 싶다.
오늘 밤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들떠있고, 그 어느 때 보다 살아있다.
막둥이를 챙겨줄 큰딸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