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진화 Oct 07. 2023

육아가 체질인 엄마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되물어. 나는 왜 육아가 체질이 아닐까?라고 

아기와 함께 지구별을 누리고 있는지 67일째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귀하고 값지다가, 튼튼이가 울기 시작하면 왜 우는 걸까?

처음에는 울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어

나도 조금씩 아기의 성향을 파악해

밥 때문에 우는지, 잠투정 때문에 우는지, 자다가 놀랐는지, 같이 놀고 싶은지를 알게 되었어


그래도 우는 아기를 안아서 달래주다 문뜩 든 생각

이 시간이 언제 지나갈까… 말하고 걷고 하지?

튼튼이와 하루빨리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데 말이야

그럼 더 아기와 더 잘 지내고 잘 키울 수 있는데,

잘 키운다는 것에 의미는 뭘까? ‘잘’이란 단어가 꼭 들어가야 할까?

내가 아기를 키우는 게 아니고, 아기와 함께 지내는 삶인데

자꾸 내가 너를 돌봐주고 키워주는 의미를 부여해

아기를 소유하려는 내 모습을 봤어

임신기간에 내가 육아서적을 읽으면서 결심했던 것 중 1순위가

‘아기를 소유하지 않기, 나와 아기는 전혀 다른 타인인데 내 결핍과 내 욕망을 부여하지 않기’

이것만큼은 안 해야지 했는데 아기가 태어나니 내가 잠 못 자고 내 삶을 투자해 너를 키우니깐

내 마음이 너 마음일 거야 단정 지었지


아기가 있는 주변 사람들은 지금이 좋을 때라고 하지만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고, 말하면 더 정신이 없다는데, 난 같이 대화를 하고 싶어


튼튼이가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어

오오! 우웅! 알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를 하지만,

그걸 따라 해주고 ‘튼튼이가 엄마한테 말했어’ 공감해 주고 반응해주고 있어


정확하게 본인도 뭐라고 말하는지는 모를 텐데 내가 옆에서 반응해 주면 옹알이를 이어가는 모습이 신기해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모든 게 처음인 아가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게 무서움이 더 크겠지?


유모차를 처음 타는 날은 대성통곡을 했어

세상이 떠나갈 정도로 울었지 나를 어디로 데려가나도 싶을 테고,

두 손을 꽉 쥐고, 발도 가만히 있고 집에서는 말 엄청 움직이는데 안 움직이고

긴장한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봤어


뭔가 새로운 걸 할 때마다 긴장하는 그 느낌

몇 년 동안 크게 긴장을 하면서 살았던 적이 없네

두려움을 감수할 만큼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았고, 잘해보겠다고 온 힘을 다해 매달린 적도 없었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되

거기에 종종 재미를 조금 넣으면 지냈어


난 남편에게 자꾸 이렇게 말했어 

내가 없어지는 것 같아


24시간을 아기 하고만 함께해야 진정한 엄마라고 정의 내린 울타리를 지웠어

아기가 혼자 잘 놀면 요가를 조금이라도 하고

아기를 재우고 나면 육아용품을 보거나 육아인스타를 봤는데 안 보고 일기를 쓰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


아기를 키우면서 생기는 수많은 고민들...

분유를 지금 타이밍에 100을 줄까 140을 줄까

안아줄까 더 기다릴까? 육아용품을 이걸 살까? 말까?

이런 과정을 통해 나 역시 더 나다운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어

나를 더 알게 되었고, 다른 것 안 사고 아이 전집을 30만 원 주고 산 나를 보면서 역시 난 책을 보고

아이 마음양식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았어

스튜디오에서 50일 촬영을 찍은 원본은 안 샀지

난 이런 곳에 가치를 두지 않다는 것도 알았어


이 시간들이 아이가 나에게 준 큰 선물이 아닐까?

내 자아를 더 고민하게 되었고

내가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를 알았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선명해지기 시작했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며 사는 내가 지금의 충실하게 되었으니

깊은 잠은 못 자도 마음만큼은 성장하고 있는 걸 느껴





반면,

나와 맞지 않는 건가? 이런 생각도 해

개월수에 맞게 배워야 하는 게 있는 아기, 터미타임(고개를 드는 동작)을 연습하는 시기인데

낮에 매트 위에서 터미타임을 하다가 시계를 본 사이에 도르륵 굴러 카펫 위로 떨어졌어

아기는 울었고, 나도 당황한 나머지 안아주다가 미안한 마음에 울었어…


6개월 전까지 낙상사고는 위험하다고 하는데 매트 높이가 8cm였지만 이것도 나한테는 충격이었어

이 사건으로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왜 육아가 체질이 아닌가 라는 말을 자주 하는지 알았어

육아는 주어진 하루를 흘러가는 대로 아기와 살아내고, 매일 다른 상황이 생길 때마다 당황하지 말고 대처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난 미리 계획을 세우고 그걸 해야 만족해하고, 변수가 생기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을 무지하고 결정을 못할 때가 많아

밥 먹는 시간이 3시간 간격인데 왜 더 빨리 달라고 하지? 왜 울지? 고민하면서 배고픈 게 맞나 이러다 우유를 늦게 주기도 하고,

목욕하고 밥 먹어야 하는데, 밥 먹는 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생기니 목욕 전에 밥 먹어야 하는 날에는 그래도 될까?

이런 고민들을 매일 수없이 해

그럴 때마다 난 판단이 안돼… 남편에게 자주 묻지...


오늘도 육아가 내 체질인가? 아닌가? 고민에 빠졌다가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고민할수록 머리만 아프고,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불가이니 나도 몰라

그때그때 일어나는 상황에 조금 더 현명해지고 싶고

빨리 판단하는 힘이 생겼으면 좋겠어


엄마가 된 지 72일째.. 아직도 서투른 게 많아

오늘도 아기에게 엄마가 엄마를 해보는 게 처음이라 오늘도 함께해 줘서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해줬어

알아들은 건지? 밝게 웃어주면 옹알이해주는데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

오늘 있던 도르륵 구른 사건의 자책감이 조금은 사라졌어


자책감 없이 내정신이 밝고 맑게 내일은 흘러가길



2023. 09. 19 아가도 엄마도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는 내일이가

매거진의 이전글 나다운 육아를 찾아가는 5단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