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구조를 거부하는 파쿠르 세계에는 스승과 제자 관계가 없지만, 내 마음의 스승 윌리암스 벨을 3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의 맑은 사슴 눈을 마주하자 양심이 찔렸다. '너 그동안 훈련 제대로 안했지?'
2시간 동안 Bercy 공원에서 트레이닝을 했다. 그가 개발한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가동성 운동 WB method를 배우고, 뙤약볕에서 네발걷기를 즐거이 함께했다. 나의 하체는 이미 털렸는데 윌리암스는 옆에서 웃으며 계속 나아갔다. 이제는 내가 체력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그의 나이가 40대 중반이 맞나싶다. 훈련이 끝나고 그에게 물었다. "야수자본 앞에서 파쿠르와 자신을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그가 대답했다. "돈으로부터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어. 이것만 명심해. 너가 무엇을 하든, 행동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너의 손을 떠난 것이야. 이점을 명심하고 너의 길을 가."
나는 두번째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움직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가 대답했다. "나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 움직인다. 야마카시는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의미하지. 강인함이란 타인 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도울 수 있는 힘이야."
윌리암스 벨이 내게 되물었다. "너는 왜 움직이니?"
나는 대답했다. "자기자신에 대한 탐구가 저를 여기로 이끌었습니다. 제가 말하는 '자기자신'은 단지 피부로 느껴지는 육체를 넘어 타인, 생명, 세계로 인지를 넓히는 것입니다."
윌리암스가 대답했다. "그렇지. 움직임을 넘어서 그 이면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해."
Beyond Movement라니. 너무나 당연한 것이면서도 놓쳐왔던 그것. 눈에 보여지는 움직임은 시시때때로 있다가도 없어지는 형태에 불과하다. 그 너머의 본질은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의 생각과 태도일 것이다.
아르 뒤 디플레이스망(Art du Deplacement) 창시자 윌리암스 벨과 1:1 개인레슨 2일차. WB Method의 신체 후면사슬 움직임, 호흡법, 사다리형 철봉에서 거꾸로 매달려 네발 움직임 패턴을 수행하는 'Reverse', 차이니즈 아크로바틱을 배우면서 나이가 들어도 평생토록 잘 움직일 수 있는 연습에 대해 영감을 얻었다. 수업 마지막에는 벽물구나무 서서 360도 회전을 시도했는데 실패할 때마다 푸시업 50개씩 추가됐다. 결국 4번 실패해서 수업 막바지에 푸시업 200회를 수행했다. 200개를 꽉 채웠을 때, 윌리암스 벨이 푸시업을 한번 더 하면서 외쳤다.
"For the family!" (가족을 위해!)
자신의 과업인 200개에서 끝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푸시업을 한번 더 한다니! 참으로 멋진 자세였다. 윌리암스 벨을 따라 푸시업을 해내자, 그가 또 다시 푸시업을 한번 더 하면서 외쳤다.
"For the France!" (프랑스를 위해!)
나는 'For the world!'(세계를 위해!)라 외치며 푸시업을 해냈다.
윌리암스가 한 번 더 푸시업을 하면서 외쳤다.
"For the people, who don't like" (니가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와...! 나는 그동안 페북 친구끊기, 인스타 언팔처럼 조금이라도 불편한 사람은 일상에서 배제시켜왔는데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푸시업을 한다니, 이것이야말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자세였다. 운동을 해본 사람은 알지만, 더이상 횟수를 올릴 수 없는 한계치에 이르렀을 때, 1회를 해내기란 매우 고통스럽고 끈기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야마카시(Yamakasi)의 강인한 육체와 정신 - 자신을 극복하는 '초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베풀고 나누는 태도는 돌아보건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실천하지 못했던 가치다.
훈련이 끝나고 윌리암스 벨이 가장 좋아하는 일식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가 가장 두려워하는게 뭐야?"
윌리암스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음... 필요없는 존재가 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