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라이프, 학위라는 선택지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내 인생을 다시 움직이게 한 출발점이었다."
이번 글은 대학원 도전기에 대해 담아보려 한다.
대학원, Graduate School.
사전적 정의를 빌리자면 학사 학위 보유자에게 보다 고차원의 교육과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고등교육기관을 뜻한다. 학사 학위까지는 학문적 기초와 심화 과정을 숙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대학원 과정의 목적은 그 학문적 깊이, 즉 전문성을 심화시키고 실무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공을 실무적으로 연결하지 못했던 나에게도 석사 이상의 과정이 필요할지, 석사/박사 학위가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필요하다면 어떤 방향과 전략을 취해야 할지 꽤 오래전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로 되돌아보면, 사실상 대학은 나에게 제도권 교육의 마지막 단계로만 여겨졌다. 일찌감치 취업으로 방향을 정하고 그에 대한 대비만 해왔기에 전공을 바탕으로 한 심화 과정은 고려하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직급과 나이가 차면서 느끼는 부족한 역량도 개인적인 학습이나 관심만으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회사의 삶과 방향은 받아들이되, 스스로의 내면과 실질적인 성장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 고정적인 관점. 그야말로 회사가 좋아하는 일에 인생을 바치고 있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다.
멀게는 지방이 왜 소멸 위기인지,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왜 이리 높은지, 사회적 갈등은 곳곳에서 일어나지만 이를 해결하는 건 왜 이토록 어렵고 힘든지. 정치와 정부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부터, 가깝게는 회사가 알려주지 않지만 회사의 성장을 돕는 방법은 없는지에 이르기까지 왠지 불가능할 것 같은 주제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학위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점점 더 깊이 던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 번뿐인 인생에서 효율적으로 현재를 살기 위해 가장 ‘가성비’ 높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즐거움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나에게는 학위 취득을 통한 성장이었다.
내가 즐겁게 몰입할 수 있고, 스스로 커갈 수 있는 방식이라는 점. 타인이나 외부의 요구가 아닌 스스로 찾아 나선 여정이라는 점. 그리고 돈이 아닌 무엇인가도 내 인생에서 중요한 주제와 목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학위 과정은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평생의 도반을 찾기 위한 여정일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회사에 있을 때 필요한 역량 개발, 즉 어학, 커뮤니케이션, 자격증 등은 거의 모두 회사가 원하는 역량이었다.
언어가 원활한 직원이 되어 외국 고객사와 소통하며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 자격증을 통해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을 취득하는 것 등. 회사 일이 노는 것보다 재미있지 않다면, 이처럼 ‘뻔한 목적’만으로는 더 큰 동기가 생기기 어렵다. 재미없는 곳에서는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동기가 따르지 않았다.
친구 H, 회사 동료 K 등 또래 지인들이 졸업한 지 10년도 넘은 시점에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 모습을 보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자격증이 아닌 분명한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 (사실 자격증 공부하는 직장인은 셀 수 없이 많다.) 느지막이 대학원에 입학한 지인들은 학위를 통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었고,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야간/주말 대학원을 선택했다는 점도 닮아 있었다. Fixed View가 아닌 Growth Life. 나 역시 확신을 얻었다.
Fixed View가 아닌 Growth Life.
나 역시 확신을 얻었다.
가장 먼저 나는 대학원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기준을 스스로 정했다.
물론 진학을 가로막는 고민들도 여러 가지가 있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나의 기준은 다음 세 가지였다.
(1) 학교 네임밸류와 관계없는 학위 그 자체,
(2) 학업 시간의 적합성,
(3) 비용의 합리성.
이 중 가장 큰 부담은 학비였다.
대학원 과정은 자격증처럼 1년 구독권과 교재 몇 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제도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인 만큼 문턱을 넘기 위한 최소한의 임계점이 있다.
입학시험일 수도 있고, 학업에 대한 스스로의 열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등록금이었다.
매 학기 수백만 원, 최소 4학기 이상.
학자금 대출도 가능하지만 결국 빚이다.
이자까지 고려하면 “내가 학위라는 허울에 빠져 정작 중요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수없이 고민했다. 그래서 원서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전업 대학원생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직장인으로 학업을 병행해야 했고,
결혼 전도 아니고 가정을 함께 꾸려가는 입장에서 아내와도 충분히 상의해야했다.
학위 취득 후의 성장 계획, 학위 활용 방안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경우, 수입이 아주 넉넉하지 않다 보니 이 고민만으로도 1~2년을 허비했다.
대학원 원서 접수 기간을 한 번 놓치면 다음 학기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했기에 확실한 다짐 없이는 시작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두 학기 정도는 대출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한 뒤에야 원서를 넣게 되었다.
그다음 고민은 어떤 학교와 학과를 선택할 것인가였다.
물론 이 고민은 앞선 학비 문제와 동시에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지방에 위치한 근무지와 직장인이라는 현실을 고려해 야간/주말 혹은 온라인 수업 커리큘럼이 잘 갖춰진 곳을 찾았다. 공학사인 나의 학부 전공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었기에, 다양한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하고 싶었다. 이 부분에서는 전국대학원 홈페이지가 큰 도움이 되었다.
결국 선택한 학교는 이러한 필수 요건들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는 곳이었다.
나는 현재 모대학원의 경영전문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한 학기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불꽃처럼 진한 학업의 시간이었다.
교수님들은 열정적이었고, 대학원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소홀함이 없으셨다.
대부분 직장인인지라 교수님들께서 비교적 점잖게 대해주시는 점도 일반대학원과의 차이라면 차이겠다.
소득을 위한 업무보다 훨씬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험들이었다.
마치 환상의 나라로 들어간 엘리스처럼, 말하는 사자와 양철 로봇 같은 전공책을 읽고, 과제를 만들고, 발표해보는 시간이 쌓였다.
앞으로 몇 학기만에 졸업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길고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그 선택에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왜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사회생활 속에서 학위 과정은 단순한 해결책 같아 보일지 몰라도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뻔해 보여도 무시하지 마시길!
재미도 있고, 당신의 멋진 인생 등대가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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