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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투이스트 해빗 Jun 08. 2020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 8. 지인에게 알리기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 제1부 8.

8. 지인에게 알리기


 타투이스트의 길을 결심했다면 무엇보다 먼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어려운 선택이지만 지인들이야말로 가장 힘이 되는 응원군이 될 수 있다. 물론 반대에 부딪히는 일도 있겠지만 나의 가족조차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세상 어느 누구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가족에게 알리는 것은 5장에서 언급했듯, 허락 내지는 통보의 개념일 수 있다. 이 장에서 말하는 지인이란, 잠재적인 미래의 손님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도안을 잘 그리고 타투를 시작했다 한들, 그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 작업을 할 수 없다. 타투는 피부에 새겨졌을 때 가치와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에 항상 손님이 있어야 한다. 기술에는 반복적인 숙련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자신의 피부에 셀프로 타투를 할 수 있겠지만 결국 타인의 피부를 지속적으로 경험하지 못한다면 실력을 키울 수 없다. 



셀프 타투



 예전에 홍대에서 꽤 규모가 있는 타투샵을 운영한 적이 있다. 나는 제자를 가르치기도 하고 이제 막 수강 딱지를 떼고 온 후배들에게도 함께 활동할 기회를 주는 편이었다. 그런데 개중 반문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왜 타투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손님이 없죠?" 

 어불성설이다. 자신이 타투에 입문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없는데 손님이 없는 게 당연하다. 남들이 다 하는 SNS에 남들처럼 글 쓰고 사진을 올렸다고 금방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리란 기대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세상에 그런 쉬운 일은 없다.

 일단 타투이스트라는 타이틀을 다는 순간, 경력자이건 초보자이건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필드에 나와 현역이 되면 야생이 펼쳐진다. 누구보다 잘 그리고 누구보다 포트폴리오가 뛰어나지 않은 이상,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거나 뛰어난 마케팅 능력 등 자신만의 강점이 없으면 입문자가 손님을 받기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입문자들에게는 지인이 필요하다. 지인이라고 해서 타투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 쉽게 받으려는 경우는 없다. 설령 작업비가 무료라고 해도 말이다. 타투를 좋아하고 받고 싶어 하는 지인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타투를 시작하기 전 타투를 많이 받아 보거나 타투 인맥이 많은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내가 열심히 잘해서 홍보하면 손님이 생기겠지?' 이런 생각은 상위에 속하는 슈퍼 루키들에게나 가능하다. 


언쉐이큰 스튜디오 홍대(현재 영업 종료)


 지인이건 손님이건 작업을 만들려면 무조건 그림을 많이 그려야 한다. 타투이스트에게 무기이자 총알은 타투 사진과 도안이라는 포트폴리오이며, 입문자에게는 도안 밖에는 없다. 도안이라는 탄창이 충분치 않으면 경쟁에서 싸워 이길 수 없다. 무기를 잘 다룰 줄 알아봤자 총알이 없으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지인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자신이 원하는 도안을 새겨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가까운 사람에게 부족한 실력으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업보를 쌓는 일이다. 타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판단된다. 어설프게 남의 피부를 욕심내다가는 평생 원망과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다시 말하자면, 남들에게 보일 수 있을 만큼 잘 그릴 때까지 많이 그리고 고무판 등에 타투 머신을 다루는 연습을 충실히 해야 한다. 도안과 연습한 결과물을 지인에게 보이고 알려서 설득해야 한다. 

 나의 경우처럼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도움 된다. 명심할 것은 처음부터 홍보성의 목적을 띠지 말라는 것이다. 열심히 만들어낸 나의 습작이 누군가의 눈에는 설익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내용물이 좋지 않은데 포장을 그럴듯하게 하려는 노력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차라리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조금씩 보여주는 것이 좋다. 효과가 빠르지는 않지만 아주 탄탄한 방법이다. 성실함은 자신을 알리고 인정받을 수 있는 절대불변의 가치이다. 타투를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면 타투이스트로서의 하루하루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생긴 기회 하나하나를 아주 소중히 활용해야 한다. 작업은 정성을 들인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된다. 실력과 작업의 기회는 충실히 보낸 하루하루가 쌓여져 어느 순간 표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내 의지와 열정에 비례해 느닷없이 다가오는 미래가 아니란 것이다. 착실한 준비와 함께 활동 초반에 나를 찾아준 지인과 손님에게 최선을 다한다면 타투이스트로서의 첫 흐름을 타게 된다.




신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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