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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투이스트 해빗 Jun 10. 2020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 10. 타투이스트의 비전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 제1부 10.

10. 타투이스트의 비전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투이스트는 상당히 비전이 좋은 직업이다. 타투이스트가 많이 없던 시절이 경쟁도 적고 더 좋았던 때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타투에 대한 인식도 낮고 대중적인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금보다 스타일이 다양하지 않았기에 선택의 폭도 좁았다. 현재는 타투 용품의 구입도 쉬워졌고 가격도 자리를 잡은 편이다. 교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SNS도 활발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아직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직업적으로 자리가 잡히지 못한 부분이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그만큼 기회가 많고 개척할 것이 많은 분야이다.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직업으로 떳떳하게 인정받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비전을 보고 시작했다기보다는 그저 좋아서 시작했기 때문에, 법제화는 안 되어 있었지만 이미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주변에서 신고나 단속을 당해  처벌을 받는 사례들을 접할 때면 마음이 아팠다. 타투는 범죄가 아닌데 법이 없다는 이유로 마음 한편에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 

 모든 작업은 예약제였고 택배 이외에는 누군가 올 일이 없었다. 예정되어 있지 않은 방문이 있거나 초인종이 울리면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손님과의 관계에 선을 지키고 좋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항상 조심하려 애썼고, 자연히 주변의 눈에 띄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 소위 노이로제라고 불리는 신경증이 생겼고 대인기피 증상도 생기게 되었다.


 큰 뜻을 품고 홍대에 규모가 있는 샵을 차렸지만 왕래하는 사람이 많아지니 항상 마음이 불편했다. 후배 타투이스트들이나 손님들은 그런 면에서 좀 더 자유로워 보였다. 책임감이 덜하기도 했겠지만 대중적으로 인식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타투를 선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서 안으로 숨기보다는 밖으로 더 나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나는 원래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살기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 타투이스트를 많이 만났다. 또 타투가 얼마나 멋있고 예술성이 있는 것인지를 대중적으로 보이려 했다. 그래서 주최한 것이 2016년의 타투 전시회였다. 사람들은 같은 그림이라도 피부에 새겨진 것과 종이에 새겨진 것에 다른 느낌을 받는다. 전시회는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없었으므로 인식을 환기시키기에 좋은 행사였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은 성격상 매우 피곤하고 힘든 일이었다. 원치 않는 오해와 소문, 관계의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타투이스트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보는 것만으로 큰 만족이 있었고 후회는 없다.

 오히려 부러운 사람들이 많았다. 나보다 더 멋지고 자유롭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 그것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커지는 것을 보면 분명 타투이스트는 비전이 있는 분야이다.



타투 아트워크 전시회 2016



 요즘에는 끼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볼 만하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국내 특성상 좀 잘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 대다수가 치킨집이 잘되면 치킨집을 창업하고 PC방이 잘된다고 하면 PC방을 창업하는 풍토가 있다. 비전이 있고 진입이 쉬워졌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작하는 것은 좋지만 많은 것을 고려해보고 고민해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타투이스트는 꽤나 자유로운 직업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시간 활용도 자유롭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해외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사업에 실패하면 재기가 어렵지만 타투 기술이 있으면 더 환경이 좋은 해외로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타투 머신과 포트폴리오만 챙기면 된다! 열심히 하다 보면 아티스트로 존중과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몸에 평생 남을 추억을 새기고 난 뒤의 보람도 크다.  

 그만큼 자기관리를 해야 하고 책임감이 필요하다. 누구나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위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내 글이 타투이스트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언젠가 함께 만나서 즐겁게 소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제1부에서는 타투이스트를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제2부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실제 타투이스트로서의 생활에 대해 풀어 보려고 한다. 입문 전인 사람들에게는 미리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며, 이미 입문한 사람들에게는 함께 고민해 볼 만한 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을 경험담과 함께 이야기해보려 한다.


 제1부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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