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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투이스트 해빗 Jun 02. 2020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 시작하는 말

 어떻게 하면 타투이스트가 될 수 있을까?


 최근 타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중고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조사에서도 타투이스트가 등장할 정도이다. 그래서 타투샵과 타투 학원, 타투이스트들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도대체 왜 많은 사람들이 왜 타투를 하고 싶어 하며,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어 할까?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은 계기와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뭐든지 새로운 분야는 시작이 어렵기에 많은 이들이 정보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듯하다. 누구에게나 알맞은 정답은 없겠지만, 검색이나 경험이 짧은 타투이스트의 조언에 의존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글은 타투이스트를 꿈꾸거나 타투에 입문한지 몇 년 안되는 타투이스트를 위해 쓰였다. 때문에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정확한 의도를 풀어서 말하자면 `좋은` 타투이스트가 되어 타투이스트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19년 9월 타투 행사 현장

 

 

 먼저 국내 타투 문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짚고 시작하자. 

 타투를 터부시하던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조폭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흐려졌다. 2000년 대에 들어서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예체능과 일부 전문직 종사자들만의 전유물이던 시대도 지났다. 2010년 대에는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들이 더 많아졌다. 중반부에 접어들며 여성 타투이스트들도 많이 생겼고, 여성 손님의 수요도 많아졌다. 자연히 여성향 스타일의 타투가 인기가 많아졌다. 

 요즘은 딱히 의미나 전통을 따져가며 타투를 하지도 않고, 패션이나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좋아하는 그림체나 마음에 드는 타투이스트의 트렌디한 스타일을 찾는다.  


 타투 합법이나 타투를 새기는 행위 자체의 찬반을 논하는 것 자체가 구식이 되었다. 모두가 타투를 곱게 바라보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문화이던지 마니아층이 있으면 무관심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의 타투 애호가들은 그런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들에게 타투는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매개체이다. 홍대, 이태원, 강남 등 서울의 큰 상권은 물론이고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어디든 타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많이 대중화되었고 타투 장비와 기술도 발전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아직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미술과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박하다. 타투는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특이한 점이 많다.

 타투는 아주 개인적인 활동이며, 예술성과 상업성의 요소가 복합되어 있는 분야이다. 타투이스트의 성향이나 선택에 따라 타투는 아주 예술적일 수도, 지극히 사업적일 수도 있다. 

 타투이스트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타투 스튜디오도 증가했다. 여러 명이 지식을 공유하고 금전적 부담을 줄이며 규모 있게 활동하고 있다. 또 역량만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SNS나 각종 플랫폼이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미대 출신이나 디자인 관련 분야의 사람들도 타투 업계로 엄청나게 유입이 되었다. 

 실력 있는 타투이스트들이 해외 여러 나라에 진출해 게스트로 일하거나 취업하고, 타투 컨벤션에서도 다수의 수상을 하는 등 세계적으로 우수성도 인정받고 있다.



독일 뮌헨 타투 컨벤션 2018


 

 이렇게 타투 산업이 커졌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타투는 아직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인식의 변화, 신고나 단속의 급감으로 인해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지극히 개인적인 형태의 일이기 때문에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직업적인 윤리나 타투 상식과 위생, 타투이스트의 계보와 한국 타투의 역사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타투 업계에도 불문율과 상식이 존재하지만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트렌디하고 잘 버는 타투이스트가 정답인 현실이다. 

 프리랜서나 자영업의 성격을 띠기에 불안정하고 직업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며 복지 혜택도 없다. 


 타투 업계에서 어느덧 십 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신구세대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것 같다. 그만큼 생각도 많아지고 지나간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중립적인 면에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2020년 대가 시작되면서 타투이스트로 살며 경험하고 느낀 것과 동료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현 상황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야 앞으로 타투이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고, 동료와 선배들이 도태되지 않고 타투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메모리즈 전 (2017) 도록의 서문


 

 어떻게 보면 나도 수많은 타투이스트 중 한 명일 뿐이다. 정상급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 분야나 중위층이 탄탄해야 좋은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게 내가 머무르고 주시하는 눈높이이다. 

 각자 생각이 다르고 수많은 타투이스트들 사이에서 개인이 큰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간 타투 작업뿐 아니라 기획자로서 다년간 전시회와 모임, 파티와 콘테스트 등 여러 행사를 주최해왔다. 나이, 성별, 지역과 타투 장르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타투이스트를 누구보다 많이 만나고 호흡해왔다. 때문에 이 글에 조금 더 자신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의 큰 맥락은 타투를 꿈꾸고 시작하는 이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위함이다. 경제적인 성공이나 유명해지는 방법을 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타투이스트가 되어 타투이스트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정답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적어도 틀리지는 않았기에 이어올 수 있었던 나의 시간과 생각들을 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건설적인 조언을, 누군가에게는 간접 체험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과 부족한 점은 추후 워크샵과 강의를 통해 보완해 나갈 생각이다. 

 현재와 미래의 타투이스트를 위한 내용이 주이지만, 그간 타투이스트로서 나의 과거를 정리해보려는 목적도 있다. 타투이스트로서의 나를 모르는 나의 가족, 친구, 지인들. 그리고 인간적인 나의 모습과 가치관을 잘 모르는 선후배 동료들. 모두를 이해시키고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들.


 타투이스트가 되는 방법, 타투이스트로 사는 방법, 타투이스트로 남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녀와 용, 수채화, 해빗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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