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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우 Jan 20. 2022

사랑.. 존재 이유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창비」를 읽고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그러니까 너는,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그리고 마음이 아플 땐 반드시 아이처럼 울어라. (50 쪽)


태어나 네 살 무렵부터 누군가의 슬픔이 된 아이가 있습니다. 조로증을 앓는 한아름인데요.


아름이는 현재 열일곱 살입니다. 꼭 그 나이 때, 엄마, 아빠 아름이를 낳았습니다. 아름이는 다른 사람보다 네 배에서 열 배는 빠른 속도로 자랍니다.


 하루를 십 년처럼 살고 있는 아름이의 실제 나이는 열일곱 살이지만 몸의 나이는 여든 살로  외모만 그런 게 아니라 뼈와 장기의 노화도 동반되어 현재 심장마비와 각종 합병증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아름이는 어머니 아버지를 웃게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입니다. 아름이는 엄마 아빠를 웃기고 싶은 아이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아픔과 고통과 슬픔을 마음 놓고 보이지 않습니다. 나이는 열일곱 살이지만 열일곱 나이의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아름이는 생각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늙으면 나처럼 되겠구나, 미래의 아버지 모습이 궁금하면 지금 내 얼굴을 보면 되겠구나'하고요.

 

아름이는 앞집 장 씨 할아버지와 친구로 지냅니다. 노인이 가진 지혜를 존중합니다. 그 삶을 사랑합니다.  


늙음이란 무엇일까요? 겉모습의 노화가 늙는 것일까요? 아름이는 늙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러할 뿐 내겐 노인들의 지혜나 경험이 없었다. 내가 먹은 나이 속엔 겹겹의 풍부한 주름과 부피가 없었다. 나의 늙음은 텅 빈 노화였다.(53 쪽)

 

그리고 이렇게도 말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사계절(철)을 살아내는 것이다. 철이 든다는 것은 철을 산다는 것이다.


#노인의 주름은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며 그들의 삶이 만들어낸 무늬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질문을 하고 그들의 대답을 듣는 일은 누군가의 삶이 배어 있게 마련이어서 단지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당신들의 시간을 조금 나눠갖는 기분이다.


 철이 든다는 것은 철을 산다는 말이 맞을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철을 적게 살았어도 마음은 어른인 사람도 있습니다. 아름이처럼요.


열일곱 해, 고작 예순여덟 번의 철을 살다 갔지만 아름이에게는 그 어느 노인보다 넓은 이해심과 관대함이 있습니다. 어린 어머니 아버지가 보여준 사랑에 감사하고 그 사랑에 보답하려 애쓰는 마음이 있습니다. 자신을 이용해 뭔가를 해보려 했던 서하에게 너그러움을 보였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열일곱 소년들이 가질만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 줘서, '네가 거기 있어서 좋았다.'라고 합니다. 서하가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마음의 짐을 덜어준 것입니다.


사랑이란 이런 걸까요? 네가 내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고 나를 이용했을지라도 내가 너를 사랑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마음. 두근두근 뛰는 심장 소리를 듣게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마음. 그런 것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요?


누군가에게 슬픔이 되었던 기억. 누군가의 슬픔을 보듬었던 기억. 내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음을 알게 해 준 이들을 떠올려 봅니다.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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