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 주아를 제외한 가족 단톡 방이 있습니다. 안아의 수업이 끝났을 때쯤, 하나의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저 오늘 보건실에 누웠어요.”
이유는 배가 아파서였습니다.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어서 잠시 당황했지만, 따져보니 아플만했습니다. 전학했고, 처음으로 학급 임원을 맡아서 성실히 수행 중이지, 지난번 학교는 왕복 통학 시간이 채 10분이 안 됐는데, 이사 와서는 왕복 40분을 넘게 오고 가고, 학원도 거리가 조금 더 멀어졌고, 배우는 공부도 이제 쉬운 단계를 넘어서 더 어렵고.
아무리 다른 집과 달리 보습 학원에는 안 보낸다고 하더라도 하는 게 적지 않습니다. 피아노도 쳐야 하고 미술도 하고, 영어도 하고 등등. 그래서 어제는,
“안아야, 힘들고 하고 싶지 않은 게 있음 줄여 줄 테니까, 언제라도 말해.”
“응.”
“그런데, 모든 게 배울 때는 어렵고 잠시 쉬었다가 하면 잘 될 거 같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다시 시작하려면, 더 어려울 수도 있거든. 그러니 잘 판단하고.”
“응.”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한다고 했는데, 결국 늦잠을 자네요. 피곤하겠죠. 그리고 심리적인 부담도 있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몸과 마음의 변화가 서서히 있겠죠. 그 변화가 성장과 성숙의 과정으로 가야지, 안 좋은 경험으로 가득 차면 안 되겠죠. 삼십 년도 더 지난 제 사춘기 시절이 떠오릅니다. 안아보다 더 심각한 생각을 얼굴에 가득 담고 다니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가 어둡게만 보였던 그 시절, 저는 누구한테도 의지하기 힘들었습니다. 부모님이 계셨지만, 사춘기 아들의 거친 반항을 너그러이 받아 주시진 않았죠. 안아의 사춘기의 거칠고 헐떡이는 숨소리가 얼마나 심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받아 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