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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Dec 05. 2021

가끔은 한량이 되어도 좋다

시간 속 찾아오는 성장을 경험하라

진심을 다해 글을 쓰고 싶다. 이 자리에 앉아 넋두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기대하는 미래를 담고 싶다. 흘려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자책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마음 또한 흘려보내려 노력한다. 후회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것은 없기에 나는 다시 마음 안에 차오르는 어떠한 울림에 귀를 기울이며 하루에 집중한다.


하지만 나는 가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가령 최근 몇 주 동안의 나는 정말로 정신이 나갔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공부들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소설책만 품에 끼고 살았다. 밤잠도 잘 자지 않고 스스로의 취미생활에만 몰두한 것이다. 이는 나의 게으름을 가속화시켰으며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몰아쳤고 심각하게는 현재 삶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욕구마저 이끌었다. 홀로 있는 시간의 힘을 강조하던 수많은 책 속에서 영감을 받던 나였으나 이렇게 넘쳐나는 시간 속에 거하는 축복을 받게 되니 그저 통제를 잃은 망나니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성공의 언어들을 말하는 오디오북으로 아침을 시작해 수업이 없는 낮동안은 심장을 울리는 소설책, 그리고 밤에는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판타지로 정점을 찍었으니 나는 분명 환상 속에 살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신을 잃은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채 안락함 속에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눈을 뜨니 12월이다. 그런데 죄책감을 느낄 새도 없이 저 하늘은 내게 오래간만에 햇살을 비춘다. 당분간은 들지 않을 것만 같던 해가 창문 너머로 비치니 마음이 동요해 기분이 이상하다.


자유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 때문인지 나는 이 넘치도록 흐르는 시간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무얼 해도 만족스러움이 덜하다. 쌓인 일거리와 하루살이로 먹고사는 유학생에게 한량의 삶이란 가당치도 않은 말이지만 나는 그럼에도 그 속에 나를 맡겨보고 싶다. 이 시간을 즐겨보기로 했다. 마주하는 시간 속에 스스로의 연약함을 보았고 그 안에 또한 자라나는 생명력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나는 왠지 이 시간의 필수 불가결함을 느낀다. 성장이 진행 중인 위태로운 이 시간 속에서 나는 감히 인격의 변화를 기대하며 나를 절벽으로 내몰지 않아 보기로 한다.



노을을 품은 붉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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