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크레터 #64|링크컨설팅|조직의 소통을 만드는 사람들 01
나로호, 누리호 발사 연구원이 만드는 조직문화 (2탄)
조직의 소통을 만드는 사람들 #01
지난 윙크레터에서 조직의 소통을 만드는 사람들 첫 번째 시리즈가 발행되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 임석희 책임연구원을 인터뷰 했는데요. 조직의 소통 활성화를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그 이유와 목표, 소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직의 특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이번호는 지난 호에 이은 2탄으로, 소통 측면에서 우리 조직의 강점과 약점, 소통이 적은 조직의 모습과 그로 인해 발생할 문제, 소통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의 강점이 발현되고 있는 방식, 어디까지 시도해 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우리 부서는 비교적 최근에 파격적으로 만들어진 신생 조직이예요. 연구소 내의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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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지 4-5년 되었지만, 외부에서 의뢰(기술업무 협조 요청)를 제일 많이 받고 대통령상 1, 장관상 3, 과제책임자 10명 등으로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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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셋팅되었던 방식에서 새로운 방법(예를 들면 소시오크라시나 퍼실리테이션으로 무엇인가를 개선하는데 합의하기가)을 부서 전체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신, 삼삼오오 모여서 회의할 때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소통 측면에서 우리 조직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부서는 비교적 최근에 파격적으로 만들어진 신생 조직이예요. 연구소 내의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랄까. 기본적으로 예의 바르고, 조심스럽지만 할 말은 그래도 하는 구성원들이 모였고, 처음 우리가 모였을 때, 각자 생각하는 혹은 기대하는 조직과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어요. 그 때 다수의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자극을 받으며 성장하고 싶다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열린 마음을 장착하여 타인의 조언이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우리의 성장을 위해서는 언제는 할 말은 하자는 취지로요. 그래서 단톡방 중에서 가장 알림이 많은 방이 되었어요. 국내외 연구 동향, 소식을 전하고, 누군가 잘 모르겠으면 의견을 묻고, 서로가 대답을 해 주고요.
실험적인 조직이었기 때문에 부서장 선출의 경우, 구성원들이 투표로 뽑았는데요. 우리 의견을 가장 잘 대변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구성원이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존의 틀에 박힌 권위를 내려 놓음에 의해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어요.
예를 들어, 부서장에게는 독방이 배치되는데, 회의실이 부족했던 우리에게 부장이 먼저 자신의 방을 회의실로 내 놓고, 남들이 가장 앉기 싫어하는 위치를 본인의 자리로 선택했어요. 필요시 판공비를 부서에 필요한 환경 개선하는 데 선뜻 내 놓기도 했고요. 우리 회의실은 사내에서 가장 최신식 디지털로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자랑스러운 공간이랍니다. 그러니 다른 멤버들은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밖에요.
또 한 가지 자랑하고 싶은 것은, 처음 조직되고 3개월이 지난 즈음, 다같이 단체로 전문가 초청해서 MBTI 분석을 했어요.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약점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고, 강점은 발휘될 수 있도록 칭찬해 주고 기회를 주는 쪽으로 조직 운영이 되자 엄청난 속도와 양으로 연구성과를 낼 수 있었어요. 심지어 첫 해에는 “당신들 이런 속도로 일 하면, 다른 부서는 다들 접싯물에 코 박아야 한다.”라는 다른 부서의 비판(?)을 받는 해프닝도 있었지요. 생긴지 4-5년 되었지만, 외부에서 의뢰(기술업무 협조 요청)를 제일 많이 받고 대통령상 1, 장관상 3, 과제책임자 10명 등으로 성장했습니다.
다만 다들 엄청나게 바쁘다보니, 누군가는 출장이고, 누군가는 다른 부서와 회의 중이고, 다 같이 부서 회식은커녕 업무 점검회의하기가 힘들어요. 온라인에서는 의견 교환이 활발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마일드한 소통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초기에 셋팅되었던 방식에서 새로운 방법(예를 들면 소시오크라시나 퍼실리테이션으로 무엇인가를 개선하는데 합의하기가)을 부서 전체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신, 삼삼오오 모여서 회의할 때 새로운 방식의 의사소통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우리 부서뿐 아니라 외부의 다른 조직과의 활동을 하게 되면, 저희는 slido를 사용해서 익명으로 피드백을 꼭 받아요. 그리고 그 의견들은 학회지나 소식지에 공개를 해서 외부 조직원들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어요. 참가자들 각자는 피드백을 주는 것에서 소통과 그 행사를 준비한 우리의 진심을 느끼고, 이벤트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다음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게 되고요. 이것이 반복되면 무엇보다도 다음 활동이 보다 풍성하게, 보다 자율적으로, 보다 활기차게 되더라구요.
내가 생각하는 소통이 적은 조직의 모습과, 이런 경우 일어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소외감, 개인주의 팽배, 조직이 망함, 힘을 발휘하지 못함, 역량을 내지 못함, 억지로’ 같은 키워드들이 떠올라요.
소통을 열심히 하는 저조차도 조직내에서는 여성이라는 소수자 그룹에 해당되다보니 다수자들의 의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소외감부터 들거든요. 이 때 적극적으로 얘기를 해서 그 골이 더 커지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야 하는데,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은 소극적으로 업무 태도가 변할 수밖에 없어요.
조직 내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구성원들 가운데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다를 게 없다면 나의 에너지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태도인 것이지, 이것이 개인의 부정적인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조직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이런 에너지, 혹은 열정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어요.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소극적인가’라고 말하기 이전에, ‘우리 조직이 그를 소외시킨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후에는 하나여야 하는 조직이 두 개 그룹, 세 개 그룹으로 나뉘게 되고, 사사건건 그룹별 이익집단으로 행동해서 다같이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 불필요한 기싸움도 하게 되고,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가 심해져요.
이후에는 하나여야 하는 조직이 두 개 그룹, 세 개 그룹으로 나뉘게 되고, 사사건건 그룹별 이익집단으로 행동해서 다같이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 불필요한 기싸움도 하게 되고,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가 심해져요.
더 나아가서는 개인주의가 심화되어 모래알처럼 흩어지게 되겠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릅니다. 많은 경우, 개인의 역할을 단순히 모은다고 해서 조직이 해 내야 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죠.
특히, 구성원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근무하게 되면, 시키는 일 외에는 하지 않겠다,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가 될 터인데,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회에 조직이 대응할 수가 없어지겠죠. 그리하여, 현대 사회에 그 조직이 대응하지 못하고, 조직의 역량이 커지지 못하면, 개인에게 오는 기회도 줄어들 것입니다. 결국 개인도 조직도 쪼그라들게 되지 않을까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요. ㅠㅜ
조직의 소통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강점은 어떤 식으로 발현되고 있나요?
제 성격이 일단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기는 편이고요. 대중들 앞에서 낯가림도 별로 없고, 크게 에너지가 들지 않아요. 그래서 퍼실리테이터로서, 회의 진행자로서, 혹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즐기나 봅니다.
동료나 친구들이 종종 저에게 차 한 잔을 곁들인 상담을 요청하기도 하는데요. 저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속 얘기를 꺼내게 된다는 말을 종종합니다. 왜 그런지는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앞에서 유학시절에 얻은 생존 노하우처럼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쉽게 스스로를 무장해제 해요. 내가 먼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먼저 고백하곤 합니다. 그러면, 상대가 마음도 열고 조금 쉽게 말하기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곤,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얘기를 끝까지 듣죠. 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시뮬레이션 해 보고요. 그 후에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해요.
가끔은 어떤 사람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저에게 찾아와서 상의를 해요. 그러면, 제가그 상대를 만나서 대신 대화해서 물꼬를 터 주기도 합니다. 그 둘은 대화가 어려워도 제가 중간에 끼면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조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중재해 주는 거죠.
조직의 소통을 만들기 위해 더 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 무엇을 더 해 보고 싶으십니까? (조직 차원에서, 개인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퍼실리테이션 활동이 다각도로 조직의 원활한 소통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조직 내에서는 확산되도록 하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우선 지금 준비중인 CF(인증 퍼실리테이터) 자격증을 딸 계획입니다. 사내에서 알음알음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자격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저도 참여자도 마음가짐이 조금은 다른 것 같아요.
이미 퍼실리테이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동료들로부터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지지를 확보해 두었습니다만, 최종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는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기회가 될 때 마다 원활한 의사소통과 의견개진, 이로 인한 긍정의 효과를 구성원들이 더 자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저 스스로가 자원해서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해외 사이트에서 퍼실리테이션 도구와 방법들을 알려주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데요. 뉴스레터로 받아서 점심시간에 읽어보고 우리 회의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 있는지 계속 탐색 중입니다. 또 저는 마음만 앞선, 아직 자격증도 없는 예비 퍼실리테이터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분들이 진행하시는 다른 워크샵에 참여해서 다양한 주제의 갈등 문제 해결해 가는 방법들을 더 많이 배우고 싶고요.
조직내 의사결정권자를 여전히 설득하지 못하는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소규모로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하는 회의나 모임 활동은 계속할 것입니다.
조직 내 소통의 성공을 측정하거나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나 도구가 있나요? 어떤 결과를 얻고 있나요?
특별히 없고,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다만, 제가 주최측으로서 20명 이상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활동을 하거나 워크샵을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마지막에 slido로 간단한 평가를 합니다.
△즐겼는가 △얻은 것이 있는가 △또 참석하겠는가를 5점 척도로 물어봐요. 마지막으로 건의사항을 주관식으로 받습니다. 퍼실리테이션 방식으로 회의와 워크샵이 진행됐을 때는 5점 만점 중 4.5점 이상을 항상 유지해왔습니다. 주관식의 경우에는 답변이 매우 날카롭고 매서워서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하고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변은 다음 모임/워크샵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마무리 시간이 충분할 때는 객관식을 주관식으로 작성하게 하는데, 참여자들의 진솔한 답변에 다른 참여자들도 적극 공감할 때가 많았습니다.
조직의 소통을 만드는 사람 혹은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워크샵을 설계할 때 계속 검토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참여자들이 모두 발언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조직의 의사결정에 참여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들이 얼마나 솔직하고 편안하게 깊은 아이디어를 끄집어 내는가? 참가자들이 속 깊은 얘기를 하는가?
그들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하는데, 내가 던지는 질문은 빌드업이 잘 되고 있는가? 참여자들이 추상적인 단어를 나열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질문은 무엇인가?
한 사람이 시간을 독점하는가? 이런 경우, 현장에서 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방법을 미리 구상해 둔다.
시간 관리를 위해 예비시간을 항상 포함시킨다. 시간이 남으면 토론시간으로 옮긴다.
60-90분 경과하면, 무조건 휴식을 20분 포함시킨다.
약속한 시간에는 무조건 끝내고자 노력한다. 만약 시간을 넘기게 되는 경우, 중간에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고 진행한다.
그리고, 워크샵이 끝나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참여자들은 도출된 결과물에 대해 스스로 만족해 했는가?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질문의 징검다리를 잘 쌓느냐입니다. 이 부분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입니다.
미래에 조직의 소통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계획이나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이후, 새로 부임하시는 원장님께 건의해서 사내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개설하도록 설득하려고요. 욕심을 더 내자면, 중간간부들의 퍼실리테이션 교육이나 전사적 퍼실리테이션으로 새로운 조직문화로 탈바꿈하여 지난 30년간 쌓인 갈등을 해결하는 시도도 해 보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내친김에 국제 인증 퍼실리테이터 자격도 따고 싶어 지네요.
그리고, 내가 어떤 조직을 운영하게 된다면, 구성원들과 소시오크라시를 함께 공부하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 우리 스스로 조직 운영 방침을 셋팅해 보고 싶습니다. 동시에 구성원들이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퍼실리테이션 방식으로 회의를 워크샵을 진행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싶고요.
더 나아가, 아직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우주항공청에서 새 조직을 셋팅하는데에 소시오크라시가 적용되기를 희망하고, 우리나라 우주항공청의 미래를 계획할 때, 비전-미션-목표를 설정할 때 퍼실리테이션이 활용되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