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지 않은 삶이 있을까. 코로나19, 사회·경제적 위기, 개인화된 삶으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2021년 불안장애 환자 수는 약 86만 명이며 2017년과 비교해 32.3%가 늘었다고 한다.
나는 공공기관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면서도 불안했다. 잘릴 걱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점점 뒤처지는 느낌이었다. 순환보직으로 일정 기간마다 부서 이동을 하면서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을 꿈꿀 수 없는 삶은 지루했다.
우리는 보통 불안에 맞서 극복하기보다 불안으로부터 도망치는 방법을 선택한다. 불안한 것이 불행해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건, 일을 그만두고 난 후 불행해질까봐, 내가 가진 것을 다 잃을까봐서였다. 그러나 불안을 외면한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두 가지 갈림길이 놓여있었다. 낯익은 길을 선택하면 익숙한 불안 속에 안정적인 그저 그런 하루를 살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길을 선택하면, 새로운 불안, 그 끝이 어쩌면 불행일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감수해야 한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를 중심에 놓기’로 삶의 원칙을 정하고 나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당연히 낯선 길을 선택해야 했다. 불행할지, 아닐지는 그 길을 선택한 뒤에야 알 수 있는 거니까.
이상한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진짜 나’를 찾는 시간은 물론 불안했다. 다만 부정적이라기보다는 긴장되면서도 기쁜, 그런 묘한 종류의 감정이었다. 그건 현재를 살며 느끼는 매일의 ‘충만함’과 미래에 대한 ‘기대’에 가까웠다.
불안은 대개 ‘행동하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나는 삶의 목표와 일의 의미를 제때 업데이트하지 않음으로써 큰 곤란을 겪었다. 심한 번아웃으로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고통을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기는 쉽다. 일상은 늘 정신없이 흘러가고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해도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니까. 당장은 아무 문제 없을지 모르지만, 제때 치르지 못한 그 값은 나중에 배가 되어 돌아온다.
임경선 작가는 『태도에 관하여』(한겨레출판)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여기에 답이 있다. 내가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려면 하려는 일을 미루지 않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해나가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자기 삶에 몰입하고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현재를 살면 불안한 마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티끌도 모으면 태산이 된다는데, 온전한 나로 사는 하루가 쌓여 일 년이 되고, 십 년이 되면 어떨까? 도대체 무엇이 되어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물론 잊지 말아야 할 점도 있다. 매일 무언가를 한다고 바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지금 하는 일을 하찮게 여길 필요는 없다. 모든 건 내 안에 고스란히 축적되어, 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만들어 진 나만의 이야기가 언젠가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