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최선(善)의 삶’ 프로젝트 그 시작
하마터면 비정상이 정상인 줄 알고 그것만이 옳다고 믿으며 살 뻔했다. 우물에 갇힌 개구리는 우물 밖 세상을 상상할 수 없기에 감히 현실을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혹은 우둔한 머리를 제멋대로 굴려 상상의 나래를 펼칠지도 모른다. "세상은 동그라미야. 아니야, 네모일걸? 아니지, 아니야. 세상은 세모야."라며.
나 또한 지금의 회사에 직장인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동안 겪어온 세상을 기준으로 내가 아는 만큼 생각하고 판단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자신을 얼마나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고 있는지도 몰랐다.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몸이 아프고, 겪지 않아도 될만한 일들을 하나둘씩 겪고 나서야 내가 지금 어떤 '우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사회생활에도 공정과 정도가 통한다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진다고 생각했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당연히 업무 성과로 나의 실력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나면 증명된 나의 실력과는 별개로, 휘몰아치는 폭풍우 한복판에 홀로 놓이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인사발령이나 성과평가 시즌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정치 좀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거기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직원들을 멋대로 쥐고 흔든다.
그러나 어떤 상사와 일할지, 어떤 부서에서 일할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직속 상사가 5번이나 바뀌고 팀원은 8명이나 바뀌었다. 그 과정이 참 힘들었다. 면담을 요청하고 팀의 발전 방안에 대해 고언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을 한 회사와 함께한 후였다. 어느새 10년 차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나는 내가 일하고 싶은 분야의 공공기관에 입사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다니, 운이 좋은 편이었다. 열심히 일했고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정체된 조직문화는 진취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나의 성향과 맞지 않았고,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쌓일 수 없게 되자 점점 불안했다. 어느 순간부턴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어서 전화벨만 울려도 숨이 안 쉬어졌고, 모든 에너지가 바닥났다는 걸 느꼈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 질문했다.
이렇게 살다가 갑자기 죽는다면 나는 제대로 눈 감을 수 있을까?
대답은 명료했다.
아니, 이렇게 살다가 죽을 수는 없지. 진짜 하고 싶은 건 아직 해보지도 못했는걸.
‘이건 아닌 거 같은데’ 하는 순간이 많았지만 애써 모른척했다. 설렘 없는 안정감은 허구에 불과했다. 왜 꼭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아는 걸까. 아직 늦지 않았다면, 그동안 잘 살아온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이 모든 것을 깨닫고 행동하려는 '오늘’이길 바랐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눈은 감고 죽어야 할 것 아닌가.
이 글은 끝이자 곧 시작이다. 회사생활을 돌아보니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바로 내가 진행한 업무교육 시간에 반짝이는 눈빛으로 참여했던 신입사원들, 그리고 한 해 한 해 함께하며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며 지낸 후배들이었다. 목에 혹이 생겨 수술한 후 몇 달 동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고생했을 때, 본인 업무인 것 마냥 매일 밤늦게까지 일을 도와주셨던 선배도 생각난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한 회사에 10년을 근무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조금 먼저 겪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이를 '최선(先)'이 아닌, '최선(善)'의 삶 프로젝트로 이름 지었다. 그동안 내가 사회인으로 겪었던 일들을 공유하고, 같은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누구든지 힘이 되어주고 싶다. 삶의 어느 한가운데 공허함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이 든든했던가. 더 나아가 나누고자 하는 내 마음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아 또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 나는 여러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 현실에서 직접 체득한 날것의 경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경험 덕분에,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이 또한 나의 인생에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출근하고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