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것 부터 하나씩
조울증과 우울증을 앓으면서 느꼈던 점은 우울삽화가 보이는 기간 때 굉장히 무력해진다는 점이다.
무기력, 우울함, 식욕부진 이 증상들은 병의 유무를 떼어놓고 봐도 좋은 증상들은 아니다.
좋지않은 증상임을 인지하더라도 우울이 잠식하는 기간동안은 정말 손 하나 까딱하는게 힘들다.
시간이 유야무야 흘러간다. 자고 일어났는데 저녁일때도 있었고, 낮일때도 있었고, 자도자도 자고싶었다.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다, 내 내면의 문제가 아닌 외부의 문제로 아프고 기운뺏기고 골머리 썩히는게 아깝다.
그런데도 지난 이주동안 내 시간, 감정, 내 의욕, 내 계획을 날려보냈었다.
힘들었다. 힘들다는 소리를 안하고싶은데, 아니 힘들다는 소리를 해도 원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않음을 알면서도 그냥 힘들었다는 소리가 나왔다. 저번 글을 작성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다. 사람들한테 힘들다고 알리고 싶어도 이 또한 감정쓰레기통을 번복하는 짓이 아닐까 싶어, 친구를 만나도, 남자친구한테도, 메신저도 그 아무것에도 깊게 털어놓지 못했다. 털어놔봤자 온전히 내 아픔을 이해해줄수있을까, 아니 그들도 똑같이 생각하면 어떡하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짓이 아닐까. 그래서 꼬박 지금까지 아팠다. 상처를 툴툴털고 일어나고 싶음에도 오래전부터 아파온 상처를 또 후벼파졌다는생각에 아무것도 못했다.
매번 이렇다. 만나고 서로 이해를 못하고, 상처를 받고, 내가 지금 이럴 시기가 아님에도 알면서도 몇주간 이렇게 내 생활에 자꾸 지장이 생길정도로 무기력해지고, 탓하기싫은데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나 지금 이러고 있을 시기가 아닌데, 바쁜데, 사업이든, 직장이든 바쁜데 나하나 집중하기도 힘든데 손가락 하나까닥할 힘이 없었다. 내 슬픔과 아픔에 허우적거려 밥 한끼 챙겨먹는것도 힘들고, 잠에서 깨어나는 것도 힘들고, 일 할 힘은 더더욱 없었다. 그나마 이 무기력한 사이클에서 반려견과의 약속인 산책하나 생산적이었던 것 빼곤 정말 아무것도 할 힘도 의지도 안들었다. 일어날려고하면 생각안하려해도 그상처가 곱씹어지고 곱씹어지고를 반복했다. 너무 분하고, 내 아픔을 어떻게라도 이해시키고싶고, 결국은 자기파멸적인 행동임을 알면서도 그냥 습관처럼 아픔을 곱씹고 곱씹었다. 이렇게 감정에 치우쳐지는 행동이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내자신이 봐도 싫은데도 뜻대로 되지않아 내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들었고,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원인인 내 가정사에 대해 원망감 이 두감정이 번갈아가면서 괴롭혔다.
사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이 감정을 주체못하고 병원에 달려갔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숨막혀버릴것같아서 예정일보다 빨리갔다. 모든 병원이 그렇듯이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날 병원에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명절때 다들 병원을 못간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많은사람들이 아팠던 증빙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접수를 하고 상담실에 앉았다. "이번엔 평소보다 빨리오셨네요. 이번 이주는 어떠셨나요" 라는 말을 듣자마자 주체를 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새해 복 많이받으셨나요?, 저는 새해 복을 많이받지 못한 것 같아요"같은 지금 와서보면 환자지만 참 비관적이다 못해 삐뚤게 말한 것 같다. 그러면서 우다다 쏟아냈다. 나도 뭐라고 말을 뱉는지 모를정도로 두서가 없었고, 목소리는 흔들렸으며, 눈물이 주체가 안됐다. 엄마가, 집이, 가족이 너무나도 미웠다. 이렇게 내가 아픈게 너무 서러웠었다. 남탓하지말자.하지말자 생각해도 남들보다는 끊기어려운 혈연이라는 관계속에서 지속적인 상처를 받는게, 내가 그 점 때문에 흔들리고 자꾸 해야할 일을 못하는게, 내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기싫어서 쏟아냈다. 나도 뭐라 말하는지 잘 판단이 안될때쯤 선생님이 "이렇게 이야기 끊는거 정말 너무 죄송한데, 연휴가 끝나고 사람이 많아서, 길게들어줄 수 없어 미안해요. 이러는거 너무 미안하다"라고 끊어주셨다. 그때는 조금 섭섭한 기분도 들었는데 이야기를 끊은 게 환자분들의 대기도 있지만, 나에게도 더 나았던 판단이었던 것 같다. 그러시면서 내가 말한 이야기에 하나하나 말씀을 해주셨다. "엄마를 이해시키려고 하지마세요. 부모님은 아마 안바뀔거예요. 바꾸면서 받는 상처가 더 클겁니다. 엄마는 그냥 그런 사람인거예요. 그냥 한 인간으로 바라보세요. 싫은 말을 하더라도 ㅇㅇ씨의 주관을 지키세요. 어차피 ㅇㅇ씨의 인생은 ㅇㅇ씨가 사는 거예요. 마음가는 대로 하면 됩니다. 아마 ㅇㅇ씨는 가족의 연을 완전히 끊는 것도 힘들거예요. 싫다 하더라도 계속 신경이 쓰일거예요. 효도도, 삶도, 가족간의 거리도 ㅇㅇ씨의 의사에 맡기세요. 자기자신에게 집중하세요." 와 같이 말씀을 해주셨는데 사실 이 얘기는 그간 지켜보시는 동안 가족사로 힘들어하면 항상 해주셨던 말씀이었고 사실 그때까지도 이해가 잘 가지않았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이해못하는 말들이었고, 내 자신이 그 말을 들을 준비가 안되어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해를 못하고 지내다가, 몇날 며칠을 아무것도 못하고 철학적인 유튜브 알고리즘을 보면서 하루를 또 이렇게 허무하게 날렸다 라는생각을 하다가 내 하루가 너무 아까웠다.
'내가 내 자신에게 몰두하기도 바쁜 상황에, 내가 왜 피해를 이렇게 봐야하지?, 왜 내가 일방적으로 감정을 다쳐서 수습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내 시간, 내 감정, 내 멘탈이 다 탈탈털려있는채로 있어야지?, 그렇게 남탓하기 싫다 해놓고서 결국 내 탓하는 엄마랑 뭐가다르지 내가? 왜 싫어하는 모습을 닮고 있지?, 이 시간에 내가 지금 원래 하고싶은 사업에 몰두를 하고 일에 몰두를 해야하는데, 이렇게 시간 유야무야 보내다가 또 만나고오면 멘탈털려서 또 힘들어서 쳐져있고하는 그 생활을 반복해야하나?, 내가 왜?, 30년을 보고살면서 바뀌지않는 부분을 봤으면 안바뀌는게아닐까?, 애초에 내가 가족관계를 떠나서 이렇게 안맞는걸로 나혼자 이렇게 힘들어해야하나?, 하루를 다른시간, 맛있는 것 먹고, 내 반려견과 지내는 시간도 모자란데 왜 나는 계속 기분만 나쁜 원망을 반복하고있지?, 아니 바꾼다 한들 의미가 있나? 가족관계를 다떠나고 보면 결국은 남인데,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볼거면 그냥 안맞는 사회생활 동료정도로 생각하면 되지않나? 내가 왜 혼자 이렇게 절절끓어야지? 안보면 그만아닌가? 애초에 타지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자주본다고 내가 몇날며칠몇 년을 절절끓으면서 살아야하지?, 내가 왜 이 시간에 남의 부러운 vlog를 보면서 이렇게 내 삶을 허비해야할까' 와 같은 내 본질적인 공허함에 대해, 내 시간에 대해 들여다 보았다.
결국 부모도 하나의 인간임을 놓고 보니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회사 면접에서 아무리 무서운 면접관이어도 결국 밖에서보면 한명의 아저씨고 아줌마라는 그런 아무리 무서운 사람, 존재여도 가볍게 놓고보면 그냥 한명의 인간임을 인지하고보면 덜 긴장된다는 그런 말이 생각나며 여태 좀 눌려왔던 생각에 대해 가볍게 보기로 하니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솔직히 아직도 용서도, 이해도 , 동요도 하고싶지 않지만 생각에 대해 환기를 하니 조금은 삶에 대해 활력이 돌았다. 밥도 한끼지만 챙겨먹으며, 그렇게 많이먹던 커피도 거의끊고, 잠은 오히려 덜 자기시작했다. 그래서 집안 청소를 했다. 원래도 반려견과 동거인이 있는 만큼 지저분하게 살진않지만, 밀린설거지도 제때하고, 청소도 하고, 사실 내 우울삽화기간중 제일 심각한 문제인 무기력과 청결(아무래도 의욕도, 힘도 없다보니) 부터 신경쓰기로 했다.
작은 습관부터 들이면서 나를 챙기기로 내가 하고싶은 것을 찾아가보기로, 내 내면에 신경쓰기로 했다. 노션과 다이어리에 정리를 해가면서 '나는 5년내로 경기도 외곽지역 혹은 강원도의 적당한 시골에서 마당 넓은집에서 살아야지, 집은 3층 집이 좋겠어, 1층은 내가 작업하면서 나의 반려견이 뛰어노는 걸 볼 수있게 작업실로 쓰고, 2층과 3층은 거주공간으로 살아야지, 인테리어는 되도록이면 코지한 느낌이었으면 좋겠고, 영어 회화를 잘해서 원서 혹은 책도 읽고 제작물에 다양하게 예쁜 카피라이팅을 하면 좋겠어, 일적인 부분도 계속 진행하는 대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싶어, 팬시보다는 반려동물을 위한 브랜딩과 디자인스튜디오를 병행하고싶어. 삶의 여러부분에 내가 만든 예쁜작업물로 가득 찼음 좋겠어, 한동안 놓았던 유튜브도 편집해서 주기적으로 업로드 해야겠다. 나의 반려견을 기록하는 용도도 있지만 나의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기록해두면 나중에 곱씹어보면 좋을 것 같아. 반려견과 같이 훈련도 받아서 호흡을 더 맞춰보고싶어, 브런치도 주기적으로 연재해서 글도 매끄럽게 잘쓰고싶어' 같은 그냥 무작위성으로 하고싶은 걸 줄줄이 적었다. 먼 미래든 근 시일이든 상관없이 하고싶은 것을 적고 계획을 세워서 작은 것 부터 실행하고 있다.
브런치 글 연재, 유튜브 편집, 사업에 필요한 디자인적인 요소, 하루 한 번은 씻기, 양치 할 때 치실, 치간칫솔 쓰기, 일어나면 커피가 아닌 물 한잔 가볍게 마시고 산책가기, 저녁 밥먹고 가볍게 한바퀴 더 돌기, 분리수거 몰아서 하지말고 나갈때 조금씩이라도하기, 음식 혹은 잠으로 스트레스 풀지말기, 미라클모닝 의무적으로 안해도되는 대신 내가 집중할수 있는 시간에 집중해서 할 일 하기, 스트레칭 하기, 그림그리기, 책읽고싶은날 읽고싶은 책 읽기 등 시선 의식안하고, 사소한 것부터 나한테 필요한 삶의 규칙을 하나하나 실천하고있다. 이번일 말고도 또 저런 일..아니 더많겠지만, 그때마다 이런저런 문제로 내가 아닌 남때문에 흔들리는거 신경쓰지말고, 더 파고들지도말고 그시간에 나에게 집중하고 힘을 키우는 삶으로 실천하기로 마음가짐을 잡았다.
위의 생각들을 하면서 우울삽화에 잠겨있을 때 보았던 인사이트.
https://youtu.be/efK-Gr_-7Lc?si=HOOoNJM45qShz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