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명소.
나 혼자 은행나무
황금빛깔로 가득했던 나무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아름다운 시절이 지나고 찾아온
혼자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찾아오는 이도 없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휘몰아치는
겨울바람에 흔들리며
땅에 비췬 검은 그림자로 드러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계절.
자신을 마주한 그 시간이 지나고
더욱더 뿌리를 굳게 내린 나로,
흔들리는 바람에 유연하게 춤추는 나로,
모든 것이 사라진 그 시간 너머의
다시 시작될 봄날을 꿈꾸는 나로
보내는 시절.
온전히 나 다워지는 시간,
겨울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