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요가하기
24년에는 참 많이 돌아다녔다.
아직 올해가 끝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연초부터 여기저기 다녀볼 기회가 많았는데, 덕분에 국내 요가원들 뿐만 아니라 출장과 여행을 틈타 해외 요가원들도 꽤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기억들이 희미해지기 전에 그동안 다녀온 해외 요가 수업 기록을 *상당히 주관적인 시각으로 남겨본다.
신기하게도 미국엔 핫요가 센터가 많았다.
애틀랜타뿐만 아니라 4월에 뉴욕을 방문했을 때도 검색해 보니 핫요가 센터들이 꽤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때 유행했다가 지금은 핫요가 자체를 찾아보기가 힘든데 미국엔 많은 게 신기했다.
아니 그나저나 안 그래도 더운 지역인 남부 조지아에 불가마 같은 뜨거운 요가 수업이라니.
이열치열인가.
아무튼 나는 Buckhead 지역에 있는 Yonder Yoga 센터에 방문했다.
https://maps.app.goo.gl/a6vSbUqAVXc4GmaK7
내가 참여했던 건 빈야사 클래스였는데 거의 피트니스 센터의 카디오에 가까운 수업이었다.
이 수업은 정말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약 30명 정도의 사람이 수련을 했는데, 그중에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수리야나마스카라를 ‘다운독 > 핸드스탠딩 > 차투랑가’로 연결하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
역시 서양인들의 피지컬은 넘사였고, 한 시간 내내 한 편의 기계체조를 관람한 것 같은 수업이었다.
나의 움직임이 이토록 비루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는데, 근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참고로 해외에서 핫요가 수업을 들을 때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점은 수업이 진행될수록 서양 사람들 특유의 암내라고 해야 할지 땀 냄새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이국적인 향을 맡을 수 있다는 점.
눈은 호강하지만 코는 고통스러운, 복합적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클래스였다.
여기는 첫 발을 들이는 순간 핀터레스트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인테리어와 공간이 주는 느낌이 너무 세련되고 아름다워서 '아니 무슨 요가원이 이래? (좋은 의미로)'라는 생각이 절로 듦.
크로이츠베르크라는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카더라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요즘 이 지역이 힙한 동네로 떠오른다고.
주변 가게들(소품샵, 베이커리, 와인샵, 식당 등)을 둘러보니 세상 힙한 곳들만 다 모아놓은 동네인 것 같았다.
요가 매트, 블록 등의 소품 하나하나 센스에 혀를 내둘렀다.
https://maps.app.goo.gl/FwWVExAUeRA2spuU9
솔직히 수업 자체는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베를린에 와서 예쁜 공간에서 온갖 힙한 사람들 구경하기에는 여기만 한 곳이 없을 듯?
무엇보다 수업을 해주시는 선생님들도 다 인스타 인플루언서 같은 느낌 뿜뿜이라 수업보다는 강사님께 정신이 팔렸을 정도였다고나 할까.
참고로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주일 패스권도 있어서, 3번 이상 수업을 듣는다면 일주일권을 등록하는 것도 상당히 괜찮은 조건이다.
그리고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독일어를 못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장점.
딥(Deep)한 빈야사나 하타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Original Feelings의 수업을 몇 차례 경험한 결과, K-하타 요가와 같은 클래스는 찾기 어려웠다.
다른 곳을 가보는 게 낫겠다며 구글 검색 후 방문한 베를린에서의 두 번째 요가원, Yoga Now Berlin.
이곳은 영어와 독일어, 두 가지 언어로 수업이 나눠져 있었는데, 대부분 수업이 독일어 위주였고 주로 주말에만 영어 클래스가 있었다.
스케줄상 독일어 클래스들만 참석 가능했었는데, 진짜 독일어는 1도 모르는 내가 과연 가능할지 자신이 없었다.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은 시퀀스가 정해져 있는 아쉬탕가!
https://maps.app.goo.gl/a6BJgn3o7QViTwJm7
Original Feelings는 화장도 하고 액세서리도 한 요기니들이 예쁘게 수련을 하는 곳이었다면, Yoga Now Berlin은 동네 사람들이 민낯에 머리만 질끈 묶고 와서 찐으로 요가를 하는 곳이었다고 할까?
아쉬탕가 수업은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남자 선생님 셨는데, 초반에 선생님은 의자에 앉아서 입으로만 구령을 하시고 조수(?)처럼 보이는 여자분이 앞에서 동작 시범을 보이는 구조였다.
그 주변으로 몇 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온라인 수업 콘텐츠도 같이 진행이 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입으로만 돈 벌고 다소 상업적이다(?)라는 첫인상과 달리, 수업 후반으로 갈수록 필요한 시점에 적절하게 핸즈온을 굉장히 심플하면서 정확하게 해 주시는 것을 보고 반전 매력을 느꼈다는 점!
(이 분, 무뚝뚝한데 약간 츤데레 같은 느낌?)
여하튼 같이 수련을 하던 사람들도 너무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 나도 모르게 수업에 푹 빠져서 아쉬탕가 장르는 익숙하지 않았음에도 굉장히 열심히 동작들을 따라 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독일어로 진행됐지만 역시 아쉬탕가는 시퀀스가 정해져 있고 대충 눈치코치로 따라 하기 가능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만일 다시 베를린을 간다면 요가하러 여기만 갈 듯?
+
런던 오기 전에 베를린 요가 후기를 포스팅하려고 했지만,, 이미 런던에 온 지 거의 한 달이 지나서 올리는 베를린 요가 후기.. ㅎㅎ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