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서 등산복 이제 그만

4.1 Blue Mountain National Park - 블루마운틴

by 시드니 이작가

내가 산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대학 산악부 하면서부터였다. 항상 금요일 오전 교육학 전공 수업 마치면 동아리방으로 가서 자일, 퀵도르, 프랜드, 8 자 하강기 같은 암벽등반장비부터 텐트, 음식을 맡은 대로 나눠 배낭에 꾹꾹 밀어 넣어서 배낭 입이 안닫힐정도록 채워서 북한산으로 갔다. 1997년에는 1년 중에 200일 이상을 산에 있었다.


그리고 그해 우리 산악부는 개교 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백두대간을 종주하였다. 개교 600주년? 외국에 있는 대학인가 하겠지만 자랑스러운 성균관이다. 봄에 지리산부터 시작하여 여름에는 덕유산, 추풍령, 이화령 을 넘어서 설악산 근처까지 그리고 겨울방학에는 설악 능선에서 알프스 스키장까지 종주를 마쳤다. 기본적으로 능선을 타고 계속 가는지라 길을 잃지 않으면 계곡이나 폭포를 만날 수 없었고 겨울에는 폭설로 조난당하기도 했다. 형들과 낮에는 바위를 오르며 밤에는 코펠이 넘치도록 부어 마시던 막걸리, 밤새 텐트 안에 울려 퍼지던 산노래 그리고 끈끈한 자일의 정까지 지겹게 추억이 많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온 지 20여 년이 되었지만 내가 밟은 우리나라 땅과 산을 사랑한다. 항상 울산의 영남알프스의 억새를 꿈꾸기도 하고 지리산의 품을 그리워한다. 산꾼들이 하는 말로 산은 항상 그곳에 있었고 호연지기, 세상에 대한 도전과 창의성을 배운 것 같다. 그래서 군 제대 후 겁 없이 배낭 메고 호주까지 와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산이 참 고맙고 좋다.


호주는 기본적으로 아주 오래되고 평탄한 대륙이라 산이 많지 않다. 가장 높은 산이라면 코지 이스코(Kosuiscko)이다. 해발 2,228미터인데 산 중턱 리조트에서 1,990미터까지는 리프트가 있어서 겨울에는 스키, 나머지 계절은 산악자전거와 트래킹을 하기 좋다. 호주 최고봉, 호주 최고 높은 카페, 최고의 골프장이 다 이곳 코지이스코에 있는 것은 당연하고 시드니에서 캔버라를 지나 빅토리아 주와 경계가 되는 곳이니 당일로 다녀올 수가 없다.


대신 시드니 근교에 서쪽 100km에 있는 블루마운틴으로 떠나보자. 블루마운틴(Blue Mountain)은 말 그대로 파랗게 보인다. 유칼립투스에서 나오는 유액이 햇빛에 반사되어 착시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혹시 커피 생산지 블루마운틴을 생각했다면 그건 중남미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이다. 여기서는 커피나무가 없다.


대신 유칼립투스 나무가 많다. 지구가 고생대에는 '판게아'라고 해서 하나의 대륙으로 되어 있다가 공룡이 살던 중생대가 되면서 호주는 큰 대륙으로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유칼립투스 나무 역시 고립된 호주 대륙에서 적응하며 진화하게 되었다. 그래서 100여 개 종류의 유칼립투스 나무가 있고, 멸종된 줄 알았던 '올레미 소나무'가 서식하는 자연의 다양성과 적응력을 연구를 위한 귀중한 곳이다. 2000년도에는 UNESCO에서 자연유산으로 지정하였는데 제놀란 동굴 카르스트 보전지역과 올레미 국립공원등 78개의 보호구역으로 되어있고 전체면적은 총 1,030,000㏊ 로 남한의 1/3 규모나 된다.


블루마운틴을 가는 방법은 한인업체의 일일투어를 이용하면 편한데 시원하게 서쪽으로 뻗은 M4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멀리서 파아란 색의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가는 곳은 린컨 락(Lincoln's Rock) 포인트인데, 절벽 낭떠러지에 걸터앉아서 담력을 테스트하며 인증샷을 찍기로 유명한 곳이다.


또 10분 거리의 웬트워스 폭포(Wentworth fall)도 폭포의 하단부까지는 한 땀 한 땀 사암을 깎아서 만든 계단이 아주 가파르게 1시간을 내려가야 된다. 노란 사암을 한걸음 한건을 내려가 얼음장처럼 시원한 폭포에 발을 담그고 다시 올라오는데 쉽지는 않으니 무릎과 체력을 감안해서 안전하게 다녀오자.


이제 점심을 먹으러 로라(Laura) 마을로 가보자. 봄이면 벚꽃이 피어있고 가을이 되면 플라타너스 잎들이 노랗게 물들여 있다. 유칼립투스 향을 품은 건조한 공기가 참 맛난 곳이다. 또 수제 초콜릿 Josephine chocolate, 유기농 재료들로만 요리를 하는 Laura Garage, Alexandra Hotel 도 맛난 곳이 많다.


로라에서 밥까지 잘 먹었다면 이제는 에코포인트(Echo Point)로 가자. 세 자매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도 있고 세 자매봉으로 가는 길 그리고 카툼바 폭포로 가는 산책로가 시작하는 곳이다. 저 아래의 협곡에 브로콜리처럼 초록의 유칼립투스 나무가 빼곡하고 노란 사암 절벽들이 보이고 파아란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다. 미국의 그랜드캐년보다 두배 넓기에 메아리가 한참이나 후에 돌아온다.


에코 포인트에서 카툼바 폭포까지 왕복 4Km이니 2 시간 정도 잡고 걸어보자. Lady Darley Look out 같은 전망대에서 여유롭게 경치도 감상하고 Cliff view lookout까지 길이 잘 되어 있다. 카툼바(Katoomba)는 지역명이기도 하고 원주민의 언어로 "바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이란 뜻이다. 호주는 일 년의 강수량이 60mm가 안될 정도로 건조한데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 폭포가 대지를 적셔준다.


아쉽다면 시닉 월드(Scenic world)로 가서 재미슨(Jamison) 협곡으로 가는 산악열차를 타보다. 1950년대까지 탄광이 있던 곳까지 광부를 실어 나르던 기차가 이제 관광용으로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급한경사의 기차로 기네스에 올라있다.


보통 처음 블루마운틴 오는 사람은 이까지고, 더 깊숙이 보고 싶다면 블랙 해쓰(Blackheath)로 가야 된다. Evans lookout에서 시작하는 3시간 코스의 그랜드캐년 (Grand Canyon)은 원시림과 협곡과 폭포 등 하이라이트를 총정리해서 볼 수 있다. 탄성이 나온다. Govett Leap 룩아웃도 로컬만 아는 명소이고 Mt. York는 나의 최애 캠핑 사이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더 들어가면 Megalong Valley 쪽으로도 아직 탐험하지 못한 곳이 무궁무진해서 난 계속 블루마운틴으로 간다.


코로나의 충격이 너무 커서 잊힐 수도 있지만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장장 5개월 동안 호주 블루마운틴을 포함해서 전역에서 재앙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연기와 재가 바람에 날려 시드니 도심에도 나무재와 연기로 뒤덮여 하늘이 빯갛고 인류종말의 날을 보는것 같았다. 공식적으로 남한 면적보다 넓은 1800만 헥타르가 불이 탔고 건물 6500개가 사라지고, 33명이 목숨을 잃고, 코알라 1만 마리를 포함해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희생되었다.


원인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석탄 광산개발로 인한 산림파괴와 기후변화로 꼽고 있다. 같은 해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서는 하늘을 까맣게 채운 메뚜기떼가 곡식을 초토화하고 있고, 어느 지역은 폭우로 홍수로 어느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전인류가 고통을 받고 있다. 스스로 회복하는 임계점을 넘어버린 지구는 코로나보다 더 큰 재앙을 예고하고 있기에 어린 툰베리의 눈물 어린 호소를 잊어서는 안 된다. 감히 어찌 우리가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수 있단 말인가?


영어에 "Priceless"라는 말이 있다. 끝이 less 이면 '~이 없다'는 뜻인데 그래서 stainless 녹이 없는, 녹슬지 않는, painless 고통이 없는 된다. 그러나 price에 less를 부치면 '가격이 없는' 이 아니라 너무 소중해서 가격을 메길 수가 없다는 뜻이 된다. 맑은 공기와 파아란 하늘 그리고 땅과 나무가 이루는 숲은 Priceless이다.


마지막으로 등산복은 산에 갈 때만 입는 것으로 정리하고 인생도 그러하듯 산행도 등산보다 하산이 더 중요하니 체력 배분을 잘해서 우리 인생도 아름다운 산행이 될 수 있기를 잘 마무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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