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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Sep 25. 2024

1미터 50 달리기 야간 훈련 중

말 문 터진 물건  1

야, 거북아  정신 바짝 차려라.  토끼를 이기려면 매일매일 연습을 해야 해!!

준비 - 땅!  

 헥헥 - 아무리 빨리 가려해도 잘 안돼.

아니 기어가면 어떡해, 달리라고-!!

나 지금 죽을힘을 다해서 달리고 있단 말이야.

야, 너는 멈추면 어떡해 어서 따라잡아!  


바위 위에서 올빼미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거북이들을 다그친다.

올빼미와 거북이는 벌써 몇 년째 야간 훈련 중이다.

낮에는 올빼미가 졸려서 못하고 밤마다 있는 힘을 다해 연습을 한다.   


올빼미는 바위에서 내려와 거북이 옆에서 같이 달리며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더 빨리 번갈아서 헛차 헛차 -  

20센티 통과 시간이 어제보다 빨라- 오 잘했어.

고개를 너무 들어도 처박아도 안돼. 15도 앞을 봐. " 쉴 새 없이 말한다.


"우리가 토끼를 굳이 이겨야 할 이유가 있나?" 거북이가 궁시렁 대기라도 하면


" 야, 만약 낮잠 안 잔 토끼와 경주를 해서 이겨봐라. 세상이 난리가 날 거야.

너희들은 세상에서 최고 거북이가 되고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거야. 그러니까 그런 맘 약한 이야기 하지 마라. 목표를 분명히 하고 도전하는 거야."


"하, 쟤는 우리 보다 어린게 어떻게 저런 말이 술술 나오지?"

" 우리가 워낙 오래 살아서 그렇지 올빼미도 나이가 만만찮아, 살만큼 살았어."

"올빼미 말을 들으면 하기 싫다가도 이상하게 다시 연습을 하게 되잖아? "

그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야, 너무 힘들다. 올빼미야 우리 그만하자. 우린 원래 느린 애들이야.

훈련한다고 나아질 리가 없잖아.  모래에서 뒹굴며 놀고 있어야 할 시간에 이게 무슨 고생이야 "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콧구멍 끝까지 올라왔다가도

" 야, 오늘은 28센티를 달렸어, 어제보다 기록이 좋아.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 끝까지 가는 거야 -"  

올빼미의 이런 말을 들으면 저절로 입이 닫히고 내일은 더 잘할 것 같은 희망에 부풀게 되었다.

올빼미는 늘 자신 있게 큰소리치지만,

거북이 보고 더 빨리 달려라 말은 하지만,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앞서서 거북이들을 달리게 하고 싶지만,  

아무리 날아봤자 자신도 1미터 50 밖에 못 가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어때서 - 그까짓 거 뭐가 중요해!!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1미터나 천 미터나 살기 나름이지.

짧다고 불행하고 길다고 행복한 건 아니니까.  

거북아, 우리 언제 토끼 한번 이겨보자.

올빼미는 똥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오늘 밤도  입을 모아 휘파람을 불며 거북이들을 출발선에 세운다.

"제자리, 준비, 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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