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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애 Sep 30. 2024

단추 공주

말 문 터진 물건 2

나는 225 밀리 사이즈의 신발이다.

나를  신으면  단추공주가  된다. 


공주는 집안을 걸어간다. 

공주가 신은 신발의 단추는 반짝이며 빛이 난다. 

텔레비전 밑에는 갈색 단추 상자가 있다. 

단추들이 가득 들어 있다. 

엄청 큰 겨울 코트 단추가 있고 팥알 만한 셔츠 단추, 동글동글 블라우스 단추도 있다. 

화려한 보석이 박힌 단추와 나무로 만든 단추도 있다. 

갖가지 색깔 단추들이 다 일어나 단추 공주를 맞이하러 상자 속에서 나온다.  

 


단추 들은 다 같이 춤을 추며 빙글빙글 돈다. 

구멍이 네 개인 단추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춘다. 

구멍 2개인 단추들이 몸을 흔들며 박자를 맞춘다. 

뒷 꽁지에 구멍이 달린 콩 같은 단추들은 구르기를 하고 

똑딱이 단추는 짝을 맞춰 춤춘다. 

빨간 단추가 앞으로 나와 공주를 영접한다. 


단추들은 환호하고 열광하며 공주의 단추 신발을 보려 한다. 

단추 신발의 단추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단추들은 마법에 걸린 듯 

황홀한 표정으로 멈출 수 없는 춤을 춘다. 

점점 춤은 빨라진다. 


추 공주가 신발을 벗자 모두 쓰러져 눕는다. 

춤은 끝이 난다.

단추 신발은 다시 자기 리로 가서 얌전히 있는다. 



붐비는 관광객들과 더운 열기로 가득한 치앙마이의 야시장 

시끄러운 음악과 소음 사이로 이 신발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이미 단추 신발의 마법에 걸려들었던 것이다. 

흥정을 하며 신발을 신어보는데 내 발에는 작았다. 

신데렐라 언니들처럼 발가락을 접어서 억지로 신었다. 

그 순간 온 세상이 기쁨으로 가득하고 

야시장 불빛은 흔들리고 사람들은 모두 춤을 추고 있는 듯했다.  


싸구려 운동화에 색낄 단추를 실로 꿰매 장식을 했다. 

야시장 좌판에 나온 조잡하고 유치한 물건이라고 치부하기엔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색감, 완성도에서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추 신발을 만든 아픈 손을 생각한다. 

진짜 단추공주는 그 사람일지도 모른다.


가끔 이 신발을 억지로 신어 본다. 

그러면 이 신발이 딱 맞을 한 사람이 생각난다.

늘 아동화를 사 신어야 했던 키 작은 우리 엄마 

그래서일까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 같고 소녀 같던 엄마 

어쩌면 하늘나라에서 내가 사 온 작은 이 신발 신고 

단추공주가 되어 있을지도  - 그리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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